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증권의 『2024년 매크로 연간전망』 보고서 중 성장률 및 한국은행 금리정책 전망 관련 부분.
한국: 내수 둔화 및 수출 회복으로 23년과 상반된 흐름 예상
한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은 전년비 1.9%로, 2023년(+1.3% 전망)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상반기 성장률을 끌어올렸던 민간소비는, 고금리와 고용 둔화, 그리고 높은 기저의 영향으로 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할 듯하다. 하지만 반대로 해외수요는 개선돼, 수출 회복이 이를 상쇄하며 성장률 상승을 이끌 것이다. 2023년 수출이 자동차, 기계 등의 호조에도 가장 덩치가 큰 반도체 수출의 부진으로 역대급 느린 회복세를 전개했다면, 2024년에는 반도체 중심의 IT 업황 및 중국 경기 반등으로 개선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질 전망이다.
여러 모로 하반기 인하 시작될 가능성 높은 기준금리
내수 둔화에도 수출 개선으로 경기 모멘텀이 회복되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은 덜해질 것이다. KB증권이 예상하는 2024년 성장률 1.9%는 국내 잠재성장률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높은 수준이다 (6월 OECD가 한국 잠재성장률을 2023년 1.9%, 2024년 1.7%로 추정). 그리고 국내 물가상승률은 2024년 연간 2.9%로 예상된다. GDP갭과 인플레이션갭이 모두 양 (+)인 가운데, 급하게 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않을 듯하다. 미국 또한 매우 완만한 경기 둔화를 겪으며 상반기 중 동결 기조를 유지해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한국이 먼저 인하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우려가 상존한 가운데, 항상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GDP 대비 가계 대출 비율은 2021년 하반기 정점을 지난 이후 감소했지만, 여전히 주요국 대비 그 규모는 훨씬 크다(한국은 104%, 미국 73%, 영국 84%, 독일 55%). 변동금리 비중도 높아 고금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가계대출은, 금리의 둔화 조짐이 조금만 보여도 몸집을 키우려는 듯하다. [그림 55]는 한국 가계의 은행 대출 총액과 신규 대출금리의 관계를 보여준다. 대출금리가 3%를 웃돌기 시작하면서 주춤하고 4%를 넘으면서는 감소하기 시작했던 가계 대출이 최근 대출금리가 하향 안정되자(하락해봤자 4% 후반대) 다시 빠르게 튀어오르는 모습이다. 이는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금융 안정성 차원에서라도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다.
따라서 경기 상황과, 가계부채 부담,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 등 여러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한국 소비자물가 역시 상반기까지는 전년비 3%대에 머무르다가 하반기 들어 2%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인하 전망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