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나 미국 등 주요국에서 무슨 일만 있으면 "이제 세상은 끝이다"라든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이제 큰일 났다"라든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든지 하는 여러 가지 저주하는 듯한 공포 마케팅이 기승을 부린다. 현대사회에서 전쟁에 의한 대규모 파괴나 물리적 점령 등이 아니라면 한 나라가 망하는 일은 없다. 통계에 기반한 위험을 가늠하고 거기에 대비할 것을 경고한다든지 당국의 대책을 제안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공포 마케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라든지 "우리에게는 위기 극복 DNA가 있다"라든지 하는 정신 승리 식 구호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중국 부동산 산업 관련 부채 부실 사태는 분명히 중국의 공산주의 시장경제 체제에는 큰 위기다. 과거와 달리 지도부가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에 치우쳐 있다는 의심이 짙고, 나름대로의 정권 교체 원칙도 무너져 위기 대처 능력에 의심이 큰 상황이다.
다만,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경제가 중국에 크게, 직접적으로 의존하던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서 이 부분을 설명한 부분을 여기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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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든 좋든 미-중 갈등과 팬데믹 여파로 국내 대중국 수출비중은 물론 주요 기업들의 대중 매출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18년 17.7%에서 22년 기준으로는 11.8%로 크게 줄어들었다. 여타 주요 대기업도 대중 매출 비중은 크게 축소되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중국 성장률 둔화가 국내 기업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중국 매출 비중이 대부분 미국 매출 비중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 특히 공급망 재편 과정과 더불어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 모멘텀이 국내 기업들의 대미 매출 비중 신장세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12~19년 기간 중에는 중국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직간접적으로 미국 성장 모멘텀에도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그러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 경제는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 중국 성장률 둔화가 미국 등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과거보다는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 즉,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통해 중국 경기 리스크를 상쇄시켜준다면 국내 수출에 미치는 중국 부채 리스크발 악영향도 다소 약화될 것이다.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 현상에 따른 일부 수혜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국내 외국인 투자 자금은 중국 경제 및 금융시장과 크게 연동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분위기가 다소 변화되는 분위기이다. 그 배경으로는 우선 팬데믹 기간 중 중국 성장 모멘텀 약화로 중국 경제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혹은 한국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낮아진 것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미-중간 공급망 갈등 속에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 산업의 위상 변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산업에 국한되겠지만 중국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국내로 일부 유입될 여지도 있다. 즉, 이전과 달리 한국, 대만, 일본이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 현상에서 수혜를 볼 여지가 있다.
더욱이 국내 채권시장은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 현상에 더욱 수혜를 볼 여지가 있다.
여전히 한국의 국가 신뢰도가 중국 저성장 리스크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 당초 일정보다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국내 국채시장의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중국에서 이탈하는 채권자금이 WGBI 가입 호재와 맞물려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중국 리스크는 글로벌 물가 안정은 물론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3 분기 예상보다 강한 성장률이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압력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 부채 리스크는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의 제동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상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로 이어질 것이다.
요약하면 중국 부채 리스크는 분명히 악재이고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에 따라 중국 경제 상황은 크게 변화될 것이다. 동시에 국내에 미치는 악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2012~19년과 달라진 국내 교역구조와 미국 경기 모멘텀이 중국발 악재를 일부 상쇄시켜 줄 여지는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