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주거형태로 알려져 있다.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집값의 50~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금을 내고 계약기간 동안 거주하는 것이 이 제도의 뼈대다. 전세제도의 유래에 관한 추측 가운데 조선시대 '가사전당 제도'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목돈을 빌려주고 집을 빌려 쓰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 제도는 빚에 대한 담보로 논과 밭을 넘기는 전당 제도가 집에도 적용된 것으로 이해된다. (출처: https://onmeme.kr)
한국의 특징적인 제도라고는 해도 전세가 아주 오래 전부터 지배적인 임대차 형태는 아니었다.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975년만 해도 전세가구의 비중이 약 4.8%에 불과했다. 그것이 1985년 8.3%, 1995년 16.1%, 2006년 22.4%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대신증권)
아마 자산은 없으나 현금 흐름이 보장된 일자리를 잡아 서울로 인구가 몰려들면서 이런 현상이 확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세제도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순기능이 있기에 유지되고 있지만, 부작용과 경제 정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아예 법적으로 폐지되도록 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아직 이 제도의 순기능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전국적으로 전세 계약 규모도 만만치 않아 법적으로 이를 폐지하기란 불가능해 보이며, 시장에서도 여러 이유로 이 제도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가 사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 내용 일부를 소개하고 링크를 맨 아래 공유한다. 전세제도와 관련한 통계 등 유용한 내용도 많이 담고 있다.
■ 지난해 불거진 전세 사기와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등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주택 매매시장도 위축세가 지속되면서 전세제도 폐지론과 소멸론 등이 부상
- 전세 사기 피해가 급증하자 일각에서는 공공 차원에서 전세제도를 폐지하고 월세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
- 전세시장 불안으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가 증가하고 주택가격 하락으로 매매시장이 위축되면서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주된 임대차 형태로 대두될 가능성도 존재
- 월세가 전세를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는 세입자와 집주인의 수요 변화뿐 아니라 임차인의 월세 부담 능력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
■ 전세 사기의 주요 대상이 된 수도권 빌라시장은 당분간 월세 전환이 지속될 전망
- 빌라 거주자의 상당수가 20대와 1인가구로 이들의 소득 및 자산 수준을 감안 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더라도 주거비 부담은 대부분의 계층(소득1분위 제외)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
-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으로 맡기는 목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월세 선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
■ 전세시장 불안으로 당분간 월세 선호는 지속될 수 있으나 전세보증금 규모를 감안 시 전세제도 유지는 불가피
- 전세는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는 기대감을 기반으로 지속되는 제도로, 과거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월세가 증가할 때마다 전세 무용론 및 소멸론이 등장
- 과거 금융 위기 직후 부동산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지자 전세가 없어질 것이라는 소멸론이 부상
- 당시 수도권 주택가격은 하락하고 대출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전세를 월세를 돌리는 사례가 증가했으나 이후 주택시장 회복과 함께 전세시장은 장기간 안정세에 진입
- 지난해 전세 사기 등으로 임대차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전세 폐지론이 다시금 부상
- 전세가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는 기대감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제도인 점을 감안 시 향후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또다시 전세제도 소멸론이 제기될 수 있음
■ 빌라 등 비아파트의 경우 월세 전환이 지속될 수 있으나 전세보증금 부담이 큰 아파트의 경우 전세제도 유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
- 최근 서울 주요지역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격은 회복세를 보이나, 비아파트 시장의 경우 매수 수요 위축과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로 전세가격 회복에 시일이 걸릴 전망
- 빌라나 오피스텔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크지 않고, 거주자의 상당수가 20대 및 1인가구로 소득 및 자산 수준이 높지 않으나 월세로 전환해도 주거비 부담이 가능함에 따라 월세 선호는 지속
- 특히 빌라의 경우 전세시장 불안으로 세입자가 월세를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
- 한편 중대형 아파트 등 전세보증금이 큰 경우 월세 전환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높아 전세제도 유지가 불가피
- 최근 일부 아파트의 매매 회복세와 함께 전세도 상승세를 보이는 등 전세수요는 지속
-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는 임대료 체납 리스크가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월세 전환 시 목돈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부담이 있어 전세를 선호
- 전세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탄생한 국내 임대차시장의 오래된 관행으로 인위적으로 폐지하기는 어려운 실정
- 이에 따라 아파트시장의 전세제도 유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족한 자금 마련을 위한 전세자금대출 수요도 지속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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