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하향 조정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비기축통화국이라면 이런 경우 자국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만한 상황이지만, 미국 달러의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고 미국 주가도 하락은 했어도 큰 동요는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한국의 원화 가치는 이 이간 급락해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달러화 강세폭을 고려할 때 원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졌다면서, 그 배경에 대해 "다소는 실망스러웠던 7월 수출 증가율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 확대가 원화 약세 폭을 확대"시켰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부채 리스크에 자유롭지 못한 원화가 피치발 쇼크에 타격을 받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주간 단위로 보면 분명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펼쳤고 달러/원 환율은 급등한 모습을 보인 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펀더멘털에 새로운 이벤트가 생겼다거나 한국 국내에 어떤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달러, 위안, 엔 대비 원화 환율을 연초에 100으로 놓고 추이를 나타낸 그림이다. 숫자가 올라가면 원화 가치는 약해진 것을 나타낸다) |
아래 그림에서 보듯,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보면 연초부터 2월 중순까지, 그리고 3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순매수를 꾸준히 늘려왔고, 이후 일부 물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난주 순매도 규모가 다소 컸다고는 해도 추세적으로 아직은 대대적인 매도 공세로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아래 그림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 비율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추이를 보면 외국인은 올해 6월부터 비율을 유지해오다가 최근 1개월여 사이에 비율을 다소 급하게 줄이긴 했다. 하지만, 아직 최근 추이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은 아니어서 조금 더 살펴볼 여지는 있겠다.
이 글은 앞에 소개한 보고서를 반박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기간 급등한 환율은 충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