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분석하는 일, 특히 외환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주업으로 하다 보면 항상 부딪히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어 큰 일 난다"는 이야기다.
외환시장의 변동을 늘 지켜본 입장에서 그런 주장은 허허 하면서 웃어넘길 이야기지만,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마저 공식석상에서 그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면 “이거 참”하며 혀를 차게 된다. 잠깐 아래 ‘그림’을 보자면, 분홍색 굵은 선은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을 의미하며 검정색 가는 선은 한국과 미국 금리의 차이를 뜻한다. 예를 들어 한국 금리가 1%이고 미국 금리가 0.5%이면, 금리차는 0.5%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01년 이후의 흐름을 살펴보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확대될 때마다 오히려 달러강세가 출현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2006~2008년으로, 한미 금리가 -0.5%에서 3.5%까지 급등했건만 같은 기간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900원에서 1,500원으로 상승했었다.
금리차가 확대되었건만 왜 환율이 급등했을까?
이처럼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은 주장들이 판을 치는 것을 보면, 가끔은 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를 때가 있다. 그러던 중 접한 박종연 박사의 새 책 “금리는 미래를 알고 있다”는 타는 속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사이다 마신 기분”이었다.
어떤 대목이 이렇게 시원했을까? 이 대목에서 책의 102~103페이지 부분을 잠깐 인용해보자.
이른바 이자율 평가설에 의하면, 국가간 자본 이동이 자유로울 경우, 국제자본은 이자율이 낮은 나라에서 높은 나라로 이동하게 되어, 자국 이자율이 높을수록 절상압력(=환율 하락)을 받게 된다.
이자율 평가설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주요 선진국 대비 한국의 금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원화의 절상압력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이자율 차이를 노린 국제자본은 주로 단기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금리의 차이가 중요하다. (중략)
물론 단순히 국내금리가 선진국보다 높다고 해서 국제자본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국가신용위험(=국가 부도 위험)이 높을수록 한 나라의 국채금리는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주요선진국의 금리가 국내보다 낮게 형성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펀더멘털이 충분히 견조하냐에 달려있다.내가 이 책에서 시원함을 느꼈던 이유를 짐직할 수 있을 것이다. 조곤조곤 친절하게 설명하는 중에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지 않는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니, 조금만 더 인용해보자 (104 페이지).
결국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가진 데다, 다른 선진국보다 금리도 높은 상황이기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여러 차례의 글로벌 이벤트에도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중략)
2013년 이후 외국인의 채권보유 잔액이 1백 조원 대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만기되는 물량을 감안하면 그 만큼 원화 채권을 사고 있다는 것이며 과거보다는 훨씬 투자만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또한 투자자 역시 과거에는 대외 이벤트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운용사 자금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중국과 스위스 등의 중앙은행 자금이 외환보유고 다변화 차원에서 장기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의 채권투자 만기 장기화는 원화 채권에 대한 안정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대규모의 자금이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물론 채권에 대한 초보자 입장에서 중간 중간에 어려운 용어가 있다. 그렇지만 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간다면, 얼마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라고 생각한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채권과 외환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 잘못된 정보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끝으로 좋은 책 쓰느라 고생한 박종연 박사에게 다시 한번 수고했다는 말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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