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탄소국경세로,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자국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EU는 2023년부터 전기·시멘트·비료·철강·알루미늄 등 탄소배출이 많은 품목에 CBAM을 시범 시행한 뒤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의 규제 정책은 과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회원국들의 주권을 모두 인정한 상태에서 일부 입법 기능을 집행부에 부여한 구조적 특징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출발한 규제 입법이 종종 미국의 반대나 개입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유럽연합 역내 산업 구조의 특징으로 도입된 규제를 한국 같은 개별국가가 '선진국형'이라고 추종하는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이 제도에 대해 국회미래연구원이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영향과 중장기 대응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설명한 내용을 공유한다. 원래 개념부터 작동 원리까지 어려운 내용이 많은데, 이렇게 간략히 정리해 준 것도 의미가 있다.
(사진 출처: www.hindustantimes.com) |
◇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의 배경
- 기후변화의 심각성
-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으나 달성이 어려울 것을 전망(UNEP, 2022)
- 탄소배출 비용의 내재화 및 탄소누출 방지 필요성
- 배출권거래제(ETS), 탄소세(carbon tax) 등을 통해 기업이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
- 특정 국가(지역)에서만 탄소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면 해외(역외) 기업의 생산이 증가하여 제도의 효과가 떨어지므로(탄소누출) 유럽연합과 수출국 간 탄소 가격의 차이만큼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
◇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주요 내용
-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ETS)의 탄소 가격과 연동하여 인증서 가격을 설정하고 역외 기업에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
-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인증서 가격을 곱하여 비용을 산정
- 역외 기업이 자국에서 이미 부담한 탄소배출 비용은 제외
- 실제 비용 부과는 2026년에 시작되며, 이전에는 제품에 포함된 탄소배출량 정보를 수집
- 탄소국경조정 대상 품목은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 수소, 철강 관련 일부 원료 및 제품
- 유예기간 종료 시점에 대상 품목의 확장을 검토
◇ 탄소국경조정제도 관련 주요 논의
- WTO의 내국인대우 원칙 위배 논란
- 역외 기업이 제출한 탄소배출량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유럽연합 내 하위 10%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적용
- 제도 시행 이후에도 역내 기업에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하며, 수년간 단계적으로 폐지
-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 시행 의지
- Staiger(2022)는 탄소배출 비용 부과로 인한 역내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최혜국 관세(MFN tariff) 조정을 통해 상쇄하였다면 WTO 원칙 위배 논란을 초래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
- 유럽연합은 일반적 합의 절차(General Approach)를 통해 통상적인 입법보다 단기간에 제도를 확정
- 따라서, 유럽연합이 다른 국가들의 탄소중립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를 도입하였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으며, 이는 환경을 중시하는 신통상의제 논의와도 연결됨
◇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품목 교역액
- 2018-2021년 교역액 평균, UN Comtrade 자료
- 제품군별 교역 현황의 특징은 아래와 같음
- 모든 제품군에서 역내 교역액이 역외 수입액보다 큼
- 5개의 제품군 가운데 철강 제품군의 비중이 매우 큼
- 우리나라의 유럽연합 수출은 철강에 집중
- 철강의 유럽연합 수출은 전체의 약 93.4%
-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액은 유럽연합 역내 교역 및 역외 수입액의 약 1.94%
- 알루미늄 수출액은 철강 수출액보다 훨씬 작지만, 유럽연합 내 비중은 약 0.48%
◇ 무역에 포함된 탄소
- OECD의 관련 데이터베이스 활용
- Carbon dioxide emissions embodied in international trade(2021ed.)와 Bilateral Trade Database by Industry and End-Use(BTDIxE)을 활용
- 철강, 알루미늄 제품군은 1차 금속 제조업에 해당
- 유럽연합이 수입한 1차 금속 제조업 제품에 포함된 탄소의 규모는 아래에 정리한 바와 같음
- 전반적으로 비유럽연합 국가들이 단위 당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이러한 경향은 인도, 러시아, 중국 등 개도국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이들 국가는 자국 내 배출량 비중이 매우 높음
-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연합 국가는 유럽연합 내 교역 비중이 높으나 단위 당 탄소배출량은 대체로 낮음
- 우리나라 역시 유럽연합 국가들보다 탄소배출량이 커서 제도 시행 시 타격이 우려됨
◇ 제도 시행에 따른 대(對)유럽연합 수출액의 변화
- Caliendo and Parro(2015) 모형을 활용하였으며 다음의 요소가 국가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침
- 거래액 대비 탄소배출량
- 유럽연합과의 탄소 가격 차이
- 1차 금속 제조업(철강, 알루미늄 제품군 포함)에 대한 영향은 [그림 1]과 같음
- 유럽연합 국가들의 역내 교역이 증가하고 비유럽연합 국가들의 유럽연합 수출은 감소
- 비유럽연합 국가 가운데 거래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높은 국가들에 더 큰 타격
- 결과를 통해 탄소배출 감축과 보호무역 요소를 모두 확인 가능
- 우리나라의 산업 역시 수출이 감소하지만, 중국, 인도, 러시아, 튀르키예, 브라질과 같은 국가보다는 타격이 작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1) 거래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이들 국가보다 낮고, 2) 유럽연합과의 탄소 가격 차이 역시 이들 국가보다 작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음
- 모형의 해석과 관련된 유의점
- 분석에 사용한 모형은 장기모형으로 [그림 1]은 장기적인 결과만을 제시
- 수출액의 변화는 무역 탄력성(trade elasticity)의 영향을 받는데 단기에는 무역 탄력성이 장기보다 낮으며, 따라서 단기적인 충격은 [그림 1]보다 크게 나타남
-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 무역 탄력성이 기존의 연구 결과보다 상당히 작게 도출되는데, 이 경우 장기적으로도 수출 및 경제에 대한 영향이 [그림 1]보다 크게 나타남
- 기후변화 대응기술을 통해 탄소배출이 감소하면 제도의 시행으로 인한 타격 완화 가능
◇ 시사점
-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 기술개발에 대한 중장기적 지원을 통해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
- 배출권거래제 등 제도의 정비를 통해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에 대비
- 기업이 배출권거래제 등을 통해 국내에서 부담하는 탄소배출 비용이 유럽연합의 인증서 가격 산정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제도의 정비와 외교적 노력이 필요
- 주요국의 동향 모니터링 강화
- 향후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유사한 제도가 미국 등 주요국에서 시행될 가능성이 있으므로(예: 청정경쟁법, CCA) 관련 동향 모니터링 필요
- 유럽을 중심으로 민간 영역에서도 탄소배출 관련 사항을 투자 및 공급망 결정에 고려하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모니터링 및 대비 필요
- 기후클럽 등 탄소배출 감축 관련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
- 기후클럽의 논의 가운데는 탄소국경조정제도와의 연계, 국제적인 탄소 가격제 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영하고 탄소중립 관련 협력을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