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이 발달하기 수십년 전 성장기를 보낼 때만 해도 '빚'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빚을 진다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소득이나 자산이 부족한, 즉,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따라서, 웬만하면 빚을 지지 말고, 꼭 필요해서 졌다면 빚을 최대한 빨리 변제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 환경도 달라졌다. 게다가, 1997/98년 외환위기 당시 자본 규모나 영업 실적에 비해 부채가 과다한 재벌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채권자에 의해 강제로 매각되는 사례가 줄을 이었을지언정, 정작 나라가 망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남미의 몇몇 나라들은 오늘까지도 여러 번 사실상의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국가 부채 관련 우려를 언급하며 세계 최우량 신용도를 자랑하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의 부채 부실 문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며 부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더구나 100년 만에 최악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대응 과정에서 각국의 정부 부채는 급증한 상태다.
(주요 OECD 회원국들의 최근 정부부채 증가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나라마다 출발선이 다른 점을 고려해 2016년 말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100으로 놓고 2021년말 상황을 표시한 것이다. 따라서, 출발선에 따라 실제 수치는 서로 크게 다르다.) |
"정말 이렇게나 부채가 꾸준히 늘어도 괜찮은 걸까?"라는 의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빚이 많아서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퇴출된 경우는 많이 봤지만, 그렇다고 나라가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부채가 너무 많으면 국민들의 생활고는 갈수록 악화해 결국 인도적인 문제도 커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하이투자증권의 두 분석가가 소중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빚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는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무려 75페이지에 걸쳐 중국, 미국, 그리고 한국의 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제목만 봐도 꼭 읽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찬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PART Ⅰ] 빚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
1. 중국 부채 리스크: 부채 리스크 통제 여부가 불투명
2. 미국 부채 리스크: 통제 가능한 수준
3. 한국 부채 리스크: 중국 부채 리스크 전이 위험에 노출 중
[PART Ⅱ] 만기장벽(maturity wall),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
1. 미국 정부부채: 정부도 공짜 점심을 먹기는 힘들다
2. 미국 부동산부채: 서서히, 그러나 깊숙이 다가온다
3. 중국 기업부채: 중국 익스포져가 큰 크레딧 투심이 위험할 수 있다
4. 한국 가계부채: K-부채의 비밀, 그리고 약점
5. 한국 부동산부채: 제2금융권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