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일대처럼 시니어들이 주로 찾는 장소들이 있다. 그러나 명소로 불리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시니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은 대중들에게 큰 인기가 없고, 시니어들 스스로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스가모 시장은 어떻게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2014년 10월 현재 고령인구의 비중이 26.0%에 도달했다.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고령자들이 차지할 전망이다. 따라서 경제력이 있는 시니어들이 마케팅의 화두일 수밖에 없으며, 그 일례로 스가모 시장 상인들은 시니어의 소비 패턴을 연구해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스가모 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스가모 시장은 시니어에 대한 다양한 배려가 스며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가모 시장은 현지에선 ‘시니어들의 하라주쿠’로 불린다. 하라주쿠는 도쿄 내에서 젊은이들의 패션 거리로 유명한 지역이다. 스가모 시장은 시니어의 거리답게 큼지막한 글씨가 새겨진 안내판이 먼저 눈에 띈다.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는 큰 글씨의 가격표와 잠시 쉴 수 있도록 거리 곳곳에 배치한 의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전통 과자(센베이)와 건강식품, 내복 등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팔고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시니어가 대다수이다. 스가모 시장은 시니어의 쇼핑에 최적화한 환경으로 조성돼 인기가 많다. 연간 9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였다.
두 번째로 다양한 상품군을 들 수 있다. 시니어들이 많이 사용하는 돋보기, 지팡이, 내복, 건강상품, 밑반찬 등이 즐비하다. 각 상품별로 종류도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또한 고령자들을 배려하여 가발가게, 안마의자에서 안마를 받을 수 있는 가게도 있으며, 장례관련 기구들을 판매하는 가게, 노인홈 및 개호와 간호관련 상담을 무료로 해주는 점포도 있다.
세 번째로 단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다. 고령소비자들이 상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점포내 가격이 모두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1,000엔샵 및 100엔삽이 있으며, 여성의류 매장의 모든 상의의 가격이 980엔으로 동일한 가격인 가게도 있다.
네 번째로 시니어의 신체적 조건을 고려하면서도 미적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돋보기 안경, 손돋보기(확대경), 지팡이 등에 보석을 박거나 꽃무늬 프린팅을 통해 화려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는 제품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시니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물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옛날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말린 뱀이나 말린 거북도 판매하고 있고, 직접 칼을 갈아주거나 칼갈이, 다양한 종류의 손질가위와 칼을 판매하는 노점도 있으며, 벼룩시장처럼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노점, 옛날 우표와 동전, 아날로그 라디오, 상아로 만든 소품 등을 판매하는 노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스가모 시장은 시니어들에게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면서도(향수 자극), 시니어의 신체적 특징을 배려하고(글씨가 큰 간판과 거리의자) 있고, 단일한 가격을 제시하여 시니어 소비자들이 쉽게 점포 안에 들어와 물건들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멋스러움을 포기하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을 상품에 구현하고 있다. 스가모 시장은 시니어 소비자들이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쇼핑하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가모 시장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향후 우리나라에도 시니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주 찾을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지자체 단위의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고령자들도 옛날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세대들이다. 따라서 시니어들의 기피대상이 아니라 시니어들이 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다양할 즐길 거리가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나라 지자체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최숙희 한양사이버대학교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가 미래에셋은퇴연구소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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