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처음 발간됐을 때 언론에 소개된 것을 보기도 했고 또 저자를 업무상 몇 차례 만난 적도 있었지만 선뜻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언론 소개 글만 봐도 알 만했다. 석연치 않은 혐의를 받고 구속된 뒤 힘든 수사 과정과 재판을 거쳐 결국 무죄가 확정됐지만 그 과정이 억울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다가 최근 전ㆍ현직 검사와 판사를 둘러싼 비리 사건이 불거져 연일 기사화되고 있던 터에 이 책을 사서 읽지 않고 꽂아놓고 있었던 것이 떠올라 읽게 되었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예상처럼 단순했다. 더구나 "긴급체포로 만난 하나님"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종교적인 내용이다. 내가 이 책에 별점을 주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이 소개 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이 책에 묘사된 검사들의 어처구니없는 수사 과정과 최근 불거진 전ㆍ현직 검사들의 어처구니없는 스캔들을 연결시켜 보니 검찰 조직이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더욱 굳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6년 6월 12일, ○○○에게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긴급체포되었고 4년 4개월여 동안 142번의 재판, 3번의 영장실질심사, 11번의 선고를 받았고 292일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저자는 검찰이 진술의 신빙성을 부실하게 조사하고, 기소 대상을 임의로 선정하는 등 객관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한다. 검찰만이 기소할 수 있고, 기소를 하느냐 마느냐도 검찰의 재량에 달려 있는 것, 그리고 관련인의 진술에 의존해 기소하는 검찰의 관행도 저자는 문제 삼는다. ○○○은 뇌물을 주었다고 허위 진술을 함으로써 사기죄, 알선수재죄, 조세포탈죄 등을 면하거나 경감받은 반면 허위 진술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당한 자신은 아무런 구제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설명하고 있다. 인센티브 구조가 허위 진술을 자아낸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여러 번 소환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원하는 진술이 나오지 않으면 약점을 캐고 들어가서 협조를 유도하고(별건 수사), 구속 이후 추가 기소를 통해 6개월 단위로 계속 가두어 둘 수 있는 등 검찰의 힘은 막강하다. 저자가 현대차사건으로 구속된 후 검찰은 ‘협조하지 않으면 추가기소를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저자는 검찰 개혁을 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나가는 말’에 요약해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변양호 신드롬"이란 표현은 저자가 고초를 겪은 뒤 '논란이 있는 사안은 손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공무원 사회에 확산된 것을 묘사할 때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표현보다는 책에서 상세히 묘사한 덕분에 알게 된 검사들의 허술한 수사과정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특히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전ㆍ현직 검사 관련 스캔들과 이 책에서 묘사된 어처구니없는 수사과정 등을 연결지어 생각해 볼 때 검찰 조직 내부에 뭔가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 스캔들을 보며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은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스캔들의 장본인이 그런 일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 모른다는 점이 정말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이 책에 묘사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때 검찰 조직 안에서 통용되는 사고방식은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많이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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