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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진정한 셰프가 되려면 칼맛이나 손맛 이상이 필요하다

(※ 일부 내용 수정ㆍ보강함)
(※ 단상이란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을 모아놓은 것이다. 모든 내용은 사견이다.)

전문 요리사, 즉 셰프라는 직업과 상업적 성공을 거둔 셰프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중에 알려진 요리사들은 사연도 다양하고 강점도 서로 다르다. 조리법을 엄격히 따르는 것을 중요시하는 요리사도 있고 이른바 '손맛'이라는 숙달된 감각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요리사는 특별한 사연이 담긴 칼이나 기타 조리기구 등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 요리사라면 웬만한 경륜과 조리법에 대한 지식, 그리고 좋은 조리기구 등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인 요리를 맛있고 감동적으로 먹어 주는 손님이 없다면 진정 휼륭한 요리사라고 할 수 없다. 결국 훌륭한 요리사는 언제나 자신이 음식을 대접하는 대상을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수백년 간 인정받은 조리법을 따르고 대를 이어 전수해 온 손맛을 익히고 세계에 몇 안 되는 칼을 사용해서 만들었더라도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다. 음식을 먹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요리사는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해서도 안 된다. 

(드라마의 한 장면. 사진 출처: http://www.popsugar.com/)

정치나 행정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나는 이런 원리를 떠올린다. 정치나 행정의 결과물인 정책이나 정책 집행의 대상은 국민 개개인이다. 정치인들의 행동이나 정책 결정 등을 보면 과연 정책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을 염두에 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여기서 국민 개개인이라고 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국민'이라는 단어가 국민 개개인을 지칭하지 않고 뭔가 알 수 없는 대상을 지칭하는 빈도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 정당은 매일 매일 여론조사를 신경쓰고 정부는 정책을 결정할 때 이런 저런 여론조사를 근거로 대기도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로 모든 걸 결정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자원을 들여서 선거를 하고 정부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여론조사 결과대로 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미래에 좋은 것만도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경쟁력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올해 140개국 가운데 26위를 기록했다. 작년 발표 때 144개국 중 26위를 기록한 것과 비슷하다. 한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11위를 기록했지만 2012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한국의 경쟁력을 억제하는 부분은 단순해 보인다.

(세계경제포럼 세계경쟁력지수 아시아 주요국 순위(한국보다 높은 국가만 표시) 노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5개국 가운데 한국이 5위나 4위를 기록한 부분임)

거시경제 지표나 기술력 및 대학진학률 등 총량 지표는 대체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결정의 투명성, 회사 이사회의 효용성, 노사 협력 정도, 금융 등에 대한 경쟁력은 다른 부문이나 한국의 경제 규모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기업활동 차원에서 조사한 것인 만큼 절대적이거나 학문적 기준에 따른 분석은 아니다.

(한국이 140개국 가운데 하위 1/3 순위를 차지한 항목들을 정리한 것)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취약성이 해마다 지적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는 한 의원이 한국의 금융 부문 경쟁력이 아프리카 어느 나라보다 못하다고 조롱섞인 지적을 경제 관료에게 하며 어떻게 할 거냐고 큰 소리로 묻는다. 그러나 그 의원은 자신의 경쟁력이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보다 월등히 높게 평가됐다고 생각하는 걸까?

발표되자 마자 웬만한 사람들 눈에도 허점이 수없이 보이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국회의원들이 간과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린 상황이다.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이 많은 사건인데도 어설프게 마무리됐다가 TV 프로그램에서 지적하면 재수사가 이루어져 해결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저 PD를 경찰청장 시키면 되지 않나?'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대단한 국제기구는 아니다. 여기서 발표하는 순위가 높아진다고 국민들이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소득이 늘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필요 이상으로 신경쓰는 것 같이 행동하면서도 정작 남들이 매년 지적하는 문제는 도외시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이제 낯설지 않다. 낯설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이 슬프다.

☞ 세계경제포럼 세계경쟁력지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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