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TV 채널도 다양해졌고 인터넷에 정보 공유도 활발해져서 이른바 '맛집' 글을 찾는 일이 쉬워졌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신문 주말판이나 잡지 등에 소개되는 맛집 탐방기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당시 한겨레신문에서 1주일에 한 번인가 게재하는 맛집 탐방기는 필자가 힘들여서 찾아낸 음식점에 대한 장점과 단점 등을 잘 소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TV 채널이 많아지고 맛집 소개 글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정보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건 양적인 측면일 뿐, 오히려 제대로 된 글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별히 '입이 짧은' 내 탓도 있겠지만, 최근 인터넷이나 방송에 소개된 내용을 믿고 찾아간 음식점 가운데 소개 글이 진솔했다고 느끼게 해 주는 집은 10%도 안 되고, 나아가 음식이 만족감을 준 집은 1%도 안 된다.
심지어 "이 정도면 글 쓴 사람은 특수관계인이거나 대가를 받고 글을 쓴 게 아닌가?"라고 할 정도로 글의 내용과 다른 음식점도 많았다. 물론 그 후 '착한○○'이라든가 '○○○의 □□식당' 같은 TV 프로그램은 내용이 충실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예전에 진솔한 탐방기를 쓴 사람에게 느꼈던 것만큼의 고마움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서평 문화에 비하면 이런 맛집 소개 분야는 그나마 낫다고 느끼고 있었다. '주례사 비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평이나 책 소개 글은 칭찬 일색이었고, 어떤 글은 아무 책에나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두루뭉술한 칭찬으로 가득했다. 어쩌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분이나 몇 다리 건너 아는 분 가운데 괜찮다고 여겼던 분이 쓴 책 소개 글을 믿고 책을 구매했다가 큰 실망을 한 적도 많았다. 물론 그렇게밖에 글을 쓸 수 없었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서평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시도가 첫 결실을 맺어 드디어 3월 창간호 발간을 예고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라는 이름으로 발간될 예정이지만, 지난해 말 특집호인 0호를 발간했고, 감사하게 발간 직후 구해서 읽을 수 있었다. 0호를 읽고 난 소감은 대만족이다.
이번 특집호와 별책 부록의 모든 글은 필자들이 얼마나 사심 없이 예리한 시선으로 소개하는 책을 읽었는지,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됐는지를 잘 알게 해 준다. "좋은 서평은 책의 핵심을 잘 소개하며, 책의 장단점을 놓고 균형 있는 평가를 내립니다. 잘 쓴 서평을 읽으면 책을 읽은 것처럼 책의 내용과 주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라고 홍성욱 편집장은 강조한다. 그는 이어 "좋은 서평은 책 뒤에 감추어진 세상을 불러옵니다. 급히 읽어서는 찾기 힘든 플롯과 의도는 물론, 저자가 드러내고 싶었던 것뿐 아니라 저자가 감추고 싶었던 것까지 보여 줍니다"라고 소개한다.
특집호를 읽고 나니 더욱더 그 부분에 동의하게 된다. 다만, 책을 소개하고 장점을 평가하는 것 못지않게 단점이나 약점도 많이 지적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보는 추천사 성격의 서평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해당 책을 사서 읽는다고 가정하면서 책의 약점을 일러 주면 더욱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봄 못지않게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호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