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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考) 국가채무 얼마나 심각하길래 추경만은 안된다고 하나

올해 초 정부 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채 몇 달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세수 부진과 경기 둔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이전 정부의 지나친 재정 지출 확대로 국가부채가 급증했으며, 급박한 이유가 아니라면 추경은 편성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4월 1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시작하면서 이런 내용을 강조했다.
2022년도 정부 결산 결과,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정부수립 이후 70년간 쌓인 국가 채무가 약 600조원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무려 400조원이 추가로 늘어났습니다. (중략)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것입니다.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입니다. (중략)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선심성 포퓰리즘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이후 경기 부진은 심화했고 최근에는 기록적인 호우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거세졌고, 이런 주장에도 정부는 아직 추경 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정부의 논리는 "재정 건전성 개선 필요성이 아직은 더 크다"는 것으로 이전과 변함이 없다.

과연 한국의 국가채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길래 윤석열 정부는 경제 성장이 둔화해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당장 눈앞에 다가와도 추경 편성만은 안 된다는 것일까?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말 현재 46.7%로 계산됐다(출처: 통계청). 국제 비교를 위한 통계는 집계 기구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국가별 비교를 위해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021년 51%로 OECD 평균인 89%보다 양호했고, 회원국 중 G20에 포함된 국가들만 비교하면 터키 다음으로 낮다.

게다가 OECD 회원국이면서 G20 회원국인 11개국 가운데 이 비율이 100%를 넘는 나라는 무려 6개에 달했으며, 일본의 정부부채 비율은 250%에 육박했다. 그런데 일본은 여전히 선진 7개국(G7)의 일원이며 엔화는 여전히 세계적인 안전자산 통화로 취급받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겨우 50%를 넘겼고, 비교 대상국 중 두 번째로 낮은 한국의 국가채무가 왜 문제라는 것일까?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증가 속도다. 국가마다 경제 성장의 속도가 다르므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로 비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 기간 국가채무 증가를 비난하는 배경은 바로 증가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 5년간(2017-2021) 국가채무 비율은 36.0%에서 46.9%로 10.9%p 늘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 5년간의 3.3%p나 박근혜 정부 4년간의 5.2%p 증가를 크게 앞지르는 것이며, 노무현 정부 5년간의 10.5%p 증가를 근소하게 뛰어넘는 것이다.
물론 지난 정부 당국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라는 극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을 맞아 대폭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했으며,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얼핏 보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채 증가를 단순히 코로나 상황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부채비율의 증가 속도를 비교하기 위해 2016년 부채비율을 100으로 놓고 2021년 비율을 계산한 결과 한국은 118을 기록해 OECD-G20 동시 회원국 11개국 중 증가 속도에서 5위를 기록했다. 즉, 2016년 부채비율이 100%였다면 2021년에는 118%로 늘었다는 뜻이다. OECD 전체 평균인 109보다 높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은 한국이 주요국보다 심각하지 않았는데 이전 추세와 비교해 한국의 국가채무 확대는 과잉대응한 측면이 있다는 말이 된다. 사회적으로는 그렇지 않겠으나, 경제는 빠르게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음에도 정부는 재정 지출을 계속 늘렸다. 그뿐 아니라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부터 이미 늘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지난 정부는 2019년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8년 11월 발표한 "2018년 재정정책보고서"에서 2019년 정부채무비율을 당시 2018년 추정치 39.5%에서 39.4%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2018년 채무비율은 35.9%였고 이 비율은 2019년 37.6%로 한 해에 거의 2%p나 올라갔다. 코로나 사태처럼 대외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불과 1년 전에 채무비율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대대적인 재정 확대는 일시적으로 경제 성장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늘어난 국가채무는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보통 정치적 고려가 의심받곤 한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전국 단위 선거가 2020년에 있었던 것과 당시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인한 불만이 커지고 있었던 상황 등이 얼핏 떠오른다. 그와 직접 관련이 없었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 국가채무가 급증했다는 기사가 날 때마다 이런저런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기사가 넘쳐난다. 그 가운데는 "나라빚 ㅇ천조원 돌파"나 "1인당 나라빚 ㅇ천만원 돌파" 같은 제목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 표현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정확하지도 않고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국가채무는 정부채무다. 정부채무를 왜 국민들 몫으로 갑자기 돌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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