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2

(보고서) 아르헨티나 경제, 달러 채택하면 살아날까?

(※ 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아르헨티나의 미 달러화 공식화페 채택 논의』라는 제목의 보고서 내용을 공유함. 보고서 결론에도 지적하고 있지만 간혹 고질적인 경제 문제를 '말 하기 좋고, 듣기 좋은, 그러나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제도 도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 결국 "모든 건 올바른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 성장 촉진을 위한 구조개혁 및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 및 법률 제도의 정비 등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듯이, 그 나라 경제주체들이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해야 한다. 만병통치약은 없다.)

■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채무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물가안정을 달성하고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하려면 미 달러화를 공식화페로 채택하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
  • 달러라이제이션은 ① 자국화폐를 폐지하고 미국과 통화동맹을 결성하여 미 달러화를 공식화폐로 사용하거나, ② 미 달러화를 자국통화와 마찬가지로 공식화폐(법정화폐)로 인정하여 병용하는 두 가지 채널이 있음. 채널① 사례로는 에콰도르, 동티모르, 엘살바도르 등이 있고, 채널② 사례로는 캄보디아, 니카라과, 미얀마 등이 있음
  • 주장: Argentina Needs to Dollarize (WSJ 201899), Argentina Should Scrap the Peso and Dallarize (Forbes, 2018.6.29), Could Dollarization Be Argentina's Salvation? (Bloomberg, 2019.10.30), etc.
  • 아르헨티나는 지난 1944년 군사정권 종식 이후 75년간 극히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는 물가안정 등 거시경제의 안정성 확보에 실패하였음 
  • 그동안 통화정책 및 환율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53.8%로 지난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음 
■ 이와 관련하여 달러라이제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에콰도르의 지난 20년간 경험은 유사한 경제 및 금융 환경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의 달러라이제이션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음

■ 첫째, 달러라이제이션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였음
  • 2000년 1월 달러라이제이션을 채택한 에콰도르에서는 2004년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기 시작하였음
  • 1970~1999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28%에 달하였으나 2004년 이후 연평균 3.1%까지 하락하여 칠레(3.3%), 콜롬비아(4.4%), 페루(2.9%) 등 여타 중남미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하였음
■ 둘째, 달러라이제이션은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개선하는 데에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였음
  • 에콰도르의 경우 비금융 공공부문 지출액이 1990년대 후반 GDP 대비 약 26%에서 2014년 약 43%까지 증가하였음
  • 에콰도르 정부는 이러한 재정지출 확대를 감당하기 위해 유가 상승에 따른 재정수입 증가분을 투입하고, 중국 중앙은행으로부터 외화자금을 차입하는 한편 민간부문 대외부채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해야 했음
  • 또한 에콰도르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을 통해 정부의 재정지출을 뒷받침하였는데, 이는 1998년부터 중앙은행에 부여된 통화정책 독립성을 무력화시키는 헌법 개정으로 가능하였음
  • 그 결과 에콰도르의 국가위험도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었으며, 지난 5년간 에콰도르 정부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총수요 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1인당 GDP가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음
  • IMF는 에콰도르의 1인당 GDP 감소 추이가 향후 최소 3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

■ 셋째, 달러라이제이션은 경제성장을 자동적으로 촉진시키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였음
  • 지난 20년의 대부분 기간 동안 유가 상승, 미 달러화 가치 절하, 국제적인 저금리 추이, 해외 근로자들의 국내송금 증가 등 대외 경제 여건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에콰도르의 1인당 실질 GDP는 연평균 3.3%를 기록하여 직전 3년간의 연평균 4.7%를 크게 하회하였음
  • 더욱이 2019년 1인당 실질 GDP는 2012년 수준을 하회하였으며, 여타 주변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였음

■ 넷째, 달러라이제이션은 이를 채택하는 국가의 실물경제가 대외충격에 더욱 취약해지도록 만드는 특징을 보임
  • 자국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의 경우 대외충격으로 통화 가치가 절하되고 가격경쟁력이 상승함에 따라 수출 및 생산이 증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달러라이제이션 국가의 경우에는 이러한 환율조정 완충장지가 존재하지 않아 실물경제가 대외충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음
  • 이러한 취약성은 달러라이제이션을 채택하는 국가가 에너지나 원자재 수출국일 때 더욱 심화될 수 있는데, 가령 에콰도르의 경우 미 달러화 가치가 절상되면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재정수입도 감소하는 이중고에 노출되었음
  • 한편 미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가격경쟁력이 상승함과 아울러 유가 상승과 재정수입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므로 달러라이제이션이 경기변동성을 크게 키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음
  • 2000~2019년 중 실질 GDP 성장률의 표준편차를 살펴보면 에콰도르가 2.66으로 칠레(2.1), 콜롬비아(1.79), 페루(2.44) 등 여타 중남미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남

■ 다섯째, 달러라이제이션을 채택하는 국가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가격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음
  • 에콰도르의 경우 명목임금의 하방경직성이 강하고 노동이동성이 제한되어 있어 기업 입장에서 생산비 조정이 용이하지 않으나, 자국화폐를 발행하는 국가의 경우에는 대외충격이 발생하면 자국통화의 가지 하락에 의해 미 달러화 표시 명목임금이 감소하면서 생산비 조정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
  • 노동이동성(labor mobility)이란 노동시장에서 노동자가 전근, 신규채용, 복직, 퇴직, 휴직, 해고 등의 원인으로 인해 기업, 산업, 직업, 지역 간에 이동하는 현상을 지칭함 
■ 아르헨티나의 미 달러화 공식화폐 채택 논의와 관련하여 에콰도르의 20년 경험 사례는 달러라이제이션 채택이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단기 정책 처방으로는 유효할 수 있으나, 재정적자나 저성장 등 여타 중장기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음
  • 그러므로 아르헨티나가 미 달러화를 공식화폐로 재택하더라도 물가안정 달성과 경제성장 기반의 구축에 성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올바른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 성장 촉진을 위한 구조개혁 및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 및 법률 제도의 정비 등이 전제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음

★★★★★
★★★★★

이 블로그 검색

라벨

국제 (1299) 경제정책 (1084) 경제일반 (1075) 경제지표 (1058) 금융시장 (951) 기타 (856) 한국경제 (645) *논평 (475) 보고서 (442) 산업 (299) fb (263) *스크랩 (210) 중국경제 (209) 부동산 (154) 책소개 (88) 트럼포노믹스 (84) 뉴스레터 (79) 일본경제 (59) 아베노믹스 (34) 가계부채 (29) tech (25) 공유 (25) 가상화폐 (20) 북한 (20) 블록체인 (20) 암호화페 (20) 원자재 (8) 무역분쟁 (7) ICO (6) 코로나 (5) 브렉시트 (4) 인구 (4) 터키 (2) 중동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