최근 달러/원 환율의 향방에 관한 이런 저런 다소 다른 얘기를 듣고 있다. 우선 미국이 올해 중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신흥국 및 취약국으로부터 국제투자자본이 미국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달러가 더욱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 같다. 결국 원화는 약세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절하율이 더딜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우선 한국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7%를 넘어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2008년 이후 단기외채를 꾸준히 축소해 왔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반면 외환보유액은 세계 6위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재정 건전성은 주요국과 비교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조정한 것을 보아도 이해할 만한 설명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나타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에 경제의 기초체력은 취약하며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최근 급등하는 등 대내 위험은 높아져 있다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원화 절하폭은 생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 이와 관련해 최근 본 블로그에 소개한 두 편의 보고서 참조
☞ (보고서) 달러/원 환율 많이 못 오른다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 (보고서) 달러 1,200원 넘어설 가능성 배제 못해...수출ㆍ이익에 도움
이런 논의가 있는 가운데 몇 가지 그래프를 만들어 원화 환율의 현재 수준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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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수지 흑자는 일반적으로 당해국 통화의 절상 요인이다. 한국의 경상수지(계절조정 기준)는 수년 째 매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제유가 하락과 수입 둔화 등으로 흑자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에 따라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2014년 중반까지 점진적으로 절상되는듯 하다가 이후에는 다시 절하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원화는 크게 보면 뚜렷하게 절상하거나 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횡보하는 국면이라고 보아야 타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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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크게 절상하지 않은 것은 자본수지 및 금융계정수지(준비자산 증감 제외)를 함께 계산한 넓은 의미의 국제수지 추이를 보면 조금은 설명이 가능하다. 즉 국제수지 전체적으로는 대체로 흑자가 우세하지만 2011년 이후 일방적인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가운데 간간히 유로존 위기라든지 미국 테이퍼링, 일본의 양적완화,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중국 금융 불안 등 대외적 요인이 원화의 상방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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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수지와 국내 통화정책 등 전통적 요인 이외에 원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또 있다. 이 그림은 달러인덱스와 이른바 공포지수라고도 불리는 변동성지수(VIX), 그리고 원화의 달러대비 환율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을 보면 원화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절상폭이 미미한 것이 아니고 달러인덱스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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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질실효환율 추이를 보면 원화 가치는 크게 보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시 급락한 이후 여전히 그 낙폭을 만회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절상폭이 미미한 것은 역시 달러 가치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유로와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는 것만 보아도 원화 가치가 경상수지 흑자 및 대외신인도 개선에 따라 지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
이렇게 금융위기 이후 및 최근 원화 환율 추이를 살펴본 결과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미국발 금융위기에 준하는 쇼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원화의 큰 폭 절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위기"라는 단어가 언급될 정도로 심화될 경우 원화 절하폭은 다소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