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주요국 디스인플레이션 현황 및 평가』라는 이슈 노트를 발간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 소개하겠으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 선정과 발간 시점도 잘 고려하면서 읽는 것이 좋겠다. 흔히 경제 정책과 관련해 이른바 공표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는 영어의 announcement effect라는 표현에서 온 것인데, 예측이나 계획 등을 공개적으로 발표했을 경우 일반인이 그것을 고려하여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어떤 정책이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필자가 공표 효과를 강조하는 이유는 우선 제목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골랐으며, 발간 시점은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폭등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키다가 반락하기 시작한 데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금리를 두 번 연속 동결할 것이 확실시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모론 같은 시각에서 보자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 내용 자체도 최근의 인플레이션 동학에 관한 한은의 시각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전문은 맨아래 링크를 클릭해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www.telegraph.co.uk) |
《주요 내용》
⬛ 지난해 하반기 이후 통화긴축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에너지를 중심으로 공급충격이 완화되면서 대다수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그간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에너지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다소 순조롭게 진행(easy disinflation)되었다면, 앞으로는 성장·금융안정 측면의 취약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정학적 정세 불안, 근원물가의 경직적인 흐름 등으로 물가 목표로의 수렴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반등하였다.
⬛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패턴과 속도는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그 동인(drivers)은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공급충격에 따른 영향이 상당부분 완화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수요측면과 노동시장發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유로지역에서는 성장세 둔화에도 공급충격의 이차효과와 높은 수준의 임금상승률이 이어지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제약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수요측 압력과 노동시장 tightness가 완화되고 있으나 비용상승 압력의 파급영향은 지속되고 있다.
⬛ 디스인플레이션 동인에 따라 향후 물가목표 수렴 시점은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물가목표(2%) 도달 시점을 미국 26년경, 유로지역 25년 하반기로, 우리나라는 이보다 다소 이른 25년 상반기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유로지역은 수요·임금압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서비스물가의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제약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서비스물가의 상승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지만 근원상품물가의 오름세가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
⬛ 주요국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반등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수요측 압력 약화 등으로 둔화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지만, 둔화 속도는 중동사태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과 같이 유가 및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재개 시점도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그간 고인플레이션하에서 경제주체의 기대형성 및 가격·임금설정 행태 변화 가능성과 분절화(fragmentation), 친환경 전환(green transition)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동학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 보고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