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경제경영연구소가 운영하는 디지에코 사이트에 소개된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 전기차와 커넥티드카의 상관관계
전기차를 소개할 때 항상 같이 언급되는 기술이 무인자율주행기술과 커넥티드카 개념이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기존 내연기관을 이용한 자동차보다 전기차가 이러한 기술을 접목하기에 유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인자율주행기술과 커넥티드카 개념은 하드웨어적인 기술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심이다. 소프트웨어의 명령을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에 전달해야하는 과정에서 내연기관을 이용한 자동차는 다시 기계식 장치로 변환해야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쉽게 말해서 Digital-Analog 변환기가 필요한 셈이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소프트웨어 명령을 변환없이 모터 제어장치에 전달이 가능하다. 그래서 전기 모터를 이용한 전기차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소프트웨어에 반응하게 되며, 오류의 발생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다. 과거의 전기차는 배터리를 이용한 주행이 목적이었지만, 현재의 전기차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효율의 극대화가 핵심이다.
쉬운 예로 테슬라 모델들은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업데이트와 같이 주기적으로 자동차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한다.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업데이트를 통해서 성능과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데스크탑 컴퓨터와 같이 표준 인터페이스 단자를 통해서 하드웨어적인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결국 전기차는 바퀴가 달린 스마트 디바이스인 셈이다. 과거 피쳐폰과 스마트폰을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이 개방형 운영체제와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외부의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고,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테슬라 전기차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사물인터넷에서 얘기하는 커넥티드카의 요건을 충족시킨다. 커넥티드카의 핵심 기술은 운영체제와 네트워크다. 애플 구글과 같은 모바일 운영체제를 보유한 기업들이 커넥티드카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애플은 테슬라의 주요임원을 영입하였다.
애플이 직접 자동차를 만들지, 아니면 기존 자동차업체들에게 커넥티드카를 위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만 공급할지는 알 수 없지만, 커넥티드카 산업의 주도권은 기존 자동차업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동안 스마트자동차 또는 지능형자동차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스마트자동차 개념은 첨단의 컴퓨터·통신·측위기술 등을 이용하여 자동으로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말한다.
GPS 시스템과 지도를 기반으로 목적지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센서 및 비디오카메라 등을 통해서 상황을 인식하는 기술들이 필요하며, 많은 생산비용과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자동차의 목적을 보다 세분화해서 무인자율주행기술로 국한시켜서 사용된다. 무인자율주행기술의 한계는 자동차가 수집할 수 있는 측위정보와 자동차에 장착된 센서만을 이용해서 주행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위급한 상황에서 자체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이 판단의 기준이 많은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올해 2월 캘리포니아에서 시험주행이던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버스와 충돌사고가 발생하였다. 고속도로 주행과 달리 시내 주행은 수많은 도로상황에 따른 변수가 존재한다.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에서 뒤에서 다가오는 차가 없을 때 차선을 바꿔야 된다면, 영원히 차선변경을 못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운전자의 경우 끼어들기를 시도할 경우 뒷차의 양보를 기대하고 차선 진입을 하게 되고, 사고의 발생시 일정 부분의 책임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자율주행자동차가 이러한 경우 어떤 판단을 내려야할지에 대해서 자동차의 주인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문제를 가지게 된다. 일명 ‘끼어들기’ 딜레마에 봉착한 셈이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통적인 윤리문제에 사용되는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다.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언급되면서 유명해진 딜레마인데, 자율주행자동차가 트롤리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영원히 상용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심각한 위급상황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으면 행인 10명이 죽을 수 있고, 갑자기 핸들을 꺽는다면 운전자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자동차는 어떤 판단을 해야 될 것인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는 이와 관련해 "자율주행자동차가 누군가를 죽이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Why Self-Driving Cars Must be Programmed to Kill.)"라는 논문이 실렸다. 위급상황에서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되는 시점에 자율주행자동차는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기준으로 움직여야 한다.
보편적인 윤리문제라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지만, 자율주행자동차의 주인은 운전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설계된 자동차를 구매하고자하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만약 주인을 살리도록 설계되었다면 이 기업은 비윤리적 기업으로 지탄을 받게 될 것이고, 다수를 살리도록 설계되었다면 고객은 자신의 죽음을 담보로 하는 이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완전한 기술을 가지게 되는 시점은 모든 자동차들이 커넥티드카 기능을 보유하게 된 시기와 비슷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서 수집된 정보 뿐만 아니라 도로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를 통해서 수집된 정보를 자동차와 상호 통신이 가능한 시점이 되면 위급한 사항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에서 얘기하는 커넥티드시티(Connected City) 개념이 커넥티드카 기술과 결합해야 된다.
■ 커넥티드카에 대한 규제와 정책 그리고 미래
커넥티드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기차 대중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라고 해서 커넥티드카 기술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결국 과도기적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유럽 선진국들이 전기차 확산에 주력하는 이유는 강력한 친환경정책의 영향이 크다.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문제로 인하여, 많은 국가들이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해서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의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를 비롯한 11개 주는 무공해차량 의무 판매 비중을 2020년까지 22%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2018년부터는 HEV가 무공해차종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현재까지는 HEV도 무공해차량이 혜택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PHEV와 BEV만 적용된다..
전기차의 천국이라 불리는 노르웨이의 경우 전기차 구입시 차 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등록세 감면, 유료도로 통행료 감면, 부가세 면제, 버스 전용차선 진입 허용, 하루 6~16시간 무료 주차 및 무료 충전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보조금 지원 차원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여 전기차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 모델3 예약판매 때문에 미국과 국내에서도 보조금에 대한 이슈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경우 연방정부 보조금이 최대 7,500달러와 그리고 각주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이 약 2,500달러 지원을 받을 경우 약 1200만원 정도가 할인받은 셈이 되는데, 문제는 현재 연방정부 정책이 제조사당 최대 20만대까지만 지원하도록 되어있어, 단기간에 예산이 소진될 경우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은 테슬라 모델3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부터 이기 때문에,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서 미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펼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보조금 관련해서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현재 국내의 경우 국비 1200만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300만~800만원이 지원되어 2000만원 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테슬라 예약주문 때문에 정부부처에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테슬라 제품이 국내에 들어올려면 2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르웨이 사례에서 보듯이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지자체와 환경관련 부처의 노력없이는 고가의 전기차가 쉽게 대중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조금 이슈와 함께 충전소 보급도 당면한 과제다. 미국처럼 개인 차고지가 보편화되지 않은 국내 사정을 고려할 때 가정에서 충전하기에도 불편한 환경이다. 그래서 다른 국가들보다 충전소 문제는 더 심각하다. 현재 주유소에 충전소를 병행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지만, 기존 주유소 입장에서 충전소는 심각한 경쟁사이기 때문에 병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충전소 보급율을 높여야한다.
최근에 KT와 정부가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소 1만개 만드는 협력안을 체결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설치가 이루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불어 충전시 요금도 현실화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 충전요금은 미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서, 디젤이나 LPG 대비 대체 효과가 크지 않다. 지금 수준의 충전 요금이라면 BEV는 커녕 PHEV도 현실적이지 않은 수준이다. 테슬라 같이 태양광을 활용한 충전소 보급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스마트그리드 정책과 연계하여 충전요금을 혁신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전기차 대중화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현재 기술의 발전 방향을 고려할 경우, "전기차 = 커넥티드카" 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의 장점인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커넥티드카의 발전과 일치하게 된다. 향후 전기차는 스마트폰의 뒤를 잇은 새로운 세컨드디바이스로서 지위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세컨드디바이스 후보였던, 태블릿PC·스마트워치·웨어러블디바이스 대비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되어 있다. 다만 기존 후보 대비 ‘항시성’이란 측면에서 출퇴근 자가운전자를 제외하면 사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커넥티드카는 AR(증강현실)같은 디스플레이 기술 및 스마트워치 및 웨어러블을 통합 입출력 인터페이스와 쉽게 결합될 것이다. AR은 다양한 센서들과 결합되어 운전을 보조하는 스마트 네비게이션 역활을 하게 될 것다. 네트워크 관점에서 보면 사물인터넷에서 언급되는 커넥티드시티와 상호연계되어 도시와 공공장소에서 하나의 객체로서 커넥티드카가 다루어지게 될 것이다. 플랫폼 관점에서는 커넥티드카를 위한 운영체제를 누가 선점하게 될 것인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기존 모바일 운영체제를 보유한 애플과 구글이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의 행보에 따라서 다양한 반전이 예상된다. 초기에는 판매량에서 압도적인 테슬라의 플랫폼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되겠지만, 기존 자동차 업계와 플랫폼 기업들의 합종연횡에 따라서 강력한 연합군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플랫폼의 역활은 단순한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에 국한되지 않으며, 사용자의 운전패턴과 도로교통량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자동차 주행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커넥티드카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테슬라가 모델3를 통해서 전기차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만큼 생각보다 빨리 커넥티드카의 미래가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에 대한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을 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 없이는 커넥티드카로서의 경쟁력은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2차전지 기술에 대한 협력만큼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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