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어느덧 경제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처럼 돼 버렸다. 국제 비교로 봐도 분석 수치가 높은 편에 속한다. 마치 혈압 수치처럼 혈압이 높은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혈압이 높아도 관련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한다면 다행스럽게 잘 지나갈 수도 있다. 그리고 전세 제도라든가 부동산 시장의 탄력성 등을 고려할 때 특수한 상황도 있다. 하지만, 높은 건 높은 것이다. 이에 관해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국내 가계부채 현황 및 위험요인』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가 지난 위험성을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도 제시하고 있다. 처음 보는 내용은 아니지만, 다양한 통계와 국제 비교, 그리고 관련 주제에 관한 기존 연구 자료에 관한 정보 등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 출처: www.newsway.co.kr) |
《배경》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는 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 이후 뚜렷한 디레버리징 과정 없이 증가세가 이어져 왔다. 오랜 기간에 걸쳐 가계부채가 실물경제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2022년 이후 글로벌 통화긴축 강도가 높아지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국내 가계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에 취약한데 높은 부채 수준과 대출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맞물려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계 레버리지 확대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목표수준을 상회하고 있으며, 향후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금리 여건이 장기화되는 경우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위험요인을 이해하는 것은 정책당국자뿐 아니라 민간 경제주체에게도 그 중요성이 크다.
《연구 결과 요약》
본 보고서는 미시적 분석을 중심으로 장기간 확대된 가계 레버리지 현황과 그에 따른 위험요인을 살펴보았다. 국내 가계부채는 실물경제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가운데 부채의 가구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어 경제 성장과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부채부담 증가는 소비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며, 특히 고레버리지 가구에서 소비 둔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레버리지 확대로 인해 금리상승에 대한 가계 취약성이 증대되었는데, 2022년 이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과다차입 가구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가계 전반에 걸쳐 부동산 투자의향이 높아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부동산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위험이 높으며,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전세자금대출이 향후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금리 여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가계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위험요인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향후 물가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높은 레버리지 수준과 맞물려 원리금 상환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소비 둔화세가 심화될 위험이 크다.
가계소비 증가세가 지난해 4분기 이후 크게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그림 Ⅴ-1>),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경우 향후 소비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그칠 수 있어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
또한 가계대출 연체율도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그림 Ⅴ-2>). 고금리 여건 지속시 취약성이 높은 과다채무 가구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며 부실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 가계 부실이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 가계대출 연체 증가 등을 통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부동산시장과의 연계성이 높은 국내 가계대출 특성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위축을 유발할 수 있어 경제 전반의 금융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취약차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가계부문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점진적인 디레버리징을 위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부채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부동산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레버리지가 확대될 위험이 높으므로 부동산시장 정책의 신뢰성를 확보하여 과도한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 만기일시상환 비중이 높고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가계자산의 높은 부동산 집중도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과거와 같은 저금리 기조로의 회귀 가능성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가계는 부채를 활용함에 있어 과도한 수준의 위험감내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