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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미국, 중국과 디커플링 효과 났다고 좋아할 일인가 - 스티븐 로치

※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역임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프로젝트신디케이트 서비스에 기고한 글을 대충 번역해 보았다.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를 줄였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미국 정치인들이 언제나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외면하면서 미국 경제의 만성적인 문제는 악화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이 경제 정책 관련 논쟁을 엉뚱한 방향으로 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공급측 감세안을 "부두 경제학(미신 같은 정책)"이라고 하면서 일축하기도 했지만, "현대통화이론가들"이나 "적자 훈계론자들(재정적자 때문에 망한다는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처럼 많은 정치인들은 경제 통계나 분석을 왜곡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

지금 한창인 미-중 디커플링 논쟁에서도 이런 측면이 나타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현직에 있는 정책 당국자들은 대부분 전면적 디커플링을 주장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디커플링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사상 최고 수준인 양국 간 교역 규모만 해도 이렇게 밀접하게 연결된 거대 경제국들 사이의 디커플링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볼 충분한 근거라고 강조한다.
(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그림 출처: ft.com)

틀린 말은 아니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더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미-중 교역 규모는 지난해 7609억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이나 다른 경제 통계들도 역시 매년 사상최대를 기록 중이다. 더구나 이들 통계는 모두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기준이다. 현재와 같은 고인플레이션 시대에 대부분 경제 통계는 명목 기준으로는 거의 매일 사상최대를 기록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명목 기준 통계는 경제활동의 실제 변화를 거의 반영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GDP 대비 교역 비중 등의 수치가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더 잘 나타낸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미-중 교역 규모는 미국 GDP의 3%로 지난 2014년 기록한 최고치 3.7%에서 크게 떨어졌다. 이것만 가지고 완전한 디커플링 운운하기는 어림도 없지만, 분명 디커플링 방향으로 나아간 것만은 사실이다.

누구나 추측할 수 있듯이 이런 축소분의 75%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미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발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수입 관세 정책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첨단 기술 업종에 대한 추가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 무역수지 적자에서 중국의 비중은 계속 감소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중 교역이 축소되고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드는 경향 때문에 디커플링을 운운하는 정치인들이 대부분 놓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 자체가 여전히 과도한 데서 오는 경제적 문제점들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대중국 상품수지 적자는 줄었지만,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106개국과의 교역에서 1.19조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필자가 지겹도록 오래 반복해서 강조했듯이 이것은 미국 국내 저축의 비정상적인 부족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불행한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미국의 순국내저축률은 올해 1분기 중 국민소득의 -1.2%로 떨어져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으며 1960-2000 기간 중 평균인 7.6%과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저축은 부족한데 투자와 경제성장을 지속하려 하는 가운데 국제수지 및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감수하면서도 외국 자본이 유입되도록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게는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만성적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부족한 국내 저축과 무역수지 적자 사이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이나 제재같이 특정국에 대한 무역 제재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미국 정가에서 일고 있는 중국과의 디커플링 논쟁이 아주 기분 나쁜 쪽으로 변질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여전히 최대 수준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차지하는 미국 상품 무역수지 적자 비중은 2018년 47%에서 지난해 32%로 낮아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캐나다, 멕시코, 인도, 한국, 타이완, 아일랜드 등 6개국과의 적자 비중은 24%에서 36%로 늘었다. 놀랄 일이 아니다. 국내 저축이 부족한 국가가 핵심 교역 상대국에 관세 및 기타 무역 제재를 가하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문제는 중국과의 교역 축소 현상은 저비용 국가로부터 고비용 국가로 무역수지 적자 상대가 바뀌어간다는 점 때문에 찜찜한 일이라는 점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국내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고 비난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아직 이런 주장이 미국 정가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침몰하는 타이닉호 갑판의 의자를 이리저리 옮기는 것처럼 부질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류 경제학자인 옐런 장관도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지난 6월13일 의회 증언 이후 대화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의도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한 옐런 장관의 말은 옳다. 디커플링 주장은 거짓 이분법이다. 완전한 디커플링이란 허수아비와 같다. 현실은 그보다 훨씬 점진적으로 다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현실은 가중되는 지정학적 우려와 배치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하겠다. 유럽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과의 디커플링 논쟁을 안보 차원으로 끌고 가려 하면서 중국발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이른바 "디리스킹" 정책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정당화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못 할 일도 아니지만, 통계를 보면 논쟁의 여지가 적어 보인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비중이 줄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암시하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 해체 시도는 결국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디리스킹이든 점진적인 디커플링이든 용어와 관계없이 이 현상이 미국 경제에 가져다줄 악영향은 피할 수 없다. 또다시 미국 정치인들은 현실을 호도하고 핵심을 피해가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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