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 경제는 성장국면 지속에 따른 고용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임금정체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 금년 1분기까지 일본 경제는 5분기 연속 성장국면을 이어갔으며, 금년 4월 중 실업률은 2.8%로 지난 1993년 8월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함.
- 그러나 금년 4월 중 일본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275,321엔(약 2,500달러)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작년 4월 중 평균임금과 거의 동일한 수준임.
■ 이러한 임금증가율 정체 현상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음.
- 그동안 일본은행은 양적질적완화정책(QQE)과 마이너스금리정책의 시행을 통해 「경제성장 → 기업이익증가 → 임금상승 → 소비증가 → 물가상승」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해왔음.
- 그러나 일본 소비자물가의 저공행진은 실물경제가 이러한 선순환 구조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음.
- 일본의 근원(신선식품 제외)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작년 3월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다가 금년 들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일본은행 목표치인 2.0%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침(1월 0.1%, 2월 0.2%, 3월 0.2%, 4월 0.3%). 금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에너지 가격 상승과 같은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며, 임금상승과 소비증가에 따른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됨.
-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임금정체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구성변화, 노인·여성·외국인근로자 중심의 저임금 및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 장기간 저성장 시대를 살아온 일본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자제 등을 지적해왔음.
- 일본은행 통화정책 정례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장기간의 경기불황으로 인해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일본 기업들이 생산성이 낮은 초과근무를 지양하고 노동생산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임금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함.
- 유통업자가 초과근무를 없애고 통상임금을 지급하면 노동생산성은 올라감.
- 이러한 근무시간 단축은 고용에 대한 수요와 임금상승 압력을 낮추고 물가상승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 일본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생산액은 OECD 평균을 하회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약 60% 수준에 불과함.
- 일본생산성본부(Japan Productivity Center)의 키우치 야스히로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생산량 증대가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에 의해 쉽게 제고될 수 있다고 지적함.
- 일본 기업들은 초과근무를 없애고 통상근무의 효율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음.
■ 이론적으로 노동생산성이 제고되면 임금상승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초과근무 수당 지급 없이 생산성 제고를 통해 동일한 업무를 처리하고 통상임금도 노동생산성 제고에 맞춰 점진적으로 인상되는 경우 일정시점까지는 임금총액이 증가하지 않을 수 있음.
- 더욱이 일본의 근로자와 노동조합이 임금상승보다는 근로시간 단축을 선호한다면 노동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금상승이 억제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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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 내용에 몇 마디 덧붙임)
위 보고서 내용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연간 평균근로시간이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하지만 시간단 부가가치 생산액은 다섯 번째로 적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시간에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사무직을 놓고 보면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다는 말이 된다.
한국 정부는 노동시간이 국제 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길다는 점에 착안해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 즉 고용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수준에 이르기까지 그런 관계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즉 필요 없는 근로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고용주 입장에서는 근로 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고용을 늘리지 않고 이를 수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 근로시간이 주는 만큼 고용이 늘어나도록 강요한다면 고용지표는 좋아질지 모르지만 생산성 개선을 크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위 보고서처럼 고용지표는 개선돼도 임금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경제성장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필요 없이 야근을 자주 하는 잘못되 습관 뒤에 "문화"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야근은 문화가 아니고 "잘못된 습관"이다. 게다가 꽤 구조적으로 뿌리내려 있는 것 같다. 야근을 할 수록 그 조직에 불이익을 줘야 함에도 오히려 야근을 하면 "일을 열심히 한다"든지 하는 말로 칭찬까지 한다.
갑자기 사정이 생겨 야근을 해야 한다면 일단 하되 그런 일이 반복되면 관리자는 인력이 부족한 것인지, 정상 근로 시간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야근이 일상화되면 정규 근로시간 동안에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어차피 야근을 할 텐데 무엇하러 주간에 일을 끝마치겠는가.
야근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에 게시했던 과거 글을 참조 바란다. (여기를 클릭 ☞ (斷想) 야근 문화? 희생을 강요 말고 성과를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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