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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브렉시트, 탈퇴하기가 왜 이렇게 복잡하지?

영국 국민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에 찬성한 것이 작년 6월이었다. 이후 영국은 테리사 메이 총리 주도로 새로운 정부가 구성됐고 그동안 탈퇴 절차 준비를 해 왔다. 어제 영국의 EU 탈퇴 서한이 공식적으로 EU 지도부에 전달됨으로써 이제 탈퇴는 확정됐고 이제 2년간 탈퇴를 위한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탈퇴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쉽게 설명해 보았다.

■ 영국의 브렉시트 절차가 공식화됐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문서 형태로 유럽연합 지도부에 전달했다. 영국 국민들이 국민투표를 통해서 탈퇴를 결정한 것이 작년 6월 하순이었으니까 벌써 9개월이나 흘렀다. 당시 투표 직전까지도 여론조사 등을 통해 전문가들이 전망했던 것은 탈퇴 부결이었는데 막상 표결 결과 과반수가 탈퇴를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인 적이 있다.

사실 당시 꼭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결과를 정부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영국 정치권은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탈퇴 통보를 준비해 온 것이다. 실제 메이 총리는 탈퇴 반대론자였는데 국민투표 이후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새로 꾸려진 정부에서 총리직을 맡아 탈퇴 작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은 EU 창설 아이디어를 처음 제기한 나라고 1973년 가입한 뒤 주요 회원국이었는데 왜 탈퇴까지 이르게 된 걸까? 영국 국민들의 가장 대표적인 불만은 혜택에 비해서 금전적 및 기타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회원국은 2000년대 들어 급속히 늘어 현재 28개나 되지만 경제가 워낙 크고 지역내 중요도도 크기 때문에 영국의 부담은 28분의1이 아닌 6분의 1 가량이나 된다.

그 밖에 영국은 난민에 관해서도 유럽연합 결정을 따라야 하고, 외교무대에서도 유럽연합 공동의 입장을 따라야 하는 등 불편함이 크다고 국민들이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국민들의 관심은 내 재산이 얼마나 늘어나느냐가 아니고 남들의 재산이 내 재산보다 얼마나 빨리 늘어나느냐, 그리고 그것이 정당하느냐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큰 배경이 됐다고 본다.

■ 앞으로 2년간 협상이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뭘 협상하나?

현재 형태의 유럽연합이 출범한 것은 1993년이지만 길게 보면 유럽연합의 기본 구상은 1946년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행한 연설에서 나왔다. 영국은 1973년 가입했고 주요 회원국이었는데 탈퇴 1호가 됐으니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앞으로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협상은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나라가 독립해서 세계 각국과 관계를 맺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영국은 신생국이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주요국이니까 좀 수월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나라가 없었다는 것은 물론 영국이라는 주요국이자 주도국이 탈퇴하는 것이어서 상황이 복잡해진 것이다. 가장 큰 것이 이른바  "탈퇴세"라는 것인데, 언론에서는 이것을 이혼시 배우자끼리 협상하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 다음 영국인들과 잔여 회원국 국민들의 지위에 관한 협정 체결, 영국 국내법과 유럽연합 법의 관계 재정립, 국경에 관한 조약 체결 등도 협상해야 한다. 그밖에도 양측은 무역, 투자 등 경제 부문에서도 협력 조약을 새로 맺어야 할 것이다.

■ 분담금 72조원 얘기는 뭔가? 탈퇴하는데 무슨 분담금?

유럽연합 측은 영국과의 본격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탈퇴세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안되면 나머지 협상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유럽연합 역사상 주요 회원국 탈퇴는 처음이기 때문에 탈퇴세 협상의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편의상 탈퇴세 이렇게 부르지만 이것은 재산세나 소득세처럼 공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또 한 가지 항목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탈퇴세에는 영국이 2019년 탈퇴가 실제 이루어지기 전까지 부담하기로 약속한 돈 가운데 아직 내지 않은 "미지급 약정기여금", 유럽연합 공무원들에 대한 연금 분담금, 그리고 기타 법적 책임이 있는 비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비용을 얼마로 할 것이냐를 두고 이제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데, 유럽연합 측은 대략 600억유로(한화로는 약 72조원)를 내라고 하고 있다.

이것은 유럽연합 예산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초로 계산된 것인데, 영국은 최대한 이 비용을 줄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영국 국민투표 때 탈퇴론자들이 주장한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유럽연합에 부담하고 있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는데 탈퇴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자유무역협정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탈퇴세 문제가 무난히 해결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탈퇴세 못지 않게 복잡한 문제가 무역, 투자, 조세 등 경제관계에 관한 것이다. 수많은 나라로 이루어진 유럽이 오랜 동안 서로 전쟁을 치르고 경쟁하느라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국방이나 치안 등 내정을 제외한 교역과 외교 등에 있어서 하나의 나라처럼 합치자는 것이 유럽연합의 주된 목표였다.

그리고 실제로 회원국들은 서로 국경을 개방하고 교역이나 투자 등에 있어서 한 나라처럼 장벽을 허물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5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분쟁은 줄고 소득은 늘어나는 큰 혜택을 봤다. 그런데 이제 영국이 탈퇴하면 영국은 기존에 누리던 혜택을 다 잃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듯이 영국도 유럽연합과 새로 국가간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는다고 당장 교역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도 자유무역협정은 없다. 하지만 영국으로서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으면 지금까지 누리던 혜택을 모조리 잃게 되기 때문에 교역이나 기타 경제 교류에 있어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 뿐 아니라 영국은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들과도 개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국력이 소모될 것이고, 만에 하나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그 기간 중에는 영국 경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모든 협상이라는 것이 냉정하게 말하면 타결될 확률과 그렇지 않을 확률이 절반이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타결되지 않을 경우 서로 큰 혼란과 일부 피해를 당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시한 내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일단 유럽연합과 영국의 본격 협상보다는 탈퇴세 협상이 더욱 관심사다. 이것이 타결되지 않으면 나머지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유럽연합이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퇴세 협상에 대해서만 보자면, 일단 양측은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에 따르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자칫 판결 내용에 대해 영국 국민들과 유럽연합 잔류회원국들 모두 불만을 갖고 저항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양측은 최대한 정치력을 발휘해서 어찌됐건 협상을 타결시키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 탈퇴세 문제가 해결돼도 남은 사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협상을 얼마나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유럽연합의 중요한 조약인 리스본조약 50조에는 회원국 탈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년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회원국 자격이 정지된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규정이 없다.
Article 50 
1. Any Member State may decide to withdraw from the Union in accordance with its own constitutional requirements. 
2. A Member State which decides to withdraw shall notify the European Council of its intention. In the light of the guidelines provided by the European Council, the Union shall negotiate and conclude an agreement with that State, setting out the arrangements for its withdrawal, taking account of the framework for its future relationship with the Union. That agreement shall be negotiated in accordance with Article 218(3) of the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It shall be concluded on behalf of the Union by the Council, acting by a qualified majority, after obtaining the consent of the European Parliament. 
3. The Treaties shall cease to apply to the State in question from the date of entry into force of the withdrawal agreement or, failing that, two years after the notification referred to in paragraph 2, unless the European Council, in agreement with the Member State concerned, unanimously decides to extend this period. 
4. For the purposes of paragraphs 2 and 3, the member of the European Council or of the Council representing the withdrawing Member State shall not participate in the discussions of the European Council or Council or in decisions concerning it. 
A qualified majority shall be defined in accordance with Article 238(3)(b) of the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5. If a State which has withdrawn from the Union asks to rejoin, its request shall be subject to the procedure referred to in Article 49.
■ 앞으로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유럽이나 세계경제나 일단 2년간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중 영국은 표면적으로는 회원국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다만 협상 기간 중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이는 소비와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실물경제가 어떤 사이클에 있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경제, 특히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취약한 상태와 비교해서 그렇지 않는 경우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금리를 몇 번 올리느냐를 가지고 논란이 일 정도로 호황을 보이고 있고 주요 신흥국들도 오래 기다렸던 회복 소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불안불안한데 세계경제 전체적으로는 취약한 상태라기보다는 견조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서 다행히 브렉시트 협상 과정 자체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하기로 하고 유럽연합에 혼자 가입하겠다고 하면 복잡해질 수는 있다. 지난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주민들 과반수는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스코틀랜드 독립을 주장하던 쪽에서는 이참에 독립을 해서 자신들만 유럽연합에 남겠다고 하고 있다. 사실 스코틀랜드는 1707년 영국에 병합됐으니까 그 전에는 별개의 주권을 가진 지역이었다. 따라서 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이 다시 거세지면 영국 금융시장과 경제, 유럽 금융시장과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출처: 국제금융센터)

■ 우리에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나?


직접 교역 규모는 1%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크지 않다, 그런데, 꼭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이 문제는 일단 금융시장을 통한 영향이 주된 경로라고 본다. 즉 협상 과정에서 현지 금융시장,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 한국 시장 및 경제 심리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직접이든 간접이든 브렉시트 협상이 결렬되고 분위기가 험악해지지 않는 한 협상 자체가 어렵게 진행된다고 해도 그로 인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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