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을 글로벌 중추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라몬 파체코 파르도(Ramon Pacheco Pardo) 킹스컬리지런던 교수(CSIS 한국석좌실 비상임연구원)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내용을 일부 번역해 소개한다. 보고서에서 필자는 단기적인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과 한국 기업들이 처한 상황, 그리고 한국의 강화된 국제적 역량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그런 전략은 불가하며 장기적인 이득도 클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 원문 전체는 맨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대한민국을 글로벌 중추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중요한 외교적 갈등을 대할 때도 중간 입장이나 양쪽을 모두 편 드는 입장을 취해 온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이런 노선을 취함으로써 물론 단기적으로는 부담스러운 상황을 대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이 이제 그럴 만한 국제적 역량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단기적 부담을 뛰어 넘는 이점이 많다고 믿고 있다.
우선, 한국은 G7, NATO 등 '생각이 같은'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장차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더 키우게 되리라고 믿는다.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오랫동안 강력한 한미동맹이 한반도 문제는 물론 다른 영역에서도 도움이 됐다고 믿어왔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비슷한 목표, 이해관계, 가치를 가진 다른 중견국들로 한미동맹 체제를 확대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렇게 하면 2024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트럼프와 유사한 인물이 당선될 경우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참모들도 이미 그런 생각을 가졌지만,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욱 공공연하게 이런 생각을 공표하고 있으며, 이런 자세는 이미 우호국과 협력을 강조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한국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글로벌 중추국가 추구의 또 다른 가시적인 혜택은 한국의 핵심 이익, 즉, 북한에 대한(나아가서 중국에 대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즉, 확장된 핵우산 정책 운용의 경험을 가진 NATO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한국은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또 자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그린 해운과 같은 유망한 신산업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과 주도권을 유지하기를 바라기에 글로벌 지위 강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데, 결국 해당국들과의 협력이 절실하며, 국제무대에서의 지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한국에도 최고의 관심사인 사이버 보안 부문에서도 유럽연합(EU), NATO, 미국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결국 이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한편, 상대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지정학적 파트너로서의 매력도가 커졌다. 실례로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높이 평가하면서 키예프로 윤 대통령을 초청해 회담을 했다. 조용히 움직이기는 하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도 한국과의 국방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화와 같은 한국 기업들로부터 자원을 획득하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나 스페인 등의 국가원수들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유치할 기대 속에 잇달아 한국을 찾고 있다. 한국 민간 기업들의 투자와 수출은 윤 대통령의 외교 목표의 일부가 되었고,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으로 자칭하고 있다.
한마디로 2023년 대한민국은 높은 야망을 갖고 있으며 그에 걸맞는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윤석열 정부가 한국을 '지정학적 글로벌 중추국가'로 만들겠다는 야망을 추구하는 것이다. 과연 한국이 궁극적으로 야망을 달성하는 데 성공할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분명히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내 이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