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7월25일 (로이터) 유춘식 기자 - 통계청은 지난 5월 출생아가 2만7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9% 줄어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흐름이 30개월째 이어졌다고 25일 발표했다. 올해 들어 5개월간 누계로는 14만5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했다.
1-5월 기간 사망자는 12만9800명으로 지난해보다 8.2% 증가했으며, 그 결과 자연증가한 인구는 1만5500명에 그쳤다. 지난해 추세를 바탕으로 로이터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올해 출생아는 32만6천명, 사망자는 30만9천명으로 자연증가 인구는 1만7천명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의 자연증가 인구는 2000년 38만8천명에서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10만명을 밑돌아 7만2천명에 그쳤다. 물론 올해 남은 기간 변수는 있지만, 출생아 수는 감소하고 사망자 수는 증가하고 있어 자연증가 인구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인구 공포
인구의 빠른 고령화와 출생아 수의 빠른 감소를 주축으로 하는 한국의 인구 구조 변화는 오랫동안 국민들의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집권하는 대통령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약속을 빠짐없이 했고 많은 재정 지원과 대책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 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한국의 인구 구조는 기존 전망 경로를 밟아가고 있다. 최신 전망인 2016년 발표 통계청 인구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31년 5295만7600명에 이른 뒤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는 경제 활동 위축이라는 측면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출생아 수 증가세 둔화는 고령 인구 비중 증가를 뜻하는데, 이는 사회의 고령자 부양 비용이 증가하고 납세자 1인당 부담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15세에서 65세까지 인구를 일컫는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2016년 정점에 이른 뒤 감소하기 시작했다. 물론 생산가능인구 개념이 시대에 맞지 않아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생산가능인구는 전체 인구보다 먼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일본화 공포
인구 얘기가 나오면 항상 언급되는 것이 '일본화' 공포다. 인구 감소가 이미 진행 중인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지칭되는 경제 정체 시기를 겪었는데,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며 그 핵심에는 인구 구조의 동조화가 있다는 것이 '일본화' 공포의 주내용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숙명론에 동의할 수 없다. 일본은 한국과 역사적‧지리적‧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에 한국에서는 일본의 사례가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면보다 다른 면이 더 많다.
우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오롯이 인구 구조 변화의 탓이라고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일본은 1985년 프랑스, 독일, 미국, 영국을 포함한 주요5개국(G5) 사이에 체결된 플라자합의에 따라 엔화를 급격히 절상시켰으며 이는 국내 자산가격 버블을 낳았다.
이후 버블 붕괴와 통화정책 실수 등이 어우러진 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진 것이지 인구 구조 변화가 주요인이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때문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구 정책만으로 풀 수 없는 인구 문제
일본뿐 아니라 독일, 영국 등 많은 나라가 인구 구조 변화를 겪었지만 모두 '잃어버린 20년'을 거친 것은 아니다. 이 사실도 인구 구조 변화가 경제 침체의 주범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구 정책은 출산 장려 쪽에 모여 있다. 중앙 및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출산 및 육아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출생아 수 감소는 비용 부담뿐 아니라 미래 일자리와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역할을 한다.
일본을 제외하고 많은 선진국이 인구 구조 변화에도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굳이 어려움을 겪은 일본의 사례만 들이대며 숙명론에 빠진 것이 현재 한국의 모습이다. 더구나 일본의 어려움은 인구 구조의 변화 때문만이 아닌데도 일본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인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흔히 출생과 사망이라는 자연적 현상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많은 선진국은 외국인들의 이민이나 장기체류 등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해 출생과 사망이라는 자연적 요인에 의한 인구 감소를 극복해 오고 있다.
한국도 외국인 순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해외 체류 내국인과 국내 체류 외국인 수의 차이인 국제 순이동 인구는 2010년 8만2천여 명에서 2014년 14만2천여 명까지 증가했으며 2017년에도 9만5천여 명을 유지해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자연증가 인구가 10만명은 물론 5만명도 밑돌 것으로 보이는 것에 비춰보면 이런 국제 순이동은 작은 규모가 아니다. 자체 인구가 늘지 않으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외국인을 많이 받아들이면 된다. 이들은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세금도 낸다.
▲인구 탓만 하지 말자
인구 구조 변화는 한 사회에는 민감한 일이고 관심과 대책을 게을리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모두 인구 문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경제 활력과 관련해 생산가능인구 문제를 제기하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주요20개국(G20) 가운데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아직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모든 것이 인구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외국인 투자와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 국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의 GDP 대비 비중 면에서 한국은 비교 대상국 중 일본 다음으로 최하위다.
출생아 수가 감소하니 출생아 수를 늘릴 대책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인구 정책은 펴면서도 그 경제적 효과에 대응할 정책을 펴야 한다. 각종 국제기구는 친절하게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알려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제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비협력적 노사관계, 높은 해고 비용, 이사회의 비효율성, 정부 정책 수립 과정의 불투명성 등 많은 장애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지적은 거의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이렇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는데도 외면하면서 '아기를 더 낳게 할 묘수'에만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일본화' 얘기만 되풀이하는 것은 한국답지 못하다.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순위 가운데 한국이 하위권을 차지한 항목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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