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지수 중 폭넓은 종목으로 구성된 S&P 500 지수는 하루 1-2% 변하는 것도 제법 큰 편에 속한다. 그런데 이 지수가 하루에 20% 넘게 하락한 경우가 있었다. 바로 1987년 10월19일이었고, 이날은 월요일이었기에 두고두고 '블랙먼데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하며 주가도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블랙먼데이'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유진투자증권은 현재 상황이 1987년 상황과는 너무나 다르다며 그 정도의 충격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오래 돼도 너무 오래 된 얘기지만, 웬만한 일은 과거에 다 있었던 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1987년의 악몽이 재현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이 글은 투자와 관련한 조언은 아니다.
공조 붕괴와 급작스러운 금리인상이 기폭제
87년 블랙먼데이 같은 주가 급락이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은 85년 플라자 합의를 되돌리기 위한 루브르 합의(87/3월, 미국 달러 가치 안정 목적)를 비롯한 국제 공조가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독일이 긴축으로 돌아섰고, 미국도 재할인율을 비롯한 기준금리를 올렸다(87/9월). 한마디로 공조가 붕괴된 점과 각국이 출혈 긴축에 나섰다는 점이 금융시장이 심각한 큰 홍역을 치룬 근본 원인이자 배경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동지역에서의 평화 중재가 여의치 않다. 긴축 마무리 논의가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장기금리는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 3~6개월 전에 정점을 찍었다. 행여 추가 금리인상이 남아 있다면, 이미 많이 올랐지만 섣불리 장기 금리 하락을 논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87년과는 상황이 달라
다행히 87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주가 급락 가능성은 낮다.
우선, 미국 달러의 방향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 87년 당시 미국 달러 가치에 대한 신뢰가 약했다. 87/3월 루브르 합의는 플라자합의 이후 지속된 달러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반면 현재 미국 달러는 올해 7월 이후 강세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긴축/금리인상에 대한 긴박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87년 독일/일본 등이 공조를 깬 이유 중 하나는 안정적이던 물가 상승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 물가 상승률은 높긴 하지만 지난해 이후 둔화일로에 있다. 각국이 서로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성은 높지 않다.
금리 변화에 덜 민감한 방어 섹터
87년의 주가 급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리 변동성이 높은 국면에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10월에도 상대적으로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업종들에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통신서비스, Tech, 에너지, 헬스케어, 유틸리티 업종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 은행, 보험 등 업종이 KOSPI 대비 선방했다.
반면 조선/소매/운송/기계 업종이 부진했다. 경기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거나, 금리 흐름에 무관한 업종들이 강했다. 반면 설비투자 비중이 높거나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 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