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내내 '상저하고' 유형의 경제 성장 경로를 제시했다. 중국의 과도한 코로나 관련 봉쇄 정책의 해제, 즉 리오프닝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전 세계적인 반도체 가격 사이클의 상승 전환 시기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 성장세도 올해 하반기부터 가팔라지리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아직 감감무소식이고 그나마 시진핑 주석의 대대적인 부패 척결 의지 속에 재정 당국도 이렇다 할 부양책을 쓰지 않는 상태여서 중국 경제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반도체 가격 바닥 탈출 조짐은 조금씩 보이지만, 과연 과거처럼 가시적이고 속시원한 반등 추세를 보일지 알 수 없다.
국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가장 방만하게 운영했던 이전 정부의 재정 정책과 결별하고 재정 건전화를 이뤄내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정부는 수십 조원의 세수 미달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더구나, 내년에도 재정 지출을 사실상 동결하는 초긴축 예산안을 편성했다.
결국 올해 성장률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최근 하향 조정한 1.4%에도 못 미칠 듯하며, 내년에도 상황은 별로 나아보이지 않아 1%대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속속 새해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어서 본 블로그 독자들도 당분간 분주하게 챙겨봐야 할 것 같다.
이 글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이 발간한 『2024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슬라이드 형태의 보고서를 소개한다. 세계 경제, 미국 및 유럽 경제, 국내 경제, 외환시장 동향, 유가 등의 주제로 나뉘어 최근 동향과 내년 전망 내용 등을 90장이 넘는 슬라이드를 통해 풍부한 표와 차트로 설명하고 있으니 독자들은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경제 상황이 '상저하고'는커녕 회복도 요원하다는 것이다. 국내 부문 요약 설명을 공유하고 보고서 전체를 구할 수 있는 링크는 맨 아래 공유한다.
- 국내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임. 부동산 PF 부실과 함께 가계 및 기업의 부채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고, 더욱이 중국 부채 리스크가 확산할 경우 국내 부채 리스크를 더욱 자극해 금융시장이 커다란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음.
- 수출 경기 역시 미약한 회복세가 예상됨. 미국과 중국 수요 둔화와 더불어 엔 및 위안화 동반 약세에 따른 국내 수출 경쟁력 하락은 24년 수출 경기의 강한 반등을 제약할 수 있음.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업종의 수출 개선이 기대되지만 강한 수출 경기 반등을 이끌기는 역부족임.
- 최소한 24년 상반기 국내 경기는 ‘L(엘) 자형’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