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7

(스크랩/책소개) 중국의 반격 (중앙일보 중국팀)

(※ 네이버 블로그 글을 공유한다. 출처는 맨 아래)

작가
중앙일보 중국팀
출판
틔움
발매
2016.04.30.

이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중국 얘기를 듣고 싶다.

기자들의 취재를 종합한 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작년에 읽었던 국민일보 기자들의 '독일 리포트'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듯 느껴지는 것은 중앙일보 기자들의 잘못도 있지만 (그러고 보니 퀄리티는 둘째로 치고 책의 분량 자체에 큰 차이가 있다. 독일 리포트는 380페이지, 중국의 반격은 230페이지이다.)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나 지식 수준 자체가 독일에 미치지 못하는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 더 쉽다는 얘기다.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혁신 차이나' '촹커 열풍' '일대일로' '신창타이 경제' 등의 긍정적인 내용들은 지난 2-3년간 중국 관련 뉴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던 것들이다. '중국 보너스 상실'에 대한 부분은 사실 한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중 FTA'는 솔직히 말해 비관세 장벽이 관세 장벽보다 100배는 더 중요할 '선진국이 아닌' 중국의 모습을 생각해 볼 때 영 뜬구름 잡는 얘기다. 정말 우리가 알고 싶은 '차이나 리스크' 부분은 230페이지의 책 중 딱 30페이지를 차지한다. 물론 취재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도 독일은 선진국이고 중국은 아직 선진국이 아님을 증명한다. 얼마나 가리고 싶은 것이 많겠는가? 괜히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취재도 못 하고 추방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알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남해안 조선 벨트의 꿈'이 허물어지고 국책은행의 운영에 대해 많은 논란이 벌어질 때, 우리나라보다 수십 수백 배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의 제조업과 국책은행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말이다. 국영이라서, 사회주의라서 아무 문제가 없는가? 그러니 우리나라도 중국을 본받아 문제가 있는 기업을 국영화하면 되는가? 제대로 취재만 한다면 중국의 이런 과잉투자-과다부채 문제에 대해 400페이지짜리 책 100권은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책이 나오지 않는 것, 즉 '투명성의 부재'가 바로 중국이 선진국이 되기 어려운 이유임은 물론이다.

중국의 혁신은 기술이나 서비스의 혁신이 아니라 '시장화를 통한 혁신'이라고 맥킨지가 주장했다고 한다. 중국 경제가 후발 주자로서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공간적인 경험 축적'을 하고 있다는, 서울대 공대 교수들의 책 '축적의 시간'에 나온 평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14억 소비시장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의 거인이 된 알리바바, 10년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에 18,000km를 건설하여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오른 고속전철 등이 그 좋은 예이다. 한국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길이다. 우리의 관심은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진 인도가 과연 이러한 중국의 길을 따라갈 수 있느냐이다.

중앙일보에 보도되었을 당시 화제가 되었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인터뷰가 이 책에도 실려 있다. IT의 발전으로 시장경제가 계획경제가 될 것이며, 주식회사는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윈에게 한 마디만 들려주고 싶다. 당신 말대로 계획경제, '파트너십' 중시 체제로 전환된다면 당신과 같은 '슈퍼리치'는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계획 경제 하에서는 모든 기업이 국영이기 때문에 알리바바와 같은 (돈을 많이 버는) 회사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마윈이 우리나라 돈 수십조원의 재산을 자랑하는 것은 그가 가진 알리바바 지분을 주식시장에 상장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주식회사로 떼돈을 버는 것은 내가 마지막이다'라고 약올리는 소리로까지 들린다. 물론 그렇게 될 리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갤럭시가 샤오미에게 밀렸고, 이제 샤오미는 오포/비보에게 밀린다. (사실 몇 년 전에는 HTC가 갤럭시에 밀렸다.) 몇 년 뒤에는 또 어떤 회사가 전면에 나설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스마트폰이야말로 IT 제조업이 얼마나 '역동적'인가를 보여 주는 아주 좋은 예이다.

화웨이의 성공 비밀은 중국 특유의 '지원은 하되 경영은 관여하지 않는' 국가-기업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화웨이가 국영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전폭 지원에 힘입어 현재와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자원이 희소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민주 정부라면 지분도 없는 특정 기업에 대해 그렇게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혜 시비'가 틀림없이 등장했을 테니) 형식상 종업원지주사로 되어 있는 화웨이가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해 가면서 계속 회사를 존속,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정답이리라.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형식과 실질을 일치시키는 차원의 '국유화'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드론계의 애플' DJI도 등장한다. 드론이야말로 실상에 비해 뭔가 과장된 대표적인 기술이 아닐까 하는 것이 평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중국이 첨단 영역에서 최초로 '리더'가 된 분야가 드론임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중국이 주도적으로 '펌프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2021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규모가 50억 달러일 것으로 예상된다는데, 기껏 그 정도의 시장을 가지고 이렇게 호들갑이란 말인가. 항공 업계 최대 회사인 보잉의 작년 매출액이 약 1,000억 달러이다.

최근 중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스타트업인 디디다처도 물론 등장한다. 역시 중국의 최대 장점인 큰 규모의 시장을 유감없이 활용한 사례이다. 이제 경쟁자인 콰이디다처와 우버 차이나까지 인수했으니 알리바바와 같은 '자연독점' 상태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창업자인 청웨이가 디디다처를 창업하기 전 알리바바에서 고속승진하여 28세에 꽤 높은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내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던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촹커'들의 창업열풍을 가능하게 한 요인들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외국 기업에 대한 확실한 진입장벽'이다. 사실 한국도 인터넷 서비스에 있어서 꽤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네이버가 대표적인 예) 다만, 중국은 이 진입장벽이 '14억 내수시장'과 결합되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디디다처 같은 '세계적 IT 기업'이 탄생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가구 회사 창업주의 2세가 포도주 온라인 유통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1) 중국은 가구 회사도 '재벌'이 되는구나, 2) 중국은 온라인 포도주 유통을 규제하지 않는구나, 3) 중국은 포도주 온라인 유통으로도 큰 돈을 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4억 내수시장이면 정말 많은 일이 가능하다.

혁신과 창업을 강조한 1장 '혁신 차이나'를 다 읽으며 마지막으로 뇌리에 떠오른 생각은, 여기에 등장하는 잘 나가는 회사 중 중국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이다. 알리바바와 징둥상청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었으며, 화웨이는 종업원 지주사이고, 샤오미와 디디다처는 비상장 상태에서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았을 뿐이다. 그 밖의 주요 IT기업 중 바이두는 나스닥에, 텐센트는 홍콩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중국의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많이 들었다. 몇 가지만 딴지를 걸어 본다. 중국이 이제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서, 해외에서 번 달러로 미국 채권을 사는 대신 '일대일로'를 통해서 '중국 스탠더드'를 만드는 데 쓰겠다는데, 글쎄, '외환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자본 통제를 강화하면서 외환보유고를 지켜야 할 입장에 있는 중국이 과연 과감한 해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자본 통제와 해외 투자 활성화는 서로 모순이요 상극이다. '일대일로'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중국의 노하우를 활용한 동남아의 고속철도 건설이라는데, 과연 경제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 철도계에 '4시간의 벽'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한다. 고속철도로 4시간 이상이 걸리는 구간은 항공교통에 우위가 있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방콕-쿠알라룸푸르간 거리가 약 1,400km, 방콕-싱가포르는 1,800km 정도이다. 시속 300km로 가도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다. 자기부상 열차를 활용한다고? 비용 문제는? 마지막으로, '중국이 아시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외면하고서는 제조업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아라는 사실을 중국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지, 요즘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과의 분쟁을 보면 의심이 생긴다. 싱가포르까지 중국의 압력을 느끼고 있지 않는가.

중국 제조업의 혁명을 언급하면서 예로 들고 있는 회사로 칭다오의 의류 업체 홍링이란 곳이 있었다. 의류 봉제에 IT 기술을 접목하여 모든 옷을 다 맞춤으로 제작한다고 주장한다. 2,200억원을 투입하여 국내외 220만명의 체형을 DB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옷 모델을 컴퓨터를 통해 바로 재봉틀에 입력하여 하나하나 다 다른 옷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얘기가 맞다면 정말 '의류 업계의 혁명'일 것이다. '매장도 없고, 유통망도 없고' 거기다가 (김순옥의 '소공인'에 등장하는) '봉제 기술자와 패턴사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뭔가 3D프린터 비슷한 냄새도 난다. 나는 의심을 해 본다. 첫째. 자신의 취향과 체형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많은 설계와 모델을 자신의 취향과 체형에 따라 선택한다고? 말도 안 된다. 귀찮아서 그 사이트에 가지도 않을 것이다. 둘째. 옷을 사러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자신에게 맞는 취향과 체형의 옷을 직접 선택하는 것 말고도, 쇼핑 자체가 목적이요 취미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세째, 과연 그 '인터넷이 붙은 재봉틀'이 봉제나 패턴 기술자를 완벽하게 대체할 정도의 기술 수준에 이르렀는지 의문이다. 네째, '명품브랜드의 10분의 1 가격으로 명품 못지 않는 맞춤 옷을 만들고 있다'는 그 회사 대표의 말에서 그가 뭔가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그 '명품 브랜드'가 중요한 것 아닌가! '2,200억원을 투입한 DB' '인터넷을 결합한 재봉틀' 같은 것으로 그 '명품 브랜드'를 복제할 수가 있는가? 솔직히,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과장된 홍보 공세에 넘어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시진핑의 경제 정책을 레이거노믹스의 '공급측면 경제학'에 비유한 대목은 이 글을 쓴 기자가 레이거노믹스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레이거노믹스는 기본적으로 '래퍼 커브'로 대표되는 감세가 중심이었지 '개혁'이나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나마 감세에 맞추어 정부 지출을 억제하는 데 실패하여 재정 적자가 심화되었으며, 인플레이션을 잡은 것은 레이건이 아니라 당시 급격한 긴축 정책을 주도한 폴 볼커 연준 의장의 공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중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과잉공급의 축소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공급'이라는 단어 말고는 비슷한 점이 별로 없는 레이거노믹스를 끌어들인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생긴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의 과잉 생산 여부를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는 주장. 물론 100% 맞다. 그래서 정밀 화학, specialty chemical 쪽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는 화학공업에 문외한인 나도 이미 친숙할 정도이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서 Dow나 Bayer 같은 곳에서는 농약에 종자 개발까지 손을 대고 있다. (Bayer는 최근 'GMO의 악마'인 몬산토 매수를 추진중이다.) 우리나라 화학 회사가 이런 움직임을 따라갔다간 과연 어떻게 될까?

한중 FTA를 통하여 한국이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대목에는, 꽤 여러 가지 제안들이 나온다. 문제는 거의 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새만금 경제구역을 활용하자' '경쟁력이 높은 예능 산업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 '밥솥, 화장품, 농축산업 등 소비재를 많이 판매하자' 등등이다. '중국인들은 서로를 못 믿기 때문에 신뢰감을 주는 한국 상품이 많이 팔릴 수 있다.' '(중국의) 공산당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체제의 경직성으로는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정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한국이 물론 중국보다야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울 수는 있지만, 이 쪽에서도 중국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결국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한국도 자유로움을 서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일본의 '오타쿠' 문화나 미국의 '히피' 문화, 서구의 LGBT 문화 같은 것 말이다.

마지막, 딱 30페이지에 불과한 '차이나 리스크' 부분에서, 내가 모르는 얘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의 무리한 건설투자, 과도한 기업부채와 이를 지탱하는 국영 금융기관, 정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있는 금융시장 등, 지난 몇 년 동안 다들 지겹게 들었던 문제들이다. 이제 다들 이 리스크들이 위기를 통해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10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터지면서 생산성 증가세 및 경제 성장세의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분위기다. '중국발 위기' 가능성은 적지만 과거와 같은 '중국 붐'이 재연되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세계 금융시장이 다 알고 있는 저런 리스크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중국으로의 자본 유입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고, 자본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없이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넘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금융시장을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개방할 것 같지도 않다.)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을 포함한 금융 시장의 전반적인 발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 전체의 질적인 개선 없이 단순히 '소비 주도' '내수 주도'의 경제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넘기 힘들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알리바바나 바이두 같은 스타 기업들이 나스닥이 아닌 상하이나 선전 주식 시장을 통해 기업 공개를 할 때 비로소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넘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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