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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Factfulness: 우기지 말고 겸허히 진실을 받아들여라


〈여기 소개하는 내용은 아래 책에 기초해 작성한 것입니다. 같은 책이 다른 형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된 것도 있으며, 한글 번역본도 있습니다. 참고하기 바랍니다.〉




오랫동안 외국에 있는 독자들을 위해 한국 경제와 경제정책에 관한 기사를 써오면서 많은 당국자와 전문가, 그리고 투자자를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1997/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경제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세계 경제도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고위 정책 당국자들이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나칠 정도로 특정 이론에 얽매인 사람도 봤고, 최근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자기주장을 펴는 사람도 봤다.

그럴 때마다 "저분이 마지막으로 관련 이론을 공부했을 때가 몇 년일까? 1950년대나 1960년대는 아닐까? 그 이후 세상이 변한 것을 과연 얼마나 습득해서 말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곤 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자신이 가장 왕성하게, 혹은 가장 집중적으로 이론을 공부했을 때의 기억에 얽매인 채 이후의 변화한 세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그분이 전문가인 것이 자유로운 사고를 막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유연한 사고방식이 깊은 전문지식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후배나 자식들에게도 이런 내 깨달음을 기회가 될 때마다 들려주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Factfulness라는 책을 보다가 내 생각이 엉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돼 기뻤다. 저자는 이 문제를 아주 직설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무지한 성인들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후세를 잘 가르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학교에서 세상에 대해 배우는 지식은 졸업 후 10년이나 20년 안에 이미 뒤떨어진 정보가 된다. (p249)
세상이 빠르게 변화해서 생겨나는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항상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맹신하지 말고 끊임없이 자신의 지식을 의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지식에 결함은 없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라.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은 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하라. 평소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새로운 정보나 내 전문이 아닌 분야의 정보를 항상 호기심을 갖고 대하라. 내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과만 이야기하거나 내 주장과 일치하는 사례만 찾지 말고, 나와 반대 주장을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내 주장과 다른 이론이나 논리를 세계를 이해하는 데 활용하라. (pp186-187)
요즘 한국 방송에서는 다양한 뉴스 해설 코너를 진행하는데, 이른바 '전문가' 자격으로 이런저런 사람들이 출연해 뉴스를 설명한다. 그런데 전문 분야가 이혼 등 가사 분쟁인 것이 잘 알려진 변호사가 등장해 정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보다야 지식이 더 많겠지만 나는 그 변호사가 모든 세상일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도 지적하듯 "전문가란 특정 분야에 있어서만 전문가다(p187)". 그 분야를 벗어나면 그 전문가도 일반인에 불과하다. 일반인보다 못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작지 않다.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오해할 수밖에 없는 '본능적인 함정'을 10가지로 정리해 설명한다. 10가지가 전부라는 말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 함정을 잘 이해하고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을 남들보다 잘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1. The Gap instinct: 집단들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다는 착각
  2. The negativity instinct: 부정적인 정보가 훨씬 많이, 훨씬 빠르게 전달돼 세상을 온통 부정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문제
  3. The Straight Line Instinct: 세상의 어떤 변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
  4. The Fear Instinct: 두려움을 주는 정보가 우리의 관심을 더욱 잘 끈다는 특성. 하지만 두려움을 주는 일보다 알고 보면 훨씬 중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5. The Size Instinct: 어떤 통계상 숫자가 놀랄 만큼 크거나 작을 때 우리의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이럴 때는 다른 수치와 비교하거나 그 통계의 특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6. The Generalization Instinct: 어떤 정보든 그 정보가 가진 한계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정보를 섣불리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7. The Destiny Instinct: 운명론
  8. The Single Perspective Instinct: 고정관념의 문제
  9. The Blame Instinct: 문제의 책임을 특정인에게 돌림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문제
  10. The Urgency Instinct: 문제가 워낙 시급해서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고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또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
길게 설명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평소 가졌던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 흑백논리(진영논리)와 경직적 사고는 우리가 피해야 할 최대의 함정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사람은 지식이 많을 수록 이 세상에는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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