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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인은 미쳤다! (에리크 쉬르데주)

(※ 서평을 소개한다. 평균적인 한국 기업에서 일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도 관심이 가는 내용이다. 꼭 읽어보고 싶다.)



한국인은 미쳤다!

작가 에리크 쉬르데주 
출판 북하우스
발매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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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위한 반면 교사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책이다. 사실 놀랄만한 내용은 없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한국의 기업문화야 새삼 말할 필요도 없고, LG그룹의 외국인 임원 채용이 몇 년 못 간 것이라든가 LG전자가 피처폰에 집착해서 '스마트폰 혁명'에 뒤늦게 동참한 것 같은 이야기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이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것은 물론 한국 사람이 이런 책을 쓰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외국인이니 이런 책을 자유롭게 쓴 것이고.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목은 한국에서 온 본부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형 유통매장에 LG 상품을 깔아 놓는 맨 처음 부분이다. 비용이 많이 들었을 뿐더러 협력 업체의 비난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에서는 '고객 만족'이나 '주주 만족'보다 '상사 만족'이 더 중요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한국 사회가 중앙 집권적이고, 관료적이며, 서열이 중요하다는 것은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나 최근 읽은 '한국형 시장경제체제'에서도 잘 드러난 바 있다. 쉽게 고쳐질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가부장적 서열과 관련해서 내게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 있어서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 나타나는 예절의 차이이다. 프랑스인은 사적 영역인 가족끼리의 식사에 있어서는 아이들에게 엄격한 예절을 가르친다. 밥 먹을 때 떠들지말라고 하며 식사를 끝내고 식탁을 떠날 때는 어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등, 소위 '밥상머리 예절'이 엄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식사 도중 부하 직원이 사장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등 상대적으로 예절에서 자유롭다. 반면, 한국인은 회사와 같은 공적 영역을 가정과 같은 사적 영역의 연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밥을 먹을 때 사장에게 절대 미리 말을 건네서는 안 된다거나 상관의 서류가방은 부하가 들어야 한다는 등의 가부장적 예절이 회사에도 적용되지만, 오히려 가족간의 식사 등 사적 영역에서는 요즘 점점 아이들이 예절이 없어져 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식사 예절 얘기는 내가 덧붙인 것이다.) 프랑스인은 가정에서 엄격한 예절을 지키는 반면 회사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한국인은 앞으로 회사에서 엄격한 예절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기를 살려 주어야 한다.' 어디가 옳을까?

지은이가 묘사하는 한국 기업은 '가족과 같이 정이 넘치는 곳'이 아니라 '항상 실적 평가를 받으며 임원이 되면 항상 해고의 불안에 떨어야 하는 곳'이며 '격려와 상을 통한 경영은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물론 서구 선진국의 기업은 기본적으로 비슷할 수 있다. 그리고 지은이는 어쨌든 한국 기업에서 사실상 해고된 사람이니 자신이 있던 곳을 좋게만 묘사할 리 없다. 하지만 그가 특히 강조하는 한국 기업의 정말로 비인간적인 점은 '감시와 밀고 체제'이다. '구내식당에 떠도는 소문 뒤에는 회사에서 장려하고 필요할 때 간부에게 불리하게 사용하려는 밀고 시스템이 웅크리고 있다' '회사 사이트에 올라 있는 익명의 메신저를 통한 고발 시스템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도 보여주었다' '교실 구석구석에는 험상궂은 표정의 감시자들이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우리가 강의를 잘 듣고 있는지 확인했다'는 대목에서, 나는 또 한국이 '저신뢰 사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또 하나, 내게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국 기업에서 '업무의 수행자가 따로 있고, 업무의 결정자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었다. '동료의 업무를 두고 다른 방식으로 일하면 얼마나 더 좋을까 하고 토론하는 프랑스식은 한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다. 각자 자기 앞에 있는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갈 뿐이다.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금세 따라잡힌다.' 결정자와 수행자의 분리, 이는 곧 결정자(상사)가 수행자(부하)에 대한 감시자가 됨을 의미하는 듯하다. 효율성이 높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창의적이거나 외부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조직은 아닐 것 같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외국인 임원을 영입하려면 적어도 저자가 묘사한 임원 단합대회에서의 '초현실적' 경험을 반복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듯하다. '환호성과 맹세를 담은 건배가 두 시간이나 이어지고' '식사가 시작되었어도 테이블별로 무대 위에 나가 사람들을 향해 다짐을 하며 소리를 질러 총 네 시간 동안 지속되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을 괴롭게만 만드는' '일정한 간격으로 7분간의 휴식을 알리는 징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휴식 시간에 참석자들이 불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사가 연 매출액 600억 달러가 넘는 다국적기업의 임원 모임이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이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외국인들이 많을 것 같다. 물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겠지만, 저자도 덧붙였듯이.

대기업 '오너'들이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외국의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 한국의 기업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역시 외국인을 임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할까?

저자는 분명 한국과 한국 대기업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을 것이다. 한국 회사와 '궁합'이 맞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 휴가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이 1년에 휴가를 닷새밖에 못 써 가면서 한국 회사에서 9년이나 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가 한국 사람, 아니 한국 남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다음 구절에서 잘 드러난다. "가정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아내를 피하려고 많은 한국 남성들이 일요일에 출근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일을 좋아해서 일요일에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들에게 골프가 인기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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