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그림은 연간 경제성장률을 5년 단위로 평균을 낸 것이다. 한국은 1990/94년 기간 9%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이후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IMF 전망 기준으로 2015/19년 기간 중 3%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망은 세계 및 신흥국 성장률보다는 낮은 것이지만 선진국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은 것이다. IMF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한국은 이미 선진국 혹은 고소득국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같은 성장률 둔화는 당장 큰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산활동인구(15~64세 인구)는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며 출산율은 여전히 낮다. 이런 가운데 주요 제조업은 수출용 생산기지를 상당 부분 해외로 이전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성장률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복지 확대와 정부 부채에 대한 통제, 그리고 가계부채 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다. 그렇다면 낮은 성장률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것 아닐까?
아래 그림은 세계 및 한국과 일본의 수출 물량 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한국은 2012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세계 전체 수출물량 증가율을 웃도는 실적을 내고 있다. 최근 월간 수출 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다분히 세계적인 석유화학 및 IT 등 주요 제품 가격 하락 때문이다. 더구나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 수출산업이 세계는 물론 한국보다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하지만 물량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2014~2015년 중 일본의 수출물량은 과거보다는 회복세를 나타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엔화 기준으로 발표되는 일본측 수출실적을 과대평가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한편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추세의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 주요 지출항목별 기여도(첫 그림) 및 기여율(둘째 그림)을 살펴 보았다. 성장률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가계지출은 생각보다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2005/09년 기간에는 민간투자(총고정자본형성TCF) 부진이, 그리고 2010/14 기간에는 정부지출(정부소비 및 정부 총고정자본형성) 부진이 각각 성장률을 압박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늘렸던 재정수지 적자를 조정하기 위해 최근에는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낮은 수준이지만 정부 부채나 재정 적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걱정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런 국민들의 걱정에 따라 정부는 재정 지출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도 역할이 제한돼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가계의 평균소비성향 추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전체 평균이나 중간 계층인 3분위 가계 모두 2013년까지 과도하게 낮아져 왔다. 이후 3분위 가계의 소비성향은 회복되기 시작했으나 고소득 가계의 소비성향이 회복되지 못해 전체 평균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다. 가계가 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를 늘리지 않는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미래의 인구 구조 악화, 세계 경제에 대한 확신 부족, 그리고 한국 경제 자체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때문에 가계가 소비보다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즉 국민들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딱히 어떤 결론을 내리기 힘들 만큼 두서없는 글이 됐다. 어차피 하나의 결론을 내려고 쓴 글이 아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결론 삼아 덧붙이자면 한국인들은 고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인구 구조 악화, 세계 수입수요 부진, 원자재 가격 하락, 국내 서비스업 생산성 부진 등 우리에게는 성장을 억제하는 요인이 많다. 우리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요인이 많다. 하지만 생산성 회복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해소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걱정만 한다고 성장을 회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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