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9

(책소개) 골목의 전쟁: 경제를 책으로만 배우면 안 되는 이유

『골목의 전쟁』(김영준 저, 스마트북스 출판)은 이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뛰어난 서평도 많이 나온 책이어서 내가 이렇게 늦은 시점에 서평이랍시고 글을 남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책을 쓴 저자에게 감사의 표시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돼 책 소개 글을 남기려 한다.

우리는 누군가 그럴듯한 이론이지만 직접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야기를 할 때 "○○을 책으로만 배워서 그렇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전공했거나 책을 많이 읽어 비록 이론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이론에 바탕이 되는 실생활에서의 사례를 두루 경험하지 않고 그저 이론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모든 이론을 실생활에서 검증한 뒤에야 그 이론에 대해 말할 수 있고, 또,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려면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말하려면 아마 300년을 살아도 모자랄 것이다. 어떤 이론은 실생활에서 검증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너무나 명료한 경우가 그렇다. 그렇더라도 실제 상황을 철저히 염두에 두고 이론을 주장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골목의 전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책이다. 거창한 이론을 들이대고 거기에 생각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를 하는 대신 실생활에서의 사례를 바탕으로 중요한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중요한 원칙을 콕 집어 설명하는 건 아니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원칙에 대해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상식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이고 지나쳤던 어떤 이야기가 사실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한국은 경제 규모나 1인당 국민소득 등 여러 지표에서 이미 고소득국가에 속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몇 가지 부문은 여전히 낙후되거나 고소득국가들과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이유를 두고 "상식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 때 실직한 직장인들이 대규모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정설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다음 부분처럼 조금만 통계를 살펴보면 그런 믿음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략) 자영업자 비율은 1991년까지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1991년부터 점진적으로 상승하여 1998년에는 정점을 찍고 다시 하향 추세로 전환했다. 호황기였던 1990년대 초중반에 오히려 자영업자 비율이 증가했다는 점은 굉장히 독특하다. (중략) 흔히 외환위기로 인해 직장인들이 내몰려 자영업자가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중략)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자영업자 비율은 10% 중반 이하로 내려올 것이다. 그래서 80%가 넘는 임금 노동자들이 10% 중반의 자영업자들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것은 자영업으로서는 지금보다 좀 더 튼튼한 구조이다. (pp 258-259)
위에 소개한 부분처럼 이 책은 전체적으로 통계와 실제 사례, 그리고 골목, 즉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가 그 어떤 (편향되고 착각에 기초한) 믿음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어떤 경제 현상에 대해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많은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하는 말,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대책이라는 것이 골목, 즉, 시장에서 그저 우스갯소리로 취급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규모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지표로 표시되며 2016년 현재 한국의 연간 GDP는 1637조원에 달했다. 국내총생산이란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 일정한 기간(보통 1년)에 걸쳐 새로이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부가가치 또는 모든 최종재의 값을 화폐단위로 합산한 것"이라고 정의된다. 즉 경제활동을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를 값으로 매긴 것이다. 이런 부가가치가 1637조원이라니 실로 엄청난 것이다.

한국의 GDP 가운데 대부분은 결국 실제 경제 현장인 시장에서의 경제활동을 통해 창출된다. 이런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무시하고 경제를 얘기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를 책으로만 배웠다"고 할 만큼 부질없는 짓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부분은 우리가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얘기하다가 범하게 되는 우를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생닭의 가격이 굉장히 낮다며, 치킨집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원가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재료비와 원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생닭은 치킨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중략) 소비자의 가격에 대한 가장 큰 저항은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중저가라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구매하고 싶으니 싸게 팔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에 가깝다. (중략)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은 외면한 채 가격 인상에 반발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대기업에 의한 가격 후려치기와 닮은 부분이 있다. (pp 107-109)
이 책은 사실 저자가 직접 표지에 부제로 달아놓았듯이 "미래를 준비하는 퇴사 준비생이 꼭 알아야 할 마켓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과 이런 부제에서 보듯 자영업을 계획하고 있거나 자영업을 할 때를 대비해 미리 지식을 쌓아두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엄청난 정보와 통찰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나는 이 책이 오늘날 한국에서 소위 경제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담론이 발을 땅에 딛지 않고 하는, "경제를 책으로만 배운" 사람들의 헛소리로 넘쳐나는 현실에 하나의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많은 정보와 더불어 많은 생각할 계기를 던져 준 저자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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