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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팔레스타인인 여론조사가 가리키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해결 방안 - Foreign Affairs 기고문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무력 분쟁이 장기화하고 인접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민간인들 사이에 섞여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면서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대피하라는 사전 경고를 발령했으나, 병원이나 난민캠프 등 자발적 대피가 어려운 곳의 민간인들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이들을 '방패'로 이용해 군사 작전을 펴고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사전 경고에도 대피하지 않은 민간인들도 결국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동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이번 분쟁이 시작되기 직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최초로 공개돼 앞으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서 참고할 만한 시사점이 있다는 글이 『Foreign Affairs』 매체에 게시됐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주도의 여론조사 네트워크인 아랍 바로미터의 아마네이 자말과 마이클 로빈스가 공동 집필한 이 글("팔레스타인인들은 하마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의 주요 내용과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기고문 전문은 맨 아래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www.foreignaffairs.com)

가자지구 주민의 압도적 다수는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으며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마스가 보여준 무능함에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가자 주민 과반수는 하마스의 이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국가 파괴를 목표로 하는 데 반해 팔레스타인인 과반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두 국가로 존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이스라엘은 하마스 세력 탄압 작전을 펼치곤 했는데, 이런 조치는 테러리즘에 대한 지지 세력을 뿌리 뽑지 못했으며 오히려 가자 거주 민간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번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여론에 비슷한 효과를 낸다면 장기적인 평화 구축에는 지장을 줄 것이다.

아랍 바로미터는 지난 2006년 이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16개국에 걸쳐 총 여덟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모든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거주지에서 면접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경제, 정치, 국제문제 등의 주제에 관한 응답자의 견해를 파악하는 목적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공개되는 여론조사는 9월28일~10월8일 사이에 서안지구 790명과 가자지구 39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7%가 하마스 정권에 전혀 또는 거의 신뢰를 갖지 않고 있다고 답한 반면, 약간이나 매우 신뢰를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9%에 그쳤다.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압바스가 이끄는 정당인 파타의 중앙위원이며 현재 수감 중인 마르완 바르후티 등 3명을 가상 후보로 한 선거를 실시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는 물음에는 바르후티 지지가 32%로 가장 많았으며 하니예 지지는 24%에 그쳤다. 30%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았다. 과반수인 52%가 PA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부담이라고 답했다.

경제적 고통이 심화되는 가운데 설문조사 참가자들은 대체로 식량 부족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외부적 제재보다는 내부적 문제를 꼽았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지난 2005년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물자와 인원의 유출입을 금지하는 봉쇄 조치를 내린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응답자의 31%가 식량 불안 문제의 책임이 하마스 정권에 있다고 답했으며 외부적 봉쇄조치가 원인이라고 답한 사람은 16%에 그쳤다. 물론,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를 더욱 강화한 이후 주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악화돼 여론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 결과 잠정적인 결론 중 하나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자체적인 정치 변화를 희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요구 사항에 정권이 반응하는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6%에 그쳐 직전 2021년 조사 때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48%였으며 "상황에 따라 다른 정치체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26%였고, 정치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응답자는 23%였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을 없애겠다는 하마스의 궁극적 목표에 대체로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과의 분쟁 해결 방안으로 54%가 2국 존립 방안을 선호했다. 다른 선택지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연방 방식이나 유대인이나 아랍인이 완전히 축출되는 방식은 각각 10%와 9%의 지지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평화적 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가자지구 주민은 73%에 달했으며 이스라엘을 붕괴시키는 방안을 지지한 사람은 20%에 그쳤다.

외교 노선과 관련해 가자지구 주민들은 미국과 경제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선호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표시해 복합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을 떠날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는 응답자가 69%에 달해 가자지구에 대한 애착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고통, 무책임한 정권, 아직 미약한 독립 가능성 등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언론이 제기한 가자지구의 PA 지배 편입 방안도 그 효과가 의문시된다.


필자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황폐화시키더라도 지구상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가할수록 일반 가자지구 주민 사이에서는 하마스에 동조하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이스라엘이 현재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 가자지구 주민 전체를 상대로 하는 이스라엘의 작전은 옳지 않다. 

주민들은 오히려 항구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향후 어떤 방식이든 항구적인 해결 방안을 시행하려면 팔레스타인인들과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군사적 압박 일변도로 다가갈수록 가자지구 주민들이 의지할 곳은 하마스의 품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폭력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필자 소개:
  • AMANEY A. JAMAL is Co-Founder and Co-Principal Investigator at Arab Barometer, Dean of the Princeton School of Public and International Affairs, and Edwards S. Sanford Professor of Politics and International Affairs at Princeton University.
  • MICHAEL ROBBINS is Director and Co-Principal Investigator at Arab Barom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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