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단기적으로는 결국 외화자금 수급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장기적인 추세를 얘기할 때는 이 말이 결국 다른 나라들과 비교되는 그 나라의 경제 체질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한 나라의 추세적인 환율 동향을 살펴보는 일은 상황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추세적인 환율(통화 가치) 동향을 살펴볼 때 유용한 지표가 이른바 실질실효환율(지수)이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추이와 위안화의 상대적인 통화 가치 두 가지의 흐름을 보면 흥미로운 추세가 눈에 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모든 내용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외화 자금 유인력)을 배경에 놓고 얘기해도 될 듯하여 소개한다.
아래 그림은 미국 연방준비은행 경제데이터(FRED)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원화와 위안화 실질실효환율 추이를 비교한 것이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모범적으로 대응한다는 평가 속에 원화 가치가 반등하기도 했으나, 2020년 후반기부터 다시 지속적으로 약세 흐름을 탔다. 역시 대중국 수출 및 중국발 관광 유입 중단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안화 대비 상대 가치가 이 기간에 같이 하락한 것은 아무래도 프록시 매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원화 가치는 2022년 중반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2022년 후반 한미 경제 성장 격차와 한국 내 PF 부실 우려 증폭 등으로 다시 약화하기도 했으나, 이후 원화는 완만하게 반등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부실 문제가 부각되면서 위안화 대비 상대 가치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다른 여러 지표에서 2020년 이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가 지목된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 정책의 문제인지, 미-중 무역 갈등 여파인지, 한-중 관계 재정립 문제인지, 아니면 그런 사정들의 복합인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고민할 문제인 것만은 틀림 없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링룸 모습. 사진 출처: www.kedglobal.com) |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올해 1%대 후반에서 내년 1% 중반으로 낮춘 것도 이런 우려 가운데 나왔다. 이는 그동안 저성장이 당연시되던 G7 국가들 성장 잠재력이 강화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한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70% 선을 넘어선 이후 주춤하고 있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변화의 방향을 바꿀 기회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