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고문을 요약해 번역한 것이다. 약간의 의역도 포함돼 있으며 생략된 부분도 많다. 기고문 전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그리스 의회가 결국 긴축 및 구조조정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리스처럼 취약한 국가가 성장, 고용 및 재정에 이르는 각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유로존 전체의 성장이 공고해져야 한다. 과연 유로존 지도부는 공고한 성장을 달성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물을 때다.
불행히도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자명하게 부정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의 경제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첫째, 유로존 전체 실적이 부진하며, 둘째, 유로존 회원국들간의 실적이 극심한 편차를 보인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유로 단일통화의 출범시 내걸었던 목표는 역내 발전을 증진하고 유럽 전체의 통합을 앞당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의 경제 성적표를 볼 때 유로존은 목표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유로존 경제 회복세가 부진했던 요인은 첫째, 유럽중앙은행이 정치적 저항 때문에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조기에 시행하지 못한 것, 둘째, 독일을 위시한 일부 재정 여력이 있는 회원국이 필요 이상의 긴축 정책을 고수한 것, 셋째, 미국이 2009년 초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와 같은 은행권 신뢰회복 조치를 적기에 실시하지 못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독일은 사실상 자국내 고용 창출을 위해 국내소비와 투자를 강화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대외수요에 의존했다는 문제가 있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7.5%에 이르는 바, 유로존과 같은 고정환율제 아래에서 한 나라가 교역상대국의 수요와 성장을 제약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이와 같은 막대한 불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일은 국내지출을 확대함으로써 불균형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역내 전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면서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명백히 지속가능하지 않은 그리스의 부채부담에 관한 협상은 유럽 전체 성장 전망과 연계돼야 한다. 유럽의 성장세가 전제한 것보다 명백히 저조하다면 그리스의 성장도 전제한 것보다 약할 것이며 그렇다면 그리스에 요구하는 재정정책 목표도 그에 따라 조정돼야 한다.
둘째, 유로존 지도자들은 늦기 전에 지속적이고 막대한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정 및 성장 협약은 현재 재정적자를 목표치 이내로 제한하도록 하는 규정과 벌칙을 포함하고 있는데 무역적자(흑자) 규모 조절을 위한 강제 조항도 그 협약에 포함돼야 한다.
독일의 무역수지 흑자가 역외 국가들과의 거래에서 기록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큰 의미가 없는 지적이다. 독일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결국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수출을 대체하면서 기록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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