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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考) 한미 금리차때문에 환율 폭등한다는 분 옆에 있는 분들께 드리는 글

미국이 사상 최고 강도로 통화 긴축을 시행해 왔는데도 경기와 고용은 견고하고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웃돌자 지난 26일(현지시간) 정책금리 목표를 25bp 인상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한국과 미국 사이의 정책금리 차이, 즉 금리차에 주목하며 미국 정책금리 목표가 한국보다 점점 더 높아져 자본 유출 및 환율 상승이 우려된다는 말을 한다.

다음 기사는 국내 유수의 매체가 이날 미국 정책금리 결정을 보도한 기사의 첫 두 문단이다.
미국이 시장의 예상대로 26일(현지시간)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더 올려 역대 최대폭이었던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졌다. 2%p로 벌어진 역전 폭은 과거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으로 그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커졌다는 뜻이다.
단순한 논리라면, 그리고 다른 모든 여건이 변화가 없고 투자자들이 "국 통화 당국의 현재의 정책금리 목표"만을 보고 투자한다면 미국 정책금리 목표가 한국보다 높아질수록 자본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 맞는다. 미국에서 받는 이자 수익이 한국에서 받는 것보다 커질 테니, 당연히 미국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게다가 돈을 투자하는 일은 더더욱 복잡하다. 금리라는 것은 언제든 급등락할 수 있다. 하물며 정책금리 목표라는 것은 각국의 최고 안전자산에 붙이는 초단기 금리이며 그 목표일 뿐이다. 투자자들이 실제 투자해서 얻는 최종 수익은 금리만이 아니라 환율, 세금, 각종 헤지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미래의 금리 동향도 중요하다.

이렇게까지 설명해도 "에이, 그래도 금리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오르겠지"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나는 금리차가 벌어져도 환율에 영향이 없으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금리차 때문에 환율이 실제로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둘의 관계가 단선적이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그렇다.

아래 세 개 그래프를 보면 환율이 과거에 어떻게 움직였고 금리차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현재 고환율이 고착화된 배경 중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2008-2009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목표 차이(월말 기준 한국 기준금리 목표와 미국 목표범위 중간값 차이 및 월중 달러/원 환율 평균)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한미 금리차는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크게 벌어졌는데도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이후 둘 사이의 관련성은 적어 보이다가 환율은 지난해 말 급등했다. 이후 금리차는 역전돼 오늘에 이른다. 결국 단기적으로 보면 양국의 목표금리 차이와 달러/원 환율의 직접 연관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관련이 전혀 없지는 않겠으나 과거 사례는 그렇다는 말이다.

두 번째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은 소위 총대외자금조달필요액(GEFR)이라는 개념에 관한 것이다. 한국처럼 자본시장이 개방된 경우 늘 대외부문에 갑자기 갚아야 할 외환 수요가 있다. 금융시장에서 투자자가 증권을 순매도해 본국으로 송금할 때라든지 기업들이 외화 부채를 갚아야 할 때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단기적으로, 통상 1년 이내에 갚기로 예정된 외화 자금 수요를 가늠해 보는 것이 위 그림이다. 이 수치는 1년 이내 만기 단기외채에 경상수지를 더한 것이다. 단, 경상수지가 흑자면 전체에서 감액되며 적자면 더해진다. 그림은 이 금액을 외환보유액의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이 수치는 2008년 80%까지 급증했다가 2016년까지 급하게 내려왔다. 이후에는 완만하게 높아져 현재는 40%를 갓 넘긴 수준이다.

이 수치를 보면 환율 움직임과 관련성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는 등 일정하지는 않다. 물론, 외화자금 수요가 늘면 환율에는 상승 압력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다. 다만, 이 수치 하나만으로 환율이 결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음 그림은 아마도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은 내국인이 국내에 보유 중인 증권 투자 잔액과 내국인이 외국에 보유 중인 잔액의 추이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주식과 채권은 포함되지만, 파생상품은 제외됐다. 그림에서 보듯 외국인 투자 잔액은 2021-2022년 사이 급증한 것을 제외하면 추세적으로 상승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 투자는 줄였지만 채권 투자를 늘린 결과다.

그런데, 추세적으로 점점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는 것이 있다. 바로 내국인의 외국 투자 잔액이다. 이렇게 내국인 외국 증권투자가 급격히 늘어 둘 사이의 차액은 지난해 거의 제로에 이르기도 했다. 내국인의 외국 증권투자는 결국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된 수준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데는 이 부분이 큰 요인이 됐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위에서 보듯이 한미 금리차, 그것도 정책금리 목표 차이만을 가지고 환율이 급변동하리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관련이 없다거나 역의 관련성이 있다거나 하는 말이 아니다. 단지, 환율은 그렇게 하나만의 요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주변에서 "한미 금리차 역전폭이 커지니까 나라 망했다"라고 하는 분이 있으면 멀리하는 것이 좋다. 설득하려 할 필요 없다. 설득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50원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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