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책소개) 한국 서평 문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지금이야 TV 채널도 다양해졌고 인터넷에 정보 공유도 활발해져서 이른바 '맛집' 글을 찾는 일이 쉬워졌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신문 주말판이나 잡지 등에 소개되는 맛집 탐방기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당시 한겨레신문에서 1주일에 한 번인가 게재하는 맛집 탐방기는 필자가 힘들여서 찾아낸 음식점에 대한 장점과 단점 등을 잘 소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TV 채널이 많아지고 맛집 소개 글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정보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건 양적인 측면일 뿐, 오히려 제대로 된 글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별히 '입이 짧은' 내 탓도 있겠지만, 최근 인터넷이나 방송에 소개된 내용을 믿고 찾아간 음식점 가운데 소개 글이 진솔했다고 느끼게 해 주는 집은 10%도 안 되고, 나아가 음식이 만족감을 준 집은 1%도 안 된다.

심지어 "이 정도면 글 쓴 사람은 특수관계인이거나 대가를 받고 글을 쓴 게 아닌가?"라고 할 정도로 글의 내용과 다른 음식점도 많았다. 물론 그 후 '착한○○'이라든가 '○○○의 □□식당' 같은 TV 프로그램은 내용이 충실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예전에 진솔한 탐방기를 쓴 사람에게 느꼈던 것만큼의 고마움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서평 문화에 비하면 이런 맛집 소개 분야는 그나마 낫다고 느끼고 있었다. '주례사 비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평이나 책 소개 글은 칭찬 일색이었고, 어떤 글은 아무 책에나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두루뭉술한 칭찬으로 가득했다. 어쩌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분이나 몇 다리 건너 아는 분 가운데 괜찮다고 여겼던 분이 쓴 책 소개 글을 믿고 책을 구매했다가 큰 실망을 한 적도 많았다. 물론 그렇게밖에 글을 쓸 수 없었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서평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시도가 첫 결실을 맺어 드디어 3월 창간호 발간을 예고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라는 이름으로 발간될 예정이지만, 지난해 말 특집호인 0호를 발간했고, 감사하게 발간 직후 구해서 읽을 수 있었다. 0호를 읽고 난 소감은 대만족이다.  

이석재 서울대 교수(철학), 박훈 서울대 교수(역사), 권보드래 고려대 교수(문학), 박진호 서울대 교수(한국어학), 김영민 서울대 교수(정치학), 송지우 서울대 교수(정치학), 김두얼 명지대 교수(경제학), 김홍중 서울대 교수(사회학), 조문영 연세대 교수(인류학),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자연과학),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 강예린 서울대 교수(건축학), 박상현 사단법인 코드 이사(미디어) 등 편집위원들은 1년 여가 넘는 시간 동안 토론하며 준비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특집호와 별책 부록의 모든 글은 필자들이 얼마나 사심 없이 예리한 시선으로 소개하는 책을 읽었는지,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됐는지를 잘 알게 해 준다. "좋은 서평은 책의 핵심을 잘 소개하며, 책의 장단점을 놓고 균형 있는 평가를 내립니다. 잘 쓴 서평을 읽으면 책을 읽은 것처럼 책의 내용과 주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라고 홍성욱 편집장은 강조한다. 그는 이어 "좋은 서평은 책 뒤에 감추어진 세상을 불러옵니다. 급히 읽어서는 찾기 힘든 플롯과 의도는 물론, 저자가 드러내고 싶었던 것뿐 아니라 저자가 감추고 싶었던 것까지 보여 줍니다"라고 소개한다.

특집호를 읽고 나니 더욱더 그 부분에 동의하게 된다. 다만, 책을 소개하고 장점을 평가하는 것 못지않게 단점이나 약점도 많이 지적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보는 추천사 성격의 서평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해당 책을 사서 읽는다고 가정하면서 책의 약점을 일러 주면 더욱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봄 못지않게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호가 기다려진다.

★★★★★ ★★★★★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부동산 KoreaViews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원자재 환율 외교 국제금융센터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인구 한은 반도체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AI 미국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논평 수출 자본시장연구원 중동 채권 일본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칼럼 한국금융연구원 BOJ ICO 일본 자동차 국회입법조사처 삼성증권 생성형AI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공지능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한국 IBK투자증권 KIEP TheKoreaHerald 미중관계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OECD 대신증권 무역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저출산 전쟁 ECB IBK기업은행 IEA KIET LG경영연구원 NBER PF 공급망 관광 광물 기후변화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본시장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환경 Bernanke CBDC DRAM ESG EU IPEF IRA KDB미래전략연구소 KOTRA MBC라디오 ODA PIIE RSU SNS Z세대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규제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봇 로봇산업 로슈 로이터통신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버냉키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씨티그룹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혁신 홍콩 횡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