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초고속 인플레이션 가속화는 어떤 추세의 변화로 이어질까, 아니면 그냥 일회성 요인으로 끝날까?
이 의문에 답하려면 지난 3년간의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이끈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도 정신 없게 몰아치는 바람에 대부분 아주 오랜 일로 여기거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제외한 가장 최근의 사건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 기억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인플레이션 기간 큰 사건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초기 공급망 교란이 벌어진 일이었다. 이렇게 공급망 교란이 일어나고 경제가 급랭하자 전 세계 통화 당국은 과거 몇 차례 세계 경제 위기의 공포를 떠올리며 경쟁적 통화⸱재정 완화 정책을 펼쳤다. 그러다가 총수요가 생각보다 위축되지 않은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가속화하게 됐다.
이후 통화 당국이 긴축 전환을 고려하고 있을 즈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되고,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에 인플레이션은 더 가속화된 것이다. 부랴부랴 각국 통화 당국은 긴축 전환을 서두르게 됐지만, 재정 정책 면에서는 한국 등을 제외하고 정치적 부담 속에 서둘러 긴축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최근 인플레이션은 다분히 그 요인을 지목할 수 있기에, 그런 요인들이 해소되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에 나열한 요인들 이외에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들이 우연히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는 데 가세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차피 올라갈 구조적 요인들이 있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국제금융센터는 위에 열거한 요인들로 인한 압력이 사라지더라도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과거처럼 낮은 수준(그림 참조)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구조적인 요인들로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은 높아진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들을 정리해 보고서로 발간했다.
보고서 요약 부분을 소개한다.
[거시환경 변화] 코로나와 전쟁 등을 거치는 동안 글로벌 경제는 탈세계화 가속과 함께 고령 노동인구 증가, 기후비용 급증, AI 확산 등과 같은 구조적 변화에 직면
- 탈세계화 가속: 美中 무역분쟁, 코로나 위기, 우크라 전쟁 등의 영향으로 ‘저가 생산’보다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가 중시되며 리쇼어링과 프렌드·니어쇼어링 활발
- 고령 노동인구 증가: 서유럽 등의 은퇴연령 상향과 정년연장 추세 속에 코로나 이후 고용수요 증가, 은퇴자의 재유입 등으로 고령 노동인구 증가
- 기후비용 급증: 이상기후 증가로 식료품 가격의 불안정성과 경제적 손실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환경기준이 강화되고 이에 따른 기업의 대응 필요성 고조
- AI 확산: 전통적인 AI의 산업현장 적용은 최근 수년간 정체 양상을 보였으나 `22년말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관련 투자와 활용도 급증
[물가 영향] 탈세계화, 평균임금 상승, 환경기준 충족 등에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가 AI發 비용절감 효과를 상회하면서 물가에 구조적인 상방압력 형성
- (비용견인 우위) 앞선 세가지 변화들은 비교적 단기내에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반면 AI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AI 전환기간 등이 필요해 장기에 걸쳐 발생
– 생산시설 이전으로 단기내에 제품가격이 상승하고, 교역 분절화가 구조적인 금융·기술 분절화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생산량 감소→공급감소→물가↑유발
- (기존 요인과의 결합) 비용견인 요인들이 팬데믹 이후 형성된 경제 펀더멘털(임금 상승과 풍부한 유동성)과 결합할 경우 물가상승률의 하방경직성을 더 강화시킬 소지
[시사점] 글로벌 거시환경의 변화가 구조화할 경우 물가의 하방경직성 강화로 저물가 시대로의 회귀가 어려워지고, 중물가·중금리의 메커니즘이 작용할 소지
- 단기적으로는 통화긴축의 물가 영향이 지속되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최근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거시적 환경변화 요인들의 물가 영향이 점증
- ‘중물가’→‘중금리’의 동학이 뉴노멀이 될 경우에는 향후 정책금리 인하 시기가 오더라도 중립금리 상승으로 채권금리의 하락 폭이 제한될 가능성
※ 이와 관련된 주제로 최근 소개한 블로그 글을 공유한다:
▶ (보고서) 실질중립금리 논쟁: 미국은 올라가고 한국은 횡보한다는데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