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리 우즈(Ngree Woods) 옥스퍼드대학교 블라바트닉 행정대학장이 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글을 번역해 공유한다. 일부분은 약간의 의역이 포함돼 있다. 기고문 원문 제목은 『Confronting the Global Threat to Democracy』이며 기고문 원문 링크는 맨 아래 공유한다.)
세계화(globalization)의 어두운 면으로부터 일반 대중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우며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스트 세력들이 유권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기득권층은 가진 자들을 보호하느라 일반 시민을 보호할 여력이 없을 뿐더러 세계화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포퓰리스트들은 주장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화는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2007년까지 세계화 물결은 아시아 호랑이 경제국들과 BRICS 국가들의 성장을 촉진시켰으며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도 높은 성장이 달성됐으며 선진국 경제도 호황을 누린 것이 맞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고소득국은 긴축적인 재정정책을 펴고 있으며 아시아 주요국 성장은 둔화되고 있고 BRICS 진영에서도 발전이 정체돼 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는 다시 빚에 허덕이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일반 시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에마뉴엘 사에즈와 가브리엘 주크먼의 공동연구 결과 미국에서 부의 불평등 정도는 20세기 초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으며 재산 상위 1% 가구가 미국 전체 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영국 국립통계기관(ONS)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재산 상위 10% 가구가 전체 가계의 부의 증가분 총량 가운데 45%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7월 이후 상위 10% 가구의 재산 증가 속도는 하위 50%의 재산 증가 속도보다 3배나 빨랐다.
나이지리아의 사례를 보자. 나이지리아는 2000년 이후 연평균 7%에 달하는 높은 성장을 달성했다. 그에 따라 남서부 지역의 빈곤은 완화됐지만 보코 하람 극단주의 집단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북동부 지역의 경우 충격적인 수준의 부의 불평등 및 빈곤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에서 이집트,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문제가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경제적 불평등 뿐이 아니다. 대중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 역시 세계화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반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은 부유층이 부유해지는 이유가 그들이 일반 대중이 지키는 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이해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상위 계층의 배임(背任)행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아마존, 스타벅스, 구글 같은 거대 기업들이 지난 2013년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으며 영국 정부는 세금 탈루와 포탈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계 주요 8개국 회의에 제안해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15년 감사 결과 나이지리아 국영 석유 회사가 석유 판매 대금 가운데 약 200억달러를 당국에 입금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런 문제는 이제 제도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올해 파나마 페이퍼스 서류가 유출되면서 세계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해외 비밀 법인을 통해 금융 및 세무 당국의 눈길을 피해 온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최근 몇년 사이 공공연하게 법을 위반했다가 대형 글로벌 은행들이 막대한 벌금 처분을 받은 것도 역시 전례 없는 일이다.
이렇게 부유층에 의한 비리 사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났지만 일반 시민들 눈에는 아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감옥에 간 은행 경영진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당시 위기를 촉발한 배후에 있었던 많은 대형 은행 경영진들은 감옥에 가는 대신 로열스코틀랜드은행(RBS)의 CEO였던 프레드 구드윈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구드윈은 CEO로 재직하면서 241억파운드(342억달러)의 손실을 냈으나 아무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퇴임하면서 막대한 연금을 받았다. 지난 2015년 9월 50만파운드 규모의 도박빚을 진 혐의로 3명의 자녀를 둔 남성이 수감된 것처럼 일반 일반시민들은 그런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들만 봐도 기득권에 대한 저항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점점 거세지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런 저항운동은 기존 제도가 일반 시민들의 정당한 몫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박탈감에 대한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저항운동 세력들은 각종 선거 결과를 이익집단들이 "매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많은 법적 및 제도적 규칙들이 부유층에 유리하도록 짜여져 있다고 주장한다. 실례로 대형 기관이 아니면 충족시킬 수 없는 은행 규정이 시행된다든지 투자 계약이 비밀리에 체결된다든지 하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각국 정부는 세계화와 부유층에 압도당하기까지 수수방관했다. 세계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고 책임감 있는 기업인과 기업들이 필요하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고 효과적인 전세계적 협력이 필요하다. 지난 1930년대에도 주요국 정부간 협력이 실패하면서 세계화가 파국적인 중단을 맞았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심하게 잘 짜여진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인 끝에 비로소 세계 경제를 개방하고 세계화를 다시 추진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많은 나라들이 무역을 자유화하면서도 일부 자본 통제를 채택함으로써 "핫머니"가 급속히 몰려왔다가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할 수 있었다. 각국 정부는 성장의 과실을 고급 교육, 의료, 복지제도에 재투자함으로써 일반 대중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해 왔다. 이렇게 정부가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거기에 투입된 재원도 늘어나게 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자 선진국 정부 및 재계 지도자들은 안이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게 되어 있으며 자제력이 있어서 가만히 두어도 경제성장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맹신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차입금융(leveraged financial)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는 피할 수 없는 파국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불행하게도 각국 정부는 스스로 고삐를 풀어 준 세력에게 다시 고삐를 채울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고 기업(가)들은 자신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된 사회의 안녕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을 잊어버린 상태였다.
세계화는 반드시 정치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우리는 2016년 오늘 다시 배우고 있다. 세계화를 제어하는 목적은 승자의 승리를 막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든 눈속임으로 승자가 될 수 없으며 승자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다. 부패한 정치인과 부패한 기업가가 결탁할 여지를 없애야 한다.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가)들은 시민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상황을 유지시키기 위한 가시적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시민사회로부터 일종의 "영업 면허"를 획득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각국 정부는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들을 멀리 해야 한다. 정부 내부의 조직도 혁신해 어느 세력에도 편파적이지 않다는 인정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량과 법률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공조가 필수적이다. 세계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는 강력한 공조를 통해 세계화를 잘 관리할 수 있다.
기고문 원문: http://prosyn.org/zmw7aKM
NGAIRE WOODS
Ngaire Woods is Dean of the Blavatnik School of Government and Director of the Global Economic Governance Program at the University of Oxford.
〓 〓 〓 〓 〓 〓 〓 〓 〓 〓 〓 〓 〓 〓 〓
= = = =
= = =
▶블로그 검색◀
▶최근 30일간 인기 글◀
-
현재 모든 경제 논의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을 위시한 최근의 기술 혁신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혁신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과거에 보지 못한 대대적인 공급과잉을 맞을 것이며 수요가 빨리 창출되지 못하는 가운데...
-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 발전과 생성형 AI 등장으로 인해 방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해지며,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이 국가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도 IT 데이터센터라는 시설은 있었으나, AI용 데이터센터는 "대규...
-
미국 백악관 디지털자산실무그룹(데이비드 삭스 의장 포함 13인으로 구성)은 지난 7월30일 향후 추진 방향 및 구체적 권고사항을 다룬 ‘디지털 금융기술 분야의 미국 리더십 강화(Strengthening American Leadership in Digi...
-
파이낸셜타임스의 오피니언 페이지에 8월24일 게재된 "Beware populist economics"라는 글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포퓰리즘은 보통 대중연합주의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그 정의는 듣기로는 그럴듯하지만 얼른 이해되지 ...
-
통계는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관한 진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관한 논의를 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만큼 정확하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통계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 통계도 정확성은 ...
-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내 소득은 빨리 늘지 않는데 부자들 소득은 놀랄 만한 속도로 늘고 있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국민소득 늘면 뭐하나, 가계소득은 쪼그라들고 있는데." 이런 말을 자주 듣고 기사도 많이 쏟아지고 있...
-
한국 경제를 언급할 때 많은 사람들이 "소규모 개방 경제(small open economy)"라는 표현을 마치 멋진 용어인 것처럼 사용한다. 이 표현은 경제의 개방도는 높은 반면 경제 규모는 국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정도가 되지...
-
(※ 제목 그대로 생각 나는 대로 간단히 쓴 글이며 모두 사견임) 많은 한국 직장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단어는 야근과 회식이다. 회식도 자발적으로 조직된 경우를 제외하면 직장인 입장에서는 업무의 연속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결국...
-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 보도가 집중되고, 국민 사이에서는 여러 논의가 이루어진다. 그 중 하나가 과연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형벌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과연 사형 제도...
-
(※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발간한 『새로운 연준 의장 등장 가능성과 향후 통화정책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내용이 방대하며 향후 통화정책 전망 부분도 관심사이지만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있어, 여기서는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소개 자료를 공유한다....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KoreaViews
fb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AI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국제금융센터
아베노믹스
인공지능
가계부채
가상화폐
한국은행
블록체인
환율
원자재
외교
암호화페
중국
미국
북한
반도체
외환
인구
한은
생성형AI
자본시장연구원
증시
논평
에너지
정치
하이투자증권
금리
코로나
연준
산업연구원
주가
트럼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일본
한국금융연구원
채권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은행
BOJ
국회입법조사처
미중관계
자동차
칼럼
AI반도체
ICO
KIET
인플레이션
BIS
IBK투자증권
IITP
KIEP
NIA
로봇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전기차
지정학
TheKoreaHerald
로봇산업
무역
분쟁
브렉시트
스테이블코인
현대경제연구원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NBER
OECD
공급망
관세전쟁
대신증권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신용등급
원유
원자력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중앙은행
ECB
EU
FT
IBK기업은행
IEA
KDB미래전략연구소
LG경영연구원
PF
PIIE
iM증권
경제학
고용
관광
광물
국제금융
규제
금
금융
기후변화
달러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흥국
씨티그룹
아르헨티나
에이전트AI
엔
연금
외환시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통계
패권경쟁
피치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휴머노이드
AGI
BOK
Bernanke
Bruegel
CBDC
CEPR
CES2025
DRAM
DeepSeek
ESG
HBM
IPEF
IRA
ITIF
KDI
KISTEP
KOTRA
MBC라디오
NARS
NIPA
NIST
NYSBA
ODA
RSU
SMR
SNS
SPRi
WEF
Z세대
stablecoin
가상자산
거시경제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과학기술
관세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제질서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기준금리
나라경제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데이터센터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자산
디지털트윈
디플레이션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매킨지
머스크
멕시코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보스톤연은
복수상장
부실기업
브뤼겔연구소
블룸버그
사법부
사회
산업용로봇
삼프로TV
석유화학
세계경제포럼
세종연구소
소고
소비
소통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수출입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양자기술
양자정보과학기술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팅
에그플레이션
에이전트형AI
엣지컴퓨팅
예금보험공사
오피니언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의회정보실
이란
이스라엘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자율주행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파이낸셜타임스
팬데믹
포퓰리스트
포퓰리즘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지컬AI
하나금융연구소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