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증권 보고서 주요 부분을 소개한다. 외환위기 우려가 정말로 높은지는 모르지만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반대 논리를 엿볼 수 있다.)
▣ 한국에 대해 무조건 비관하기는 어려운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경상수지이다. 경상수지가 흑자인 국가가 위기를 맞은 적은 극히 드물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가 컸을 때는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왔다. 1985년 이전 한국은 만성적인 대규모 경상(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렸다. 이런 막대한 적자에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방도는 외생변수에 의한 것이었다. 1950년대에는 미국의 무상원조, 60년대는 한일국교정상화 배상금(8억달러), 70년대는 베트남 전쟁 참전 보상금과 물자공급 특수, 80년대는 한일경제협력자금(40억달러) 등을 통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겉으로는 눈부신 성장을 해왔지만, 그 속에는 국민들의 처절한 희생이 담겨있다. 1997년은 과거와 같은 외생변수가 없었고, 여기에 크레딧 문제까지 겹치면서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수출감소보다 수입감소가 더 크기 때문에 발생한 불황형 흑자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흑자는 흑자이다. 이런 현상은 마치 최근 화학기업들과 비슷하다. 매출은 감소하지만, 이익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쌓여가고 있지만, 돈을 벌고 있는 상황에서는 큰 위기 없이 그럭저럭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유입되는 막대한 자금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이탈에도 과거와 같은 큰 어려움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저유가의 혜택이 없다고 불평할 일이 아닌 듯 하다. 저유가 덕분에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외화건전성과 기업 재무구조 역시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은 커진 상태이지만, 경상수지 흑자/CDS 프리미엄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문제의 주범이었던 단기외채 관리 역시 이전보다 크게 건전하게 변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경상수지/GDP도 안정적이고, 순대외채권은 증가하는 가운데, 총외채비율은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대외지급능력은 견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부문 역시 매출이 감소하는 등 경영환경 악화로 성장성은 떨어지고 있지만, 재무구조 안정성은 여전히 안정적인 상황이다. 이는 부채 조정, 자본 확충 등에 힘입은 것이다. 한국 전체기업의 이자보상비율/현금흐름보상비율은 여전히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부채비율 200%이상 위험기업도 감소(13.9%)했고, 차입금의존도(25.3%)도 낮아진 상황이다. 조선업/건설업/해운업을 중심으로 한 업황 부진으로 향후 재무구조가 다소 악화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위험관리가 양호하게 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최근엔 달러 강세기에 한국증시가 좋은 적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달러 움직임과 KOSPI의 PBR은 동행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차트를 통해서 PBR 1배가 rock bottom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런 동행성은 한국 주식시장이 부분 개방된 1992년부터 강해졌고, 완전개방이 된 1998년 5월 이후에는 PBR과 달러가 거의 일치하다시피 한다.
하지만 달러 강세기에도 한국증시의 상승 랠리가 나타난 적이 있다. 바로 1998년 하반기부터 2000년까지 약 1.5년간이다(사실 한국증시 역사상 가장 강한 상승랠리였다). 이때 강한 상승이 나타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외환위기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KOSPI는 1998년 280pt 까지 하락했는데, 1986년 이후 10년만에 최저치였다.
코스피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상승폭이 컸다는 것은 인정되나, 그럼에도 그 폭은 너무 과해 보인다. 왜냐하면 당시 상장 기업실적은 여전히 적자였고 달러 강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2009년 금융위기 이후 반등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그럼에도 상승랠리가 가능했던 것은 IT 버블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버블은 글로벌증시로 뻗어 나갔으며, 한국증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도 미국증시에는 당시와 비슷한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지금도 1999년과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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