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전에 돌입한 중국과 자극 받은 트럼프. 예측 불가 국면으로》
“실망스러운 연준”과 “미중 관세전쟁 격화”가 재발했다.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 후반(한국시간 금요일 밤) 파월 의장 잭슨홀 연설에서의 9월 FOMC 힌트를 대기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파월 의장은 아무런 추가 힌트를 주지 않았다. 유사한 시간, 미중은 서로간 보복 행보를 재차 격화시켰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 8월 1일 발표했던 관세 보복 차원으로 대미 수입품 $750억에 5~10% 관세부과를 발표하였으며 (품목은 대두, 쇠고기, 돼지고기, 밀, 옥수수 등 트럼프 지지기반 타격), 면세 대상이었던 미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각각 25%, 5%. 12월 15일부로).
이에 격분한 트럼프는 전체 대중 관세율을 5%p 상향했다(기존 부과하던 $2,500억 관세율 25% → 30%, 향후 부과 예정인 $3,000억 관세율 10% → 15%).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본인이 모든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중국을 나오게 명령할 수 있다는 극단적 주장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높이고 있다(IEEPA, 범죄정권으로부터의 안보 위협 등 국가비상사태를 위한 법안). 9월 중 예정된 워싱턴에서의 미중 고위급 협상까지 무산될 경우 양국간 관계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다시 격화된 미중간 관세전쟁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몸을 사리는 듯 보였던 트럼프의 조급심과, ‘이젠 더 잃을 것이 별로 없다’는 중국의 스탠스간 충돌이 빚은 결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3,000억 추가 관세를 발표한지 13일만에 내놓았던 “일부 품목 관세 연기”는 소비재 관세에 대한 부담감을 트럼프가 분명 가지고 있음을 표면으로 드러낸 결정이었다.
그리고 중국은 트럼프의 이러한 연기 조치를 협상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이를 빈틈으로 여기면서 “더 오래 버티는 자가 이기는 지구전에서는 중국이 우세하다”는 자신감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자극은 언제나 트럼프를 분노시킨다. 아직 잃을 것이 많은, 그리고 아무것도 잃기 싫어하는 트럼프와 더 잃을 것 없다는 중국간 수 싸움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강한 미국 경기와 약달러, 재선을 모두 손에 넣기 위해서는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 및 (형식적으로나마) 중국의 항복이 필요했을 수 있지만 중국은 이에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증시와 금리 동반 급락을 경계해야 한다.
《연준에게는 무역전쟁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세계 중앙은행들 연례행사인 ‘잭슨홀 미팅’에서는 “지금의 다사다난한 국면을 반드시 타개해 나가겠다”는 중앙은행들의 강한 의지나 다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보다는, “현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필립 로우 RBA총재 폐회사, “정치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파월 의장의 기조연설 내용도 유사했다. 파월 의장은 금융시장이 원했던 “더 강하고 적극적인 완화”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기존 입장의 되풀이(“경기 확장 유지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와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운 작업임을 호소하는 듯한 메시지만을 남겼다(“현 상황에 대한 정책대응 방향을 안내할 만한 최근의 전례가 없다"). 작금의 무역전쟁에 대해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사후적 대응’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듯한 연설이었다.
현재 금융시장이 직면한 딜레마는 지금의 국면을 해소할 능력이 없는 연준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에는 무역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막아낼 능력이 없다. 심리를 제약하는 원인이 너무 명백한 시기에, 제한적인 금리비용 하락이 그 모든 것을 상쇄시켜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무언가 “묘수”를 내어주길 계속 기대하고 있지만 연준에게 떠넘긴 과도한 부담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실망’의 모습으로 금융시장에 계속 되돌아가고 있다. 지금의 국면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가진 쪽은 연준이 아니라 트럼프이다. 무역분쟁은 통화정책의 절대 우위에 있는 이슈이다.
최근의 무역분쟁 격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는 아직 침체에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변화가 없는 한 연준은 ‘금리인하 사이클’로의 진입을 여전히, 최대한 부정할 것이다. 만약 연준이 인하 사이클로의 진입을 인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미국마저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의구심을 확산시키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및 금리 동반 급락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경기와 무관하게 상승해 온 증시의 변동성은 상당히 높을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앞선 경우와 굉장히 상반된다. 자산가격에 자칫 추가적인 버블을 양산할 위험이다. 금융시장에는 항상 비이성적, 비합리적 기대 쏠림이 자산가격에 큰 영향을 미쳐오긴 했지만 트럼프 시대 이후 이러한 비이성적 쏠림 성향은 더욱 강해졌다.
만일 연준이 이번에 인하 사이클로 접어든다면 내년을 포함해 상당기간 금리를 다시 올리기가 어려울 텐데, 이렇게 형성된 제로금리 환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쇼’를 펼친다면 금융시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버블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버블은 결국 언젠가는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올 텐데, 그때 문제의 책임소재는 연준에게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연준 입장에서는 두 시나리오를 모두 최대한 막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준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시장의 요구를 외면한 채 미적지근한 태도를 계속 보여주는 것 또한 결국 연준에게 리스크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만일 9월 FOMC에서도 잭슨홀과 같은 입장을 내비칠 경우 그에 대한 실망은 장기금리 추가 하락, 장단기금리차 역전폭 확대로 나타날 텐데, 동 현상이 심화될 경우 연준은 금융시장에 등 떠밀리듯 금리인하 사이클로 접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연준은 정책여력이 부족한 현 시점에 효과도 내지 못하고 카드만 소진하게 되는 격이 될 수 있다. 이는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인 “부족한 여력 상황 하에서 중앙은행이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지금껏 연준이 해온 대답(“선제적이고 강한 완화”)과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이다. 연준은 지금보다 더 큰 신뢰를 잃을 것이다.
필자는 연준이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여러 방면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은 9월 50bp 인하라는 생각이다. 일단, 현재 연준은 금융시장에 끌려다니는 지금의 흐름을 최대한 빨리 한번은 끊어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행보를 보여주어야 한다. 무역분쟁이 격화된 만큼 기존에 내세우던 “보험료”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보험료가 필요해졌음”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보험성 인하”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길이다.
9월 연준의 50bp 인하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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