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히 몸으로 겪은 것은 많지만 전문지식은 턱없이 부족한 절름발이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을 하면서 경제학 전공을 새로 할 정도의 여건은 되지 못했고 결국 틈나는 대로, 닥치는 대로 책과 논문을 읽고 관련 언론 기사를 읽는 것으로 허기를 채울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수많은 용어였다. 경제학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야 학창시절부터 시험이나 논문 등을 쓰면서 그런 용어가 체화됐겠지만 나같은 문외한에게 대부분 외국에서 시작된 용어를 번역한 것인 각종 용어는 잘 와닿지 못했다.
요즘도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놓은 기관에서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이라든지 명성이 높은 지인이 소개하는 책을 위주로 책을 선정해 마구잡이로 읽기는 하지만 내가 놓치는 책은 없을지 항상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내게 『미래를 여는 생각(Die Weltverbesserer: 66 große Denker, die unser Leben verändern)』(Lisa Nienhaus 지음, 강영옥 번역, 장두석 감수)는 꼭 필요한 내용의 책이었다. 역사상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경제 관련 사상가 66명을 간략하게 소개한 이 책이야 말로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위대한 사상가를 무려 66명이나 소개하려다 보니 5페이지 내외의 글로 한 명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66명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마치 나를 아끼는 선생님이 평생 정리한 노트를 공개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백화점에서 그저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손님들의 구매 충동을 자극하도록 짜여진 전단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더구나 이 책은 각 사상가가 가장 많은 기여를 하거나 가장 전문성을 입증한 분야를 고려해 11개 주제별로 사상가들을 배치해 소개하고 있으며 마지막 12번째 장에서는 앞의 11개 주제에 국한하기 힘든 사상가들을 "경제학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이라는 제목으로 모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런 구분은 원서에는 없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당장 66명에 관한 책을 모두 읽을 사람이 아니라면 오히려 장을 구분해 놓은 것이 우선 읽을 사람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정확히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 시절 엉터리 번역서를 읽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 이후 번역서를 거의 읽지 않았었다. 하지만 『미래를 여는 생각』은 나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번역이 정말 꼼꼼하게 이루어졌고 더구나 감수자도 충실하게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1-2곳의 경우 용어 번역이 어설픈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꼼꼼한 번역과 감수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내게는 큰 숙제가 주어졌다. 이 책에 소개된 66명의 저서는 찾아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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