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 내용을 공유한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 최대국들이며 핵무기 보유국들이다. 여러 사례를 보면 한국의 인도에 대한 이해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과거에는 북한을 봉쇄하는 차원에서 인도와의 외교 전략을 폈다면, 최근에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차원에서 인도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이른바 신남방전략이라고 하면서 인도와의 경제 협력을 추구하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인도를 온전히 인도로 이해하려 하고 또 전문가들을 중용한다든지 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보고서처럼 중국과 인도의 분쟁은 우리나라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나부터 조금 더 잘 이해하려고 보고서를 읽어보고 공유한다.)
《들어가며》
중국과 인도 관계는 2020년 6월 양국 간 국경분쟁이 발생한데 이어 9월에도 무력충돌이 발생하면서 1962년 국경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인 관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중경쟁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최근 인도가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간 경쟁 사이에서 중추국가(pivot)로서의 역할로 주목받으면서, 미・중・인 3국이 서로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치열하게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전략적 삼각관계(strategic triangle)’의 형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추국가’는 강대국에 좌우되는 국제질서하에서 역내 어젠다를 설정하거나 관련 이슈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러한 국가는 강대국이 자국의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전략적 삼각관계’의 전제조건은 각 국이 삼자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두 국가 간 관계는 제3자 국가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미・중관계는 미・인 및 중・인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러한 삼각관계의 구조 하에서 인도의 전략적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인도가 자국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중 강대국 사이에서 적절한 대응전략을 취하는 것이 관건이기도 하다.
《중국-인도 국경분쟁 현황》
중국과 인도는 국경선 획정 문제로 1962년에 무력충돌에까지 이르렀지만, 라다크(Ladakh)・시킴(Sikkim)・아루나찰 프라데시(Arunachal Pradesh) 등 3개주에서 여전히 국경선이 확정되지 않아 1975년부터 실제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 이하 ‘LAC’)을 설정하여 관리해 왔다.
그러나 양국이 주장하는 LAC의 위치가 달라 분쟁이 잦았다. 악사이 친(Aksai Chin)은 인도 측에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아루나찰 프라데시는 중국 측에서 ‘남티벳(Southern Tibet)’으로 간주하고 있다.
LAC의 길이에 대해서도 인도는 3,488km, 중국은 2,000km로 주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이 LAC 주변의 도로와 교량 등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인 양국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도클람(Doklam) 지역에서 양국 군대가 73일 동안 무력대치를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20년 6월에는 라다크 갈완 계곡(Galwan Valley)에서 양국 간 유혈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숨지고 중국군도 다수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인 양국이 군사적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1975년 이후 45년 만의 일이었다. 이로 인해 인도 국방부는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서 재차 충돌이 일어날 경우 사령관 판단 아래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전 규칙(Rules of Engagement)을 개정했다.
이어서 지난 9월 라다크 판공 호수(Pangong Tso)에서 중・인 양국 간 총기를 사용한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양국군은 1996년과 2005년 두 차례 합의에 따라 LAC 2㎞ 이내에서는 총기나 폭발물을 휴대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번에 이 합의가 깨지게 된 것이다.
최근 인도도 분쟁 중인 국경 인근에서 병력・물자수송 관련 전략 인프라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인도는 북부 라다크 지역에 7개 다리를 개통했으며, 잠무-카슈미르・히마찰프라데시・시킴・아루나찰 프라데시 등에도 다리를 개통해 총 44개의 전략 교량이 개통되었다.
《미・중・인 삼각관계에 미치는 영향》
(1) 미국-인도 관계 강화
그동안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의 부상을 촉진하는 전략을 추구해 왔으나, 인도는 미국과의 반중 연대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중・인 영토분쟁은 인도와 미국 간 전략적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초청하면서 제안한 G7 확대 구상에 대해 “창의적이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creative and far-sighted) 접근이라며 긍정적으로 화답한 바 있다. 한편 2020년 10월 미국과 인도는 외교・국방장관 2+2회담을 갖고, ‘위성정보와 군사지리정보 공유협정(BECA)’을 체결하며 군사협력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번 협정은 양국의 네 번째 군사협정으로 2002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2016년 ‘군수지원협정(LEMOA)’, 2018년 ‘통신상호운용성 및 보안협정(COMCASA)’을 체결한 바 있다. 인도는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 호주와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 해군은 2015년부터 일본 해상 자위대, 미국 해군과 ‘말라바르(Malabar)’ 연례 합동 해상 훈련을 진행해 왔으며, 호주 해군을 초청해 처음으로 미・일・호・인 4개국 합동 군사 훈련을 계획 중에 있다.
(2) 중국-인도 관계 약화
미국과 인도 간 전략적 협력관계는 더욱 확고해지고 있는 반면 중・인 관계는 국경분쟁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1950년대 중국과 인도는 “힌디 치니 바이 바이(Hindi Chini Bhai Bhai, 인도와 중국은 형제다)”라고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1962년 국경에서의 유혈 충돌 이후 양국은 완전한 관계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CPEC)’ 등 적극적인 남아시아 전략은 인도의 안보딜레마를 가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인도의 모디 총리는 2018년 중국 우한(武漢) 정상회담을 통해 국경 정상화에 합의한 바 있다. 또한 2020년 9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중・인 외교장관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여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대한 공동인식에 기초하여 갈등이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양국군은 국경지대 인근에 병력을 늘리고 있고 군사관련 시설도 짓고 있어 이러한 교착상태가 다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소지도 다분하다.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중・인 양국의 국경 정세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면서 “45년 만에 국경 지역에서 총성이 나면서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정세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중・인 관계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명하며, “현재 작은 오판 하나로도 큰 실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가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대 중국 봉쇄 정책에 참여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인도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최근 적극적인 트위터 외교를 전개하고 있는 중국의 외교관들이 인도에 대해서는 공개적 비난을 자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 미・중・인 전략적 삼각관계 형성과 인도의 중추적 역할 부상
상기한 바와 같이 미・중 전략경쟁에서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부상하고 있는 미・중・인 전략적 삼각관계의 형성이 가시화되어 가고 있다. 인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국가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재개된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안보대화)’도 인도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인도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반 화웨이 조치에 동참하고 있으며, 틱톡과 위챗 등 59개 중국산 스마트폰 어플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인도는 미・중 어느 한쪽과의 연합을 선택하기보다는 개방적인 협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인도가 중국의 부상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 국가와도 군사적 동맹을 맺는 데는 전통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인도는 중국 견제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비동맹외교 전통을 견지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한 국가와의 특별한 양자적 동맹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두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는 영토갈등 상황에서도 중국・러시아와의 3국 협력도 배제하고 있지 않으며, 9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중・러・인 외무장관회의에서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결속을 다진바 있다.
《한국에 대한 시사점》
중・인 국경분쟁과 가시화된 미・중・인 전략적 삼각관계는 한국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한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미・중 경쟁의 성패를 다투는 데 있어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중추국가라는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쿼드 확대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국익과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외교적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한국의 신남방정책 추진에 있어 핵심 거점 국가이지만, 미・중・일・러 4강 외교와 비교하여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인도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하여 새롭게 관계 기반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편 한국-인도 간 현안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CEPA) 개선 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되고, 방산협력 강화 방안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인도와의 관계 강화를 계기로 남아시아 지역 전반에 대한 이해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남아시아는 2018년 한국과 인도 정상회담 당시 논의된 제3국 공동진출 추진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지역이며, 한국은 역내 인프라 구축 사업이나 공적원조 등에 지원이 가능하다. 다만 동 지역 정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남아시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충돌하는 지점이며, 역내 국가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오랜 적대적 관계를 이어오면서 복잡한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