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에다가 미국과의 경제적 밀접도가 높아서 금리 정책이 대체로 미국의 추세를 따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례 없는 전 세계 정책 공조 속에 한국뿐 아니라 거의 모든 주요국 통화정책 당국이 미국의 금리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책을 펴 온 터여서 그 이전 기억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이 미국의 정책금리 방향을 거스르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처음에는 하루짜리 콜금리)를 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이후 조정 폭에 차이가 있고 시기상 한두 달 차이를 보인 적은 있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방향은 대체로 미국 정책금리와 일치했다. 그런데 눈에 띄게 양국 정책금리 방향에 차이가 난 기간이 있다. 2007년 후반에서 2008년 중반에 이르는 시기였다.
당시 한국은 부동산 가격 억제 대책이 잇따라 시장에 역효과를 내고 있었고 경제는 호황을 보였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다른 이유를 내세웠지만, 한국은행은 부동산 시장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7년부터 부동산 시장 관련 문제가 불거졌고 자금시장에 문제가 생겨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있었다.
아래 그림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당시 양국 정책금리 방향은 특기할 만하다. 첫째,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부동산 정책을 보조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 둘째, 한국 중앙은행은 미국 금융위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