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S)는 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오는 2050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되리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국가 부도 사태까지 몰렸던 한국에는 그야말로 희소식 중의 희소식이었고,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다. 그런데 지난해 말 GS의 장기 전망 보고서는 한국에 관한 전망을 다소 비관적으로 제시했다.
(사진 출처: pulsenews.co.kr) |
지난해 보고서에서 GS는 오는 2050년 한국의 1인당 GDP가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가 되리라고 전망하고, 그보다 장기간인 2075년 전망에서는 아예 한국 부분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분명히 비관적인 견해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다.
최근 보고서(『The Path to 2075 — Slower Global Growth, But Convergence Remains Intact』)는 대체로 전체 GDP 규모에 집중한 내용들이 많았고, 그것도 성장을 지속하는 대규모 경제국들(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랬으리라 이해한다. 이에 대해서는 물론 장기 전망이라는 것, 특히 GS 같은 민간 회사가 전망하는 것이 틀리는 경우가 많다며 무시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게다가 2005년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고, 이번 전망이 더 현실적이었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망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논쟁하기보다 우리는 한국 경제가,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한국의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했길래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잘못했다기보다 요즘 들어 호평을 받는 나라들이 더 잘했기 때문이라고 위로하며 이른바 '정신승리'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국가의 각 분야에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당국자들의 최대 목표는 국민들의 미래를 더 낫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렇게 전망이 악화한 것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더 나은 미래가 꼭 더 높은 GDP만으로 측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GDP는 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어도 필요조건인 것은 부인하고 싶지 않다. 여기 소개한 두 편의 장기 전망 사이 17년간 분명히 우리는 무엇인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그랬을 것이다.
여기서 간단하게 그 답을 할 역량은 내게 없다. 하지만, 시쳇말로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문제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부문에 수두룩하다. 조금씩이나마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나누는 일이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답답할 뿐이다.
아래 그림은 GS가 2005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GDP가 2050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