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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초노동유연성을 보장한 중국 노동법과 공산당이 관리하는 친기업 노동조합

(※ 네이버 블로거 "포동이 아빠"님의 글을 전문 공유한다.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에 대한 문제 의식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이 글을 읽고 보니 더욱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시장 관행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세계경쟁력보고서 평가 항목 가운데 한국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단골 항목이다. (맨 아래 그림 참조) 노동시장 관행만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은 해묵은 문제, 모두가 아는 문제는 외면하고 해마다 엉뚱한 쪽에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참으로 희한한 나라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중화인민공화국의 공식적인 국가체제는 사회주의다. 하지만 역시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실제 작동하고 있는 경제 체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중국의 공식 체제와 실제 체제의 어마어마한 괴리와 아이러니를 강조하는 말 중에 내가 가장 흔히 들었던 게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실제로는 공식적으로 자유시장경제 표방하는 한국 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다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내가 단지 책이나 매체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중국을 접할 때에는 그러한 이야기가 구체적인 실세 사례나 현실 차원에서 얼마만큼 타당한 이야기 인지는 나 스스로 판단하거나 체감 할 기회가 없었었다. 적어도 2007년 내가 갓 대학 졸업하고 첫 번째 직장에 입사해서 때 마침 막 정식 발효 예정이었던 중국의 신노동계약법(한국의 근로기준법에 해당)에 대한 조사와 보고서 작성을 입사 후 첫 번째 업무로 지시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당시 중국의 노동법의 규정과 내용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중국이 한국 보다 훨씬 자본주의적이고 친기업적이라는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소한 노동 유연성 영역에서는 말이다. 우선 중국 노동법과 노동시장에서는 한국에서 정규직에 해당하는 근로관계 개념 자체가 없다. 중국의 근로계약은 모두 기한이 명시되어 있으며 기한이 다 되면 기업에서 계약 기간을 연장해줄 의무가 전혀 없다. 즉 중국의 근로 계약 형태는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한국에 정규직에 해당하는 개념이 있기는 있다. 노동법에 무고정기한 노동 계약이라는 근로 관계가 존재하는 데 말 그대로 계약 기한이 없는 영속적 노동 계약 형태로써 개념상 한국의 정규직과 가장 흡사한 근로계약조건이다. 하지만 중국 노동법은 근로자가 특수한 몇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기업에게 무고정기한 노동계약 의무를 부과한다. 근로자의 근속 연수가 10년을 초과하거나 노동계약을 연속으로 2회 이상 체결한 경우에만 무고정기한 근로계약 체결이 기업에 강제된다. 즉 중국에서 한국의 정규직에 해당하는 근로조건은 한 기업에서 장기 근속한 근로자만 누릴 수 있는 특수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노동유연성은 한국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기업은 노동계약이 종료되는 직원을 얼마든지 퇴사 시킬 수 있다. 또한 경영상의 문제로 얼마든지 직원을 해고시킬 수 있다. 단 한국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경제보상금만 지급해주면 된다. 경제보상금은 근속 기간 1년 당 1달치의 월급을 퇴사시 추가로 지급해 주는 노동법 규정으로써 한국의 퇴직금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중대한 차이가 있다. 즉 직원이 자발적으로 퇴사하거나 정년 퇴직할 경우 기업은 경제보상금을 지급할 아무런 법적 의무가 없다. 노동계약이 종료되어 퇴사시키거나 정리해고 등을 할 때만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2008년 노동법이 새롭게 개정되기 전에는 노동계약 기간 종료에 따른 해고 시에도 경제보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노동계약기간 중에 경영상의 특별한 이유 없이 기업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른 불법적 직원 해고 시에도 중국의 노동법은 기업에게 한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한 페널티를 부과한다. 불법 해고 시 복직은 물론이요, 불법 해고 기간 동안의 급여도 보상해 주어야 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노동법은 불법 해고를 범한 기업에게 해고당한 직원에 대한 보상으로 경제보상금의 2배 지급만을 법적 강제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비용만 주겠다고 마음먹으면 중국 기업들은 언제든지 직원을 해고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가를 타도하고 노동자가 지배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혁명을 일으키고 전쟁과 내전등을 거쳐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고 인민들의 유토피아를 만들겠다고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초래한 많은 극좌적 실험을 겪었던 중국이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이 실패한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초노동유연성, 친기업적 사회경제적 체제가 되었다는 건 지독한 아이러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노동유연성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에는 합법적 노동조합 조직이 오로지 하나만 존재하는 데 바로 중화전국총공회(中華全國總公會)라는 전국 규모의 노동조합조직이다. 각 기업의 노동자들은 자기 내 회사에 노조를 설립하려면 무조건 중화전국총공회에 가입해서 총공회 지부만 만들 수 있다. 중화전국총공회의 지부가 아닌 노조는 모조리 불법이다. 근데 이 중화전국총공회가 말만 노조이지 실제로는 중국의 집권당인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으로써 정부의 지시를 받으며 화합적 노사관계를 도모하고 노사충돌이나 파업이나 점거 같은 노동자들의 투쟁 억제를 추구하는 친기업 어용단체의 성격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중국에서는 기업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회 설립을 주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나도 중국에서 주재원을 할 당시 본사 승인을 받고 사측 입장에서 총무팀 직원들과 함께 공회 설립을 진행 했었다. 사측입장에서는 회사에 정부가 관리하는 공회 지부가 있는 게 파업 노동자 쟁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서 안정적 노무관리에 훨씬 보탬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 유연성을 폭넓게 보장한 친기업적 성격이 농후한 중국 노동법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자율적 강경투쟁을 억제하는 성격이 짙은 중국 유일의 합법적 노조 조직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자체 모순과 아이러니를 대표하는 것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계급 혁명과 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하고 출범한 중화인민공화국 초창기에는 현재의 이런 모습과 크게 달랐다. 심지어 등소평의 주도하에 시장경제의 점진적 도입을 골자로 한 개혁개방정책이 정식 채택된 1978년 역사적인 중국 공산당 제11기 3중전회 이후에도 중국은 현재와 같은 매우 높은 수준의 노동유연성과는 매우 거리가 먼 사회였다. 시장경제 실험을 꾸준히 실행한 개혁개방정책이 시행된 지 근 15년이 지난 1990년대 초반까지도 중국은 노동시장 분야에서 노동유연성은커녕 초특급 노동경직성을 원칙으로 하는 체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극단적 공산주의 유토피아 실현을 꿈꿨던 모택동은 죽기 전까지 중국 사회를 자기 의도대로 재편성하고 재구축하는 작업에 매진하였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써 모택동이 죽으면서 남긴 중국 사회체제는 개인의 모든 일상적 삶까지 포함하여 모든 걸 국가가 통제하는 극도로 획일화 시켜 통제하던 극단적 전체주의 사회였다. 이러한 극단적 전체주의 사회는 농촌과 도시에서 각각 다른 모습과 형태로 구축되어 운영되었는데, 농촌은 인민공사로 대표되는 집단농장 체제였으며 도시는 모든 기업과 공장, 회사들이 극도로 상명하달적 중앙집권적인 국가 정부 조직의 연장에 불과했었던 소위 “단웨이”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중국 농업 생산액 추이(출처 : 중국 주식 선강통 제2의 구글을 찾아라, 스마트 북스))

1978년 중국 공산당 제11기 3중전회를 시점으로 등소평은 몇 가지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을 추진하게 된다. 그 중에는 농업 생산성이 극도로 낮았고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던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농민들을 집단 농장에서 해방시키고 비록 임대형식을 취하긴 하였으나 인민공사의 토지를 농민가족 단위로 분배하여 자신들 농지에서 나온 소출을 시장에 자유롭게 내다팔 수 있게 하는 소농에 기반한 농업 시장경제 도입이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1978년부터 1995년 까지 농업 총 생산액은 10배나 증가하였고 이 기간 연 평균 농업 생산액 증가율이 무려 14.5%에 달했다. 그리고 등소평은 광둥성 선전을 시작으로 개발잠재력이 풍부하고 외부와 맞닿아 있는 연해안의 도시들을 차례로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전면 도입하고 외국 자본 투자에 완전히 노출시키는 정책을 도입한다. 중국의 경제특구 정책 정책 또한 실로 대박이었다. 5개의 경제특구 도시는 지난 30여년간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과 산업화 성공의 일등공신 이었으며 지금은 중국 산업 고도화와 첨단화의 선두주자 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중국 5대 경제특구는 중국 GDP의 22%, 외국인 투자의 46%, 수출의 60%를 점유하고 있었으며 3천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5만개의 발명특허가 경제특구에서 나왔으며 백이십 만 명의 R&D 연기인원을 고용하고 국가 최첨단 산업 산출의 33%를 점유하고 하이테크 수출의 3분의 1일 담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개혁개방 정책 시행 이후 모든 농촌 지역과 소수의 경제특구 도시들이 생산성을 극도로 억압하던 모택동 시절의 유산인 획일적인 관료적 통제와 교조적 계획경제에서 해방되어 승승장구 하던 시기에도 놀랍게도 중국의 대다수 도시들은 역시 모택동의 유산인 단웨이 시대의 획일적 통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적어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말이다. 개혁개방이 진행된 지도 한참 지난 시점이었던 1990년대 초반까지도 중국 대다수 도시의 실질적 운영 체제였던 단웨이 체제가 무엇인지 이해한다면 현재 중국 사회의 극단적 노동유연성은 더욱 놀랍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과 중반 사이에 중국에서 그야말로 혁명이라고 불릴 만한 사회적 변화가 중국에서 벌어졌고 그 변화가 얼마나 근본적이었고 얼마나 거대한 전환이었는지 이해하는 데 아마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어떻게 그런 혁명적 변화가 외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던 모택동 집권 시기 온갖 극좌적 혁명들과 달리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잘 안 띄게 조용히 그리고 비교적 평화롭고 순탄하게 이룩될 수 있었는 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말이다.

▶ 블로그 글 원문: http://blog.naver.com/aahbee/220916079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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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경쟁력보고서2016/17 한국 랭킹이다. 밑줄은 필자가 추가한 것이며 전체 대상 가운데 한국이 하위 1/3에 해당하는 순위를 기록한 항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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