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은퇴했지만 무디스에서 오래 한국을 포함한 지역의 국가신용등급을 총괄하던 분과 자주 얘기를 나누던 중 오래 전부터 지적했던 사항인데 공유한 글을 보니 또 떠오른다.
즉, 한국에서는 어떤 사안(action)을 분석하고 그 결과로 비판이나 칭송 혹은 비난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정권에 맞는 기업이나 조직, 또는 인물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대신 한국인들은 항상 actor를 선정해 그 actor의 모든 것을 비난하면서 소중한 성찰의 기회를 날려 버린다고 지적하곤 했다.
어떤 action이 문제라면 그것은 재벌이 하든 소상공인이 하든 다 문제다. 불공정 관행은 재벌이 하면 문제고 중견기업이 하면 문제가 아니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불공정 관행을 '얄미운' 재벌이 하면 문제고 대통령이 칭찬한 '중견기업'이 하면 괜찮다고 말하는 나라는 문제가 있다.
공유한 글의 계기가 된 영화는 보지 않았고 볼 생각도 없다. 이미 널리 소개된 내용만 봐도 안 보는게 건강에 유익할 것 같아서다. 우리나라에는 공무원이 수없이 많고 세대 혹은 시기마다 공무원이라는 대표 단어로 표시할 공통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은 이렇다, 공무원은 저렇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무원의 어떤 행태가 문제라면 그 행태를 문제삼으면 된다.
그보다 여기 언급된 영화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한국이 국가부도 직전의 위기에 내몰린 것은 몇 차례 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최근 것이 아마 이 영화의 소재인 듯하다. 한국은 당시 상황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많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저항할 힘이 없어 보이는 대상, 혹은 결국 아무도 실체가 없는 대상을 그저 매도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소재로 삼아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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