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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한국은행의 은행자본확충펀드 언급과 그 의미

(※ SK증권 보고서 내용 중 일부)

▣ 2008년 시행했던 은행자본확충펀드가 뭐길래?

이주열 총재는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자금 확충 대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제시했다.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출자보다는 대출을 통한 원금 회수의 가능성에 대해서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자본확충펀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미 진행되었던 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2009년부터 은행이 기업부문에 자금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20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계획했다. 20조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펀드는 한국은행이 10조원정도 대출형식으로 지원하고, 기관 및 일반투자자가 8조원을, 산업은행이 2조원 정도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조달된 20조원은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권 등을 인수하고, 이 중 후순위채권을 중심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었다.

결론적으로 은행권 스스로 실물경제 지원과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자본여력의 후선 보강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펀드 운영의 기본 원칙은 자금운용 용도를 실물지원 및 구조조정 지원으로 의무화하고 경영권 관여는 배제했다. 더불어, 자금 용도는 실물지원과 구조조정지원으로 정했다. 더불어, 일반은행 또는 은행지주회사와 기업은행, 농협, 수협등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한도를 부여하고 요청에 따라 필요 시 지원하는 원칙을 세웠다.


▣ 2008년 자본확충펀드 결과

다만, 이 같은 계획은 자금 모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투자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 조성액은 계획된 금액인 20조원에 못 미치는 4.3조원에 그쳤다. 구조를 살펴본다면 자산관리공사는 산은으로부터 7천억원을 빌려 SPC를 설립했고, 산은은 한국은행에 담보를 제공한 이후 한은으로부터 추가적으로 대출받은 3.6조원을 재차 특수목적회사에 대출했다.

자본확충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은행의 입장에서도 큰 실익이 없었다. 정부는 은행자본확충펀드 설립 이전인 2008년 9월 말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자 동년 12월 초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2009년 1월 말까지 12%로 높일 것을 강조했고, 국내 은행은 2008년 12월 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2.2%로 맞췄다. 그 결과 몇몇 대형은행들은 구조조정 시 자본확충펀드의 도움 없이도 자립경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오히려 부작용도 나타났다. 자립경영이 가능해진 일부 은행들이 펀드신청을 외면하면서,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신청한 은행들이 오히려 시장에서 부실은행으로 간주되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은행자본확충펀드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 등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꺼리는 은행에게 자력으로 자본확충을 유도하기 이전에 펀드 조성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은행의 자본확충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더불어 자본확충펀드를 신청을 했던 은행들의 입장에서도 이후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6~7%에 달했던 자본확충펀드의 금리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자본확충펀드의 고금리는 은행의 주요조달원인 예수금 평균 금리뿐만 아니라 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대출금 평균 금리를 상회하면서 역마진 현상을 초래했다.

이에, 시중 은행들로서는 1차 자본확충펀드 지원 후 2차 지원에 참여할 메리트는 낮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신종자본증권의 형태로 조달했던 자금들이 바젤3 기준에 따라 기본자본에서 배제되면서 은행권은 조기상환을 시행한다.

▣ 2008년 당시와 2016년 현재의 3가지 차이점

물론 당시와 현재 상황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금의 자본확충펀드가 2008년의 사례와 다른 점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재원확충의 경로 및 규모의 차이이다.

2008년 당시 지원 대상은 시중 은행들이었고, 시중은행들은 다양한 조달 방식을 통해서 당시 은행자본확충 펀드보다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국책은행들은 과거 시중은행들과 다르게 조달의 주체가 특수하다(산은의 경우 정부, 수출입은행은 정부 + 한국은행). 시중 은행과 다르게 증자 등의 방법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가 한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필요한 조달 규모도 2008년 당시 시중 은행들에 비해서 크다. 채권 발행 등을 통한 시장 충격이 크다. 산업은행은 BIS 자기자본비율은 아직까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익스포져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충당금이 2.6조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수출입 은행인데, 수출입은행은 조선/해운 분야 익스포져 충당금과 BIS 자기자본비율 확충 두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까지 3.7조원 정도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은 역시 수출입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이는 산은이 수출입은행의 3대 주주(12.99%)이기 때문이다. 과거 은행자본확충 펀드를 통해 지원된 자금은 4조원 미만이었다.
두 번째로는 자본확충펀드 구조의 차이이다.

국책은행 자체가 지원 대상이기 때문이다. 자금 지원의 주체가 국책은행인 상황에서 2008년 과거와 같은 구조로 펀드를 조성할 경우에는 산은이 펀드에 돈을 대주고 그 돈으로 자신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매입하는 모양이 된다. 펀드 조성을 위해서는 과거 산은의 역할을 해 주었던 기관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 번째로는 은행자본확충펀드가 현재 국책은행 이슈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자본확충펀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는 두 가지이다. 일단, 수출입은행의 경우는 현행법상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없다. 다만, 이는 은행업 감독규정 변화를 통해서 발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더불어 코코본드는 보통주가 아닌 보완적 성격의 자본이다. 그런데 은행들은 매년 0.625%씩, 오는 2019년까지 보통주의 형태로 총 2.5%의 자본보전완충자본을 쌓아야 한다. 코코본드의 형태로 지원되는 펀드 자금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 결론 : 구조조정 재원 마련의 합의 소식은 추가 정책 금리 인하의 신호탄

이후 이슈 페이퍼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으나, 분명한 사실은 최근 논의된 은행자본확충펀드 역시 현재까지 논의되었던 국책은행 자금 지원 중 한 가지 방법일 뿐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논의된 자금지원 방안은 1) 정부의 자금 지원 2) 한국은행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3) 특수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4) 특수채의 RP 대상 증권 포함 등으로 요약 가능). 특히 앞서 논의되었던 4가지 안 중 3번째 안을 좀 더 구체화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형 구조조정이라는 화두로 시작된 논의는 결론적으로 과거 선진국의 QE 논쟁과 다르게 시중 유동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QE는 제로금리 상태에서, 국채나 다른 자산을 사들이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한국형 QE에 대한 논란은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방법론적 논의이지, 시중 전체의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떤 형태로 특수 은행에 자금이 공급되더라도, 이는 시중에 풀리는 본원 통화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부채 부실화에 대비한 충당금, 즉 예비적 자금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지금의 논의들이 구조조정의 자금 및 손실에 대한 책임 분담이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당초 입장에서 물러서 추경에 대해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한국은행은 은행자본확충펀드에 대한 대안을 내놓으며 구조조정에 대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논의는 다양할 수 있으나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의지는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한국형 양적완화의 이슈가 유동성의 형태로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 영향이 제한적이고, 시장의 방향성 역시 바꾸지 못할 재료라고 판단된다. 중기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가계와 기업 분야의 디레버리징이 동시에 진행될 때 나타나는 경기의 하방 압력과 통화 정책의 역할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진행을 위한 비용 분담 및 지원 논의에 있어서 얻을 수 있는 함의는 명료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역할이 명확해 졌을 때, 한국은행이 언급했던 통화 / 재정 / 구조조정이라는 정책의 삼위일체 신호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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