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 아르헨티나 대선(2019년 10월 27일)을 앞두고 8월 11일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중도좌파 후보가 압승을 거두자 주요 금융지표가 폭락하며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함.
- 8월 12일에 전일대비 주가지수(MERVAL)는 4만 4,355에서 2만 7,530으로 38% 하락, 환율은 최대 33%까지 상승하다가 17% 상승으로 마감, 30년 만기 달러표시 국채가격은 24.5% 급락,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016bp로 전일대비 1,000bp 급상승함.
▶ 현 마크리 정부는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2015년 12월 출범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됨.
- 중국의 저성장과 함께 2012년부터 아르헨티나의 성장률은 하락에 이어 역성장을 지속하였고, 이전 좌파정부는 외환 사용 통제 및 수입 제한과 같은 과도한 경제 개입으로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으나 실패함.
- 마크리 정부에서도 지속되는 경기침체 와중에 경제개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로 자본탈출이 심화되었고, 이에 정부는 2018년 5월 IMF에 지원을 요청하여 570억 달러의 대기성 차관을 승인받음
《예비선거 직후 금융시장 불안의 주요 배경》
가. 친시장적 경제정책 축소와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
■ 우파 정부에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마크리 정부에서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좌파 후보인 페르난데스가 대선 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둠.
- 경제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의 긴축정책 기조는 경제회복을 가져오지 못했고, 오히려 서민층의 삶이 악화하면서 유권자의 표심 이탈이 가속화됨.
■ 좌파 정부가 집권할 경우 친시장적인 경제정책 축소 가능성 및 IMF 프로그램 재협상 요구가 높아질 것이므로 금융시장이 불안감을 보임.
- 페르난데스 후보의 경제정책 공약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친시장 정책과는 차별적인 페론주의(포퓰리즘)에 입각한 국가주도 경제정책을 따를 가능성이 높음.
- 2019년 7월 28일 페르난데스 후보는 외자 및 수출수익 관리에 대한 새로운 통제장치를 마련할 계획을 발표한바, 먼저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정부(2003~07년)에서 실행된 외자 관리방안을 모범으로 하여 최소 기간 동안 자본의 일정 금액을 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제도를 재도입하고자 함.
- 또한 수출업자가 보유한 달러를 일정 기간 내에 중앙은행에 교환토록 강제할 계획인데, 아르헨티나 외환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업부문 수출업자(대부분 글로벌 기업)의 경우 환율변동에 대비하여 환전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음.
-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 중인 현 정부와는 달리 연금 인상안(20%)을 제시했는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유동성조절증권(Leliq)에 지불할 이자로 재원을 마련할 계획임.
■ 좌파 정부가 집권할 경우 마크리 정부에 비해 재정 지출 확대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 경제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남.
- 정권 교체 이후 부통령인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이 실권을 행사할 경우 재정지출 확대를 우려함.
- 페르난데스의 공약 가운데 연금인상안에 대한 우려가 높은바, 크리스티나 정부에서도 연금 확대정책을 실시해 경제위기를 가중시켰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임.
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
■ 2001년 디폴트 후 아르헨티나의 국제금융시장 접근은 사실상 차단되었으나, 마크리 정부가 집권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복귀하고 IMF와의 관계도 개선함.
- 디폴트 이후 선진국 채권단 그룹인 파리클럽(Paris Club)과의 채무협상이 2014년까지 지연되면서 오랜 기간 이들 국가에서 자본 차입은 사실상 차단되었음.
- 2001년 디폴트 후 두 차례(2005년, 2010년)에 걸쳐 채무 구조조정을 실시해 원금(820억 달러)의 75.6%를 탕감 받았으나, 채무 구조조정에 불참한 일부 헤지펀드가 제기한 원금상환 소송에 패소한 아르헨티나가 상환을 거부하면서 2014년 기술적 디폴트에 빠짐.
- 기존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채무의 이자 지급을 위해 미국 은행에 자금을 예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원이 헤지펀드에 우선 상환하도록 명령하고 계좌를 동결하자 기존 채무의 이자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기술적 디폴트에 처해짐.
- 또한 마크리 정부는 2006년에 단절되었던 IMF와의 관계 회복으로 2018년 금융위기를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었음.
- 아르헨티나는 2001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IMF의 지원을 받았지만 지원 조건 이행을 둘러싼 갈등으로 2006년에 IMF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하였음.
- 특히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통계가 현실보다 축소되었다는 IMF의 의혹 제기 이후 지속된 물가통계 개선 요구를 둘러싼 갈등으로 아르헨티나가 2010년부터 연례 협의 개최까지 거부하면서 관계가 더욱 악화됨.
- 아르헨티나의 외채는 2016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18년 말 GDP의 60.9%를 기록하였고, 늘어난 외채의 약 81%는 공공부문(정부와 중앙은행)에서 발생함.
- 외채를 활용한 재정적자 보전으로 2017~18년 동안 정부 채무가 59% 증가함.
- 중앙은행이 중국과 2018년 약 87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4)을 체결하면서 중앙은행의 채무도 같은 기간 28.1% 증가함.
- 외환보유액은 2019년 3월 기준 660억 달러이고 외화표시 단기채는 801억 달러임.
■ 시장은 집권 가능성이 높은 페르난데스 후보가 IMF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지, 그리고 디폴트 발생 시 충분한 대응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신을 보내고 있음.
- 페르난데스 후보가 과거 IMF와 관계를 단절했던 정부의 각료수장이었던 점이 IMF와의 관계를 우려하는 단초가 됨.
- 현재 아르헨티나는 IMF 지원금의 정기적인 인출을 바탕으로 2019년에 예정된 외채 상환을 정상적으로 이행 중임.
■ 이러한 점을 의식하여 대선 예비선거 직후 페르난데스 후보는 2018년 금융위기에 대응한 IMF 지원이 긍정적이었음을 인정하면서, 집권할 경우 디폴트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함.
- 페르난데스는 IMF의 지원이 없었다면 2018년에 디폴트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 언급하여 IMF의 역할을 인정함.
-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아르헨티나와 IMF의 관계는 종속이 아니라 존중의 관계여야 하고, IMF와 합의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이 가혹하기 때문에 IMF와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함.
《전망 및 시사점》
■ 금융시장은 예 비선거 직후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좌파 정부의 집권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경제위기 상황(페소화 약세,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정치·경제적 이벤트에 따른 우발적인 변동성은 당분간 반복될 수 있음.
- 예비선거 이후 상당기간 페소화에 대한 압력은 고조될 전망인데, 환율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예상되므로 외환시장 개입을 비롯한 금융시장 안정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
-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불안해지자 달러 매각을 통한 시장안정화에 나선 동시에, 민간은행의 달러 자산 매각을 유도(총자산의 5% 이내로 외환보유를 제한)하고 있음.
- 예비선거 이후 8월 12~21일 동안 환율 방어를 위한 중앙은행의 달러 매각과 채무 상환으로 외환보유고가 589억 달러로 약 78억 달러 줄어들었는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디폴트 발생 가능성에 주목해야 함.
- 마크리 정부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집권기의 경기침체를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과 재정균형을 통해 극복할 것이라 공언하였지만 결과적으로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됨.
- 아르헨티나 경제성장률은 2019년 –2.8%, 2020년 –3.2%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 마크리 정부는 예비선거의 결과를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으로 판단하여 기존의 긴축 재정정책을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있는데, 그 결과 사실상 현재의 우파 정부와 과거 좌파 정부 사이의 경제정책의 차별성은 모호해지고 있음.
- 실제로 예비선거 직후 마크리 정부는 8월 14일 엄격한 긴축 재정정책 기조를 다소 완화하는 경제안정화 조치에 이어 8월 15일에는 좌파로 이탈하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하여 선심성 경제대책을 발표함.
- 이와 같은 경제안정화 대책은 대선 직전까지 거듭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데,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재정위기에 있음을 감안할 경우 차기 정부 경제정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국내적으로 갈등을 유발할 수 있음.
- 실제로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세제 조정안 발표 직후 발생하는 재정 부담(9억 4,500만 달러)을 분담(5억 2,600만 달러)해야 할 주정부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정부정책과 관련해 8월 22일 현재 대법원에 제기할 17건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음.
- 예비선거에서 현 정부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와 코르도바 주를 제외한 전체 지방에서 패배한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정부정책에 대한 반발은 지속될 전망임.
- 특히 한국의 아르헨티나 수출은 2017~18년 평균 약 6억 8,000만 달러와 수입은 약 5억 달러로, 한국 전체 교역의 0.1% 수준이고, 2018년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5억 9,000만 달러로 전체 투자의 1.2% 수준이어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임.
- 그러나 대외개방과 친시장 정책에 반감을 지닌 좌파정부의 등장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MERCOSUR의 개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
-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 마크리 정부와 연대 중인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부는 아르헨티나의 정치·경제적 변동성에 대한 브라질의 취약성이 과거와 달리 높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만약 아르헨티나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서 시장개방에 역행할 경우 MERCOSUR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음.
- 이 경우 최근 극적으로 타결된 ‘MERCOSUR-유럽연합(EU) 협력협정(FTA)’의 발효는 물론, 가속화하고 있는 ‘한국-MERCOSUR TA’ 협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임.
- 페르난데스 후보는 ‘MERCOSUR-EU FTA’ 협상에서 아르헨티나 산업계의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했음.
- 이러한 점은 회원국간의 합의를 통해 대폭 인하한 대외공동관세 적용(2020년) 및 역외와의 적극적인 FTA 추진(개별 회원국별 FTA 체결 허용 포함)으로 MERCOSUR의 시장개방도를 제고하려는 브라질의 의도와는 충돌할 수 있음.
- 그러나 브라질은 미국과의 FTA 협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일본 등 개별 국가와의 FTA 협상 추진에 여지를 두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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