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3

(보고서)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 위기 빠진다 - 에노도이코노믹스

(※ 영국 독립 리서치 회사 롬바르드스트리트리서치에서 16년간 근무했던 다이아나 코이레바가 최근 새로운 리서치 회사인 에노도이코노믹스를 설립해 수석이코노미스트직을 맡게 됐다. 코이레바는 롬바르드 재직시에도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주장을 해 왔다. 이번에 새로운 회사 이름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코이레바는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이유는 구조적인 것인데 아베노믹스 정책은 대체로 피상적인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The Japan Threat》

당장은 아니겠지만 일본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단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물가 하락을 저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일본의 다가오는 위기는 인플레이션 관리 실패 때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지긋지긋하게 벗어나려 애쓰는 디플레이션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의 디플레이션은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다른 얼굴인 것이다.


일본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물가 하락이 아니고 기업 부문으로 소득이 과도하게 흘러들어가는 가운데 기업들이 현금을 생산적인 곳에 사용하는 대신 축적하고만 있다는 점이다.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유 가운데 기업들의 과도한 현금 축적도 하나를 차지한다.

일본의 경우 GDP 대비 기업이익 비중은 미국보다 훨씬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늘어가는 기업소득이 비정상적으로 큰 감가상각비라는 형태로 기업 내에 축적돼 있어서 피고용인, 주주, 세무당국 등 어느 쪽으로도 흘러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배당 지급을 늘리거나 주가가 올라도 소비 수요를 증가시키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이 문제는 광범위한 상호출자 고리에 묶인 주식이 많고 기업 연금기금 및 외국인 보유량 역시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베노믹스 정책의 효과란 사실 엔화 절하가 전부인데, 이렇게 절하된 엔화 가치가 사실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매출액을 부풀리고 수입을 더 어렵게 만듦으로써 엔화 약세는 가계로부터 기업으로의 소득 이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 정부는 기업들에게는 세제 혜택을 주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소비세는 인상했다. 물론 추가 소비세 인상은 현재 연기한 상태기는 하다.


한편, 지난 20년 사이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반토막이 났다. 이런 일본의 수출 엔진 붕괴는 결코 엔화 고평가 때문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일본 경제가 혁신에 있어서의 우위를 잃어갔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가 혁신에 있어서 우위를 잃게 된 배경에는 기업들이 과도한 자본을 생산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고 연공급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직원들은 고령화되면서 인력구조가 방만해졌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하락은 가계 소득의 실질 가치를 부양해 주는 효과를 냈다. 더구나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공공부채가 급증했지만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한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상황이 이런데 일본은행(BOJ)이 왜 하필 2% 인플레이션 달성을 굳이 목표로 설정했는지 나로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겠다(최근에는 초과달성을 목표라고 하고 있다). 아마 그 정도 돼야 공공부채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IMF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채권 매입을 지속할 경우 BOJ는 2018년 말까지 일본 국채의 60% 가까이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급증한 정부 부채로 인한 실질 부담을 감축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것은 아베 신조 총리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일 것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심지어 일본 정부가 부채로 인한 실질 비용을 떨어뜨리려면 소비자물가 및 임금 상승률을 5~10%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BOJ가 인플레이션을 목표 시점보다 일찍 그 정도로 끌어올리려 했다면 은행권이 주요 피해자였을 것이라는 점을 아베 총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18년이 되면 은행들은 보유 국채를 전부 BOJ에 매도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은 오늘날 세계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물경제의 지속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현재와 같이 서로 연결된 세계에서는 엔화 자산의 대대적 매도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블랑샤르, 베르그스텐, 포센 등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수준에 발맞춰 환율 절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주요국 경제에 있어 소비수요가 거의 없는 가운데 엔화 가치를 현재 수준에서 크게 떨어뜨리려 든다면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른 나라, 특히 중국 같은 경우 이런 상황에 적극 대응하면서 통화전쟁은 심화되고 세계적인 위기는 아니더라도 대대적인 금융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일본의 진정한 의도가 인플레이션을 통한 부채 해소에 국한돼 있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BOJ의 양적완화정책은 지금까지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BOJ가 주로 은행들로부터 자산을 매입하고 현금을 공급했는데 은행들은 대출 수요가 부진한 것에 덧붙여 대출 의지도 크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올해와 내년이 지나면 은행들은 더 이상 BOJ에 매각할 국채가 없게 되고 양적완화정책에 따라 공급되는 현금은 비은행부문으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현금 공급 증가분을 그대로 쌓아두지 않는 한 현금의 비은행부문 침투는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BOJ가 보험사 및 연기금 보유 국채를 매입하든 아니면 REIT, ETF, 회사채나 주식을 매입하든 기관투자자들의 자산 운용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BOJ가 물론 사람들로부터 헌 구두든 뭐든 직접 아무 것이나 사들이는 식으로 헬리콥터머니 정책을 펼 수 있겠지만 이것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자산 매입을 지속한다면 그 결과 2017년이나 2018년중 엔화는 폭락하고 인플레이션은 급등하게 될 것이다. 반면 기관투자자들과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부양 기조를 유지하면서 BOJ가 테이퍼링에 착수하려 한다면 채권금리는 급등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채 시장이 붕괴할 위험에 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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