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우리 가계의 자산 구성을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금융자산 비중이 매우 낮고 실물자산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고령화 시대의 노후 대비를 위해 가계의 금융자산 축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가계의 저축 증가와 소비성향의 하락을 유발함으로써 취지와는 달리 소비 부진의 심화와 경제 활력의 저하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이처럼 노후 대비라는 장기적 목표와 소비 부진이라는 단기적 부작용 간의 딜레마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 구성의 특수성에 적합한 노후 대비 모델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즉 가계의 추가적인 금융자산 축적을 적극 유도하기보다는 이미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물자산의 연금화 방안으로서의 주택 연금의 중요성이 재인식되어야 하며, 주택연금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와 관습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가계의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낮으며, 대신에 실물자산, 즉 부동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말 기준으로 보면,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26.8%로 미국(70.1%), 일본(61.6%), 영국(52.2%), 호주(39.4%) 등의 주요국들에 에 비해 크게 낮다. 금융자산의 축적이 결국 가계의 저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이는 현재 우리 가계의 저축률이 3%대로 꽤 낮아져 있다는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가계의 저축률은 과거의 고성장기에는 매우 높았다. 1980~2000년 동안 가계의 저축률은 연평균 18% 수준이었으며, 1990년에는 25%로 소득의 1/4을 저축하기도 하였다. 과거 가계의 자산 구성에 대한 통계의 부족으로 인해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두자릿수의 고금리 하에서 이정도로 높은 가계저축률을 유지했다는 것은 가계가 상당한 규모의 금융자산을 축적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이처럼 낮아지고 대신에 실물자산 비중이 높아진 것은, 아마도 2000년대를 지나면서 가계의 금융자산이 주택구입 등을 통해 실물자산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원인과 과정에 대한 분석을 일단 별개로 하면, 현재 우리 가계의 자산 구성에서 금융자산이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몇가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자산의 상당부분이 유동성이 낮은 실물자산에 묶여있기 때문에 가계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금융자산의 축적이 부족한 탓으로 저성장과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노후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면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고 실물자산 비중을 낮추려면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실물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는 방법인데, 이는 가계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의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가계의 절대적인 자산 규모가 축소됨으로써 가계의 재무구조와 내수 경기가 크게 악화되고, 나아가 금융부실의 확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방안이기도 하다.
둘째로는 실물자산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가계가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함으로써 금융자산의 축적을 가속화하는 방안이다. 우리 정책당국은 바로 이러한 둘째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관련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 소장펀드(소득공제장기펀드)에 이어 조만간 실시 예정인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제도 등은 세제 혜택을 통해 가계의 금융투자 확대를 유도하고자 하는 정책들이다. 또한 최근에는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라는 구호 아래 연금제도 개선 등의 다양한 과제들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투자의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은 당연히 필요한 과제들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정책들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가계의 금융투자, 즉 저축의 확대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바로 그만큼 가계소비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이다.
수년 전부터 우리 경제의 만성적인 저성장 징후 중의 하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소비 부진, 달리 표현하자면 소비성향의 하락이다. 물론 가계소득의 증가 자체가 부진한 것도 문제이지만, 수년 전부터 가계의 소비증가율은 소득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성향의 지속적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수지 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가계의 소비성향은 2010년 77.3%로 단기 정점에 도달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4년에는 72.9%의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2015년 3분기 기준으로는 71.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2010년 21.4%에서 2014년 26.8%로 상승하였는데, 금융자산 중에서의 비중을 보면 주식, 채권, 펀드 등의 투자상품 비중은 29.8%에서 25.7%로 오히려 다소 하락한 반면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은 24.4%에서 31.5%로 상승하였다. 즉 소비성향이 하락한 바로 그 기간 동안에, 저축의 상당 부분은 노후 대비를 위한 보험 및 연금의 형태로 금융자산으로 축적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노후 대비를 위한 금융자산 축적이라는 중장기적인 과제가 단기적으로는 저축 증가로 인한 소비 부진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노후 대비의 중요성이라는 중장기적으로 정당한 과제가, 지속적인 소비 부진의 요인들 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계의 저축이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됨으로써 경기부진에 빠지지 않고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에서는 국내의 생산적 투자기회가 부족한 탓으로 축적된 연금자산의 해외투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등 가계의 저축이 국내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수요부진으로 귀결되고 있어서 문제다.
이러한 딜레마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노후 대비의 원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청장년기에 자산을 축적하고, 축적된 자산을 은퇴 이후에 연금화하여 소비생활에 사용하는 것이 노후 대비의 기본적인 관념이다. 그런데 청장년기의 자산 축적이 반드시 금융자산 형태로 진행될 필연성은 없다. 우리 경제에 고유한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가계의 자산이 주로 실물자산 형태로 축적되어 있다면, 노후 대비를 위해 추가로 금융자산을 축적하려고 하기보다는 이미 축적되어 있는 실물자산을 은퇴 이후에 연금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주택연금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 방식이다.
현재 우리의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 하에 금융회사의 주택연금대출이 실행되는 구조로서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 여력에 의해 제한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 즉 후손에 대한 증여의 대상이라는 통념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는 주택연금의 지급보증 참여기관 다양화, 금융회사의 독자적인 주택연금실시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뿐만 아니라, 주택을 후손에 대한 증여와 상속의 대상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고령화 시대 노후생활을 위한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논의는 가계의 자산축적 및 운용 방식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일부 선진국의 사례를 이상적인 모델로 간주하는 것이 곤란함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축적 수준과 연금가입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사적 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 정도로 OECD 등 국제기구의 권고비율(40%)에 한참 못미치기 때문에 연금 등을 통한 금융자산 축적을 더욱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주장대로 가계의 노후대비용 저축이 늘어날 경우, 당장 가계의 금융자산 축적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가계의 저축률은 더욱 높아지고 소비성향은 더욱 낮아질 것이며 이에 따라 소비 부진은 더욱 심화되면서 결과적으로는 노후 대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금융자산의 추가적 축적 뿐만 아니라 이미 축적되어 있는 실물자산(주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후 대비의 한국적 모델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물경제의 저성장과 고령화 시대에 직면하며, 우리 가계 자산 구성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성장 시대의 선진국 사례를 이상적 모델로 간주하여 가계의 추가적인 금융자산 축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그 의도와 달리 실물경제의 활력을 더욱 저하시키면서 저성장 기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우리 경제와 가계가 처한 상황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노후 대비 모델을 만들어내고, 청장년기에 축적된 실물자산의 연금화 과정에서 금융부문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적극적 고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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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계의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낮으며, 대신에 실물자산, 즉 부동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말 기준으로 보면,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26.8%로 미국(70.1%), 일본(61.6%), 영국(52.2%), 호주(39.4%) 등의 주요국들에 에 비해 크게 낮다. 금융자산의 축적이 결국 가계의 저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이는 현재 우리 가계의 저축률이 3%대로 꽤 낮아져 있다는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가계의 저축률은 과거의 고성장기에는 매우 높았다. 1980~2000년 동안 가계의 저축률은 연평균 18% 수준이었으며, 1990년에는 25%로 소득의 1/4을 저축하기도 하였다. 과거 가계의 자산 구성에 대한 통계의 부족으로 인해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두자릿수의 고금리 하에서 이정도로 높은 가계저축률을 유지했다는 것은 가계가 상당한 규모의 금융자산을 축적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이처럼 낮아지고 대신에 실물자산 비중이 높아진 것은, 아마도 2000년대를 지나면서 가계의 금융자산이 주택구입 등을 통해 실물자산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원인과 과정에 대한 분석을 일단 별개로 하면, 현재 우리 가계의 자산 구성에서 금융자산이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몇가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자산의 상당부분이 유동성이 낮은 실물자산에 묶여있기 때문에 가계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금융자산의 축적이 부족한 탓으로 저성장과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노후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면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고 실물자산 비중을 낮추려면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실물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는 방법인데, 이는 가계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의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가계의 절대적인 자산 규모가 축소됨으로써 가계의 재무구조와 내수 경기가 크게 악화되고, 나아가 금융부실의 확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방안이기도 하다.
둘째로는 실물자산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가계가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함으로써 금융자산의 축적을 가속화하는 방안이다. 우리 정책당국은 바로 이러한 둘째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관련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 소장펀드(소득공제장기펀드)에 이어 조만간 실시 예정인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제도 등은 세제 혜택을 통해 가계의 금융투자 확대를 유도하고자 하는 정책들이다. 또한 최근에는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라는 구호 아래 연금제도 개선 등의 다양한 과제들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투자의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은 당연히 필요한 과제들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정책들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가계의 금융투자, 즉 저축의 확대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바로 그만큼 가계소비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이다.
수년 전부터 우리 경제의 만성적인 저성장 징후 중의 하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소비 부진, 달리 표현하자면 소비성향의 하락이다. 물론 가계소득의 증가 자체가 부진한 것도 문제이지만, 수년 전부터 가계의 소비증가율은 소득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성향의 지속적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수지 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가계의 소비성향은 2010년 77.3%로 단기 정점에 도달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4년에는 72.9%의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2015년 3분기 기준으로는 71.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2010년 21.4%에서 2014년 26.8%로 상승하였는데, 금융자산 중에서의 비중을 보면 주식, 채권, 펀드 등의 투자상품 비중은 29.8%에서 25.7%로 오히려 다소 하락한 반면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은 24.4%에서 31.5%로 상승하였다. 즉 소비성향이 하락한 바로 그 기간 동안에, 저축의 상당 부분은 노후 대비를 위한 보험 및 연금의 형태로 금융자산으로 축적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노후 대비를 위한 금융자산 축적이라는 중장기적인 과제가 단기적으로는 저축 증가로 인한 소비 부진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노후 대비의 중요성이라는 중장기적으로 정당한 과제가, 지속적인 소비 부진의 요인들 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계의 저축이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됨으로써 경기부진에 빠지지 않고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에서는 국내의 생산적 투자기회가 부족한 탓으로 축적된 연금자산의 해외투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등 가계의 저축이 국내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수요부진으로 귀결되고 있어서 문제다.
이러한 딜레마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노후 대비의 원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청장년기에 자산을 축적하고, 축적된 자산을 은퇴 이후에 연금화하여 소비생활에 사용하는 것이 노후 대비의 기본적인 관념이다. 그런데 청장년기의 자산 축적이 반드시 금융자산 형태로 진행될 필연성은 없다. 우리 경제에 고유한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가계의 자산이 주로 실물자산 형태로 축적되어 있다면, 노후 대비를 위해 추가로 금융자산을 축적하려고 하기보다는 이미 축적되어 있는 실물자산을 은퇴 이후에 연금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주택연금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 방식이다.
현재 우리의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 하에 금융회사의 주택연금대출이 실행되는 구조로서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 여력에 의해 제한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 즉 후손에 대한 증여의 대상이라는 통념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는 주택연금의 지급보증 참여기관 다양화, 금융회사의 독자적인 주택연금실시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뿐만 아니라, 주택을 후손에 대한 증여와 상속의 대상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고령화 시대 노후생활을 위한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논의는 가계의 자산축적 및 운용 방식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일부 선진국의 사례를 이상적인 모델로 간주하는 것이 곤란함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축적 수준과 연금가입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사적 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 정도로 OECD 등 국제기구의 권고비율(40%)에 한참 못미치기 때문에 연금 등을 통한 금융자산 축적을 더욱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주장대로 가계의 노후대비용 저축이 늘어날 경우, 당장 가계의 금융자산 축적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가계의 저축률은 더욱 높아지고 소비성향은 더욱 낮아질 것이며 이에 따라 소비 부진은 더욱 심화되면서 결과적으로는 노후 대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금융자산의 추가적 축적 뿐만 아니라 이미 축적되어 있는 실물자산(주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후 대비의 한국적 모델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물경제의 저성장과 고령화 시대에 직면하며, 우리 가계 자산 구성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성장 시대의 선진국 사례를 이상적 모델로 간주하여 가계의 추가적인 금융자산 축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그 의도와 달리 실물경제의 활력을 더욱 저하시키면서 저성장 기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우리 경제와 가계가 처한 상황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노후 대비 모델을 만들어내고, 청장년기에 축적된 실물자산의 연금화 과정에서 금융부문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적극적 고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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