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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펀드매니저들과의 간담회, 그리고 한국 경제의 고민거리

추석을 앞둔 9월 어느 날, 나는 서울 모처에서 아시아 지역 펀드매니저들이 비공개 조찬 회의를 하는 자리에 초대돼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있었다. 경제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연구 기관에서 일한 경험도 없는데, 아마 지난 30여 년간 외신기자로 한국 경제 분야를 담당한 것을 고려해서 초청한 것 같았다.

그보다 앞서 초대를 수락한 이후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몰라 나름대로 고민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다. 거시경제부터 한국의 주요 현안인 내년 총선거 이후 정책 방향,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동향, 그리고 한국은행 통화정책 방향 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경제 전반에 관해 나름대로 견해를 정리하는 등 많은 시간을 들여 자료를 모았다.

회의 당일, 어차피 무보수로 참석하는 자리여서 허심탄회하게 모임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질문에 답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 준비한 자료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었다. 시간 관계상 참석자들의 질문은 주로 한은 통화정책 방향과 내년 총선 이후 정책 방향 등 몇 가지에 모아졌다.

내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참석자들은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보다 필요할 경우 먼저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지 견해를 물었다. 이에 나와 또 한 명의 참석자(경제 전문가)는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물론 한두 달 앞설 수는 있지만 연준보다 훨씬 앞서 금리를 내리기에는 환율과 국내 금융안정 문제가 크게 제기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질문자는 한국이 큰 경제국이고 자본시장이 잘 발달 편인데 환율에 다소 과민반응하는 이유를 물었고, 나는 한국이 1997/98 외환위기 상처(그리고 낙인 효과)가 크며 이후 여러 차례 대외 위기에도 환율 급등을 경험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환율이 급등하면 에너지 수입 비용 등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외화자산 등을 통해 각종 규제비율을 지키는 데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에 대한 질문도 많았으나, 그 분야는 전문가들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려운 분야여서 똑 부러지는 답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전체 의석의 34%를 차지하는 데 그쳐 61%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뒤졌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4,102자리(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단순 합계) 가운데 국민의힘이 52%를 차지해 더불어민주당의 43%를 앞섰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론조사(한국갤럽 주간 조사)에서 여당-제1야당-무당층이 각각 30% 내외씩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여당과 야당이 앞으로 중도층 30% 중 얼마나 지지를 얻느냐에 내년 총선거 결과가 달렸다고 설명했다.

(자료 출처: 한국갤럽)

이에 국회의원 선거 이후 정부 정책 방향이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는지 견해를 물었는데, 이 부분 역시 당국자가 아니어서 확실한 답을 줄 수는 없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세계적인 우주 개발 경쟁과 한국의 방위산업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우주청 설립이 시급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밖에 심각하게 떨어진 경제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반등하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있었기에 나는 부동산 가격이 급반등하는 것은 아니고 서울 일부 지역 위주로 가격이 돌아서는 정도지 급격한 상승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여러 지표를 보면 수도권 지역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견해를 제시했다.

그 근거로 나는 한국의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나 가구 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소득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더 나은 품질의 주거에 대한 지출 욕구가 커지고 있으며, 더구나 수도권 지역 인구와 가구 수는 앞으로 상당 기간 증가를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에 더불어, 고소득 및 자산가들 사이에서 더욱더 주거에 대한 지출 의지가 크다고 답했다.

(한국의 전체 가구 수와 수도권 지역 가구 수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식경제 주도권 및 리쇼어링 정책 등에 힘입어 외국인 가구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지엽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정해진 짧은 시간이 모두 흘러갔고 모임은 끝났다. 이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제대로 다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이렇게 탐방기를 쓰는 김에 덧붙이려 한다. 한국의 성장 동력이 최근 급격히 떨어지는 느낌과 관련한 것이다.


위 그림은 한국과 OECD 회원국 중 G20에 해당하는 나라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변화 추세를 비교하기 위해 미국 대비 비율의 변화를 정리한 것이다. 미국 대비 비율로 계산하는 이유는 미국이 세계 경제 추세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며, 절대치의 급등락 현상에 따른 왜곡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한국의 1인당 GDP는 2020년까지는 그야말로 쉬지 않고 놀라운 속도로 미국의 70% 수준까지 치달았다. G7 일원인 이탈리아는 일찌감치 넘었고 급기야 일본도 추월하기에 이르렀으나, 2020년부터는 다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절대치가 아니고 미국 대비 비율 기준이지만, 이렇게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내게는 심각한 현상으로 비쳤다.

물론, 미국이 공급망 재편 공세를 펼치고 신산업에서 주도권을 최대한 발휘하는 반면 중국이 주춤하는 등 한국을 둘러싼 여건 변화가 작용했겠지만, 한국 경제의 동력이 식어가는 느낌은 이미 곳곳에서 느껴지던 터였기에 나로서는 이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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