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소개한다. 코로나19 사태는 한 세기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사태였던 만큼, 위기를 넘기고 난 뒤 세계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면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소개한다. 보고서 전문은 내용이 방대해서 여기는 요약 및 결론 부분만 소개한다. 보고서 전문은 연구소 홈페이지(클릭 ⇒ http://bit.ly/2XYgYTK)에서 구할 수 있다.)
전쟁, 기후변화, 팬데믹 등 모든 재앙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감염자와 사망자, 실업과 파산으로 내몰리는 개인과 기업들 속에서 백신개발을 포함한 의료∙과학∙기술의 발전, 환경∙기후 및 필수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공정한 대우에 관한 관심,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과 사업 전환을 통한 산업과 노동구조 재편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의 삶과 건강, 국가경제에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사회/심리적 위기 또한 커지고 있다. 본 보고서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악화되고 있는 심리적 장애, 자살, 약물∙알코올 남용, 법∙규범 파괴, 도박 등의 사회/심리 현상을 살펴본다.
(요약 및 결론)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리 전반에 걸쳐 심각한 충격을 주었으며, 변화한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비전과 생활양식,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팬데믹 정책은 주로 기존 체제 유지와 성장 패턴 회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기업지원, 실업/취업 수당지원 등과 같은 경제/산업 정책에 가장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산업이 재편되고, 새로운 취약계층이 발생하는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감염 억제와 기존 산업 복원 이외에 신산업 육성과 사회/심리적 약한 고리를 재건하여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관심과 재정,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이처럼 목표와 수단이 다른 여러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19 이전보다 더 많은 재정, 큰 정부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한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 소상공인, 실직자/구직자, 심리적/신체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구제와 경제 성장이라는 당위적 접근 이외에 큰 정부와 형평성 추구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오래된 경제학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2021년 1월 3-5일 개최된 전미경제학회(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특별강연을 통해 버클리대학 Emmanuel Saez 교수는 효율성과 성장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 자본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Inequality and Public Economics’, 2021). 즉, 사회규범이 복지제도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부정행위(eg., 자발적 실직, 납세 회피 등)를 통제할 수 있고 시민 스스로 일탈을 자제할 수 있는 신뢰사회에서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정책과 형평성을 추구하는 정책간의 결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상황처럼 재정확대와 큰 정부가 불가피해질수록 기존보다 더 정보전달, 의사결정, 실행의 모든 단계에서 사회적 합의와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함께 결정한 사항을 모두가 지킬 수 있으며, 규범만으로 부정행위가 억제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해지는 사회로 전환되는 것이다. 신뢰 사회에서는 미디어, 커뮤니티, 정부정책(eg., 코로나 19 방역수칙, 지원 대상 결정, 산업 재건/전환 방향성 등) 등에 대한 수용도가 훨씬 높다. 실제로 독일과 같은 수정시장경제 국가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통제조치를 시행함에 있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통합되고 일관된 정책으로 신뢰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사회/심리적 위기가 심화되는 것은 코로나 19 로 인해 기존의 생활방식이 바뀌고, 경제가 불안해진 이유도 있지만,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관리와 돌봄이 중단된 것도 큰 원인이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 목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리∙돌봄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었으며 신뢰를 확보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다. 학교 폐쇄 결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저항∙시위(WSJ, ’20.10.7), 아동학대∙위기가구 현장조사 중단에 대한 사회적 비판(eg., 정인이 사망, 창녕군 베란다 쇠사슬 아동, 여수 쓰레기 더미 아이들 등), 노숙자/장애인/독거노인/약물남용자/저소득층 등에 대한 급식/의료/돌봄 중단에 대한 이슈 제기(한국경제, ’20.12.7; )가 있는 상황이다.
사회/심리적 위기 대응에 있어 신뢰 구축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합의의 노력이 좀더 보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온라인 유통, 디지털 금융, 스마트 제조, 재택근무, 원격의료, 원격수업 등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이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유지/발전시키고 있듯이 사회/심리적 문제에 있어서도 디지털과 휴머니티가 결합된 혁신적 접근법이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잘 설계된 비디오컨퍼런스∙문자∙전화∙이메일 및 디지털모니터링∙원격배달∙로봇 등 디지털 기술이 대면 돌봄을 보완하고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