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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에도 식지 않는 이유와 한국 정책 운용에 미칠 영향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주요 예측기관들은 2023년 중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매우 부진할 것으로 예측하였다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 흐름을 나타내면서 성장 전망치를 점차 상향 조정하였다. 이렇게 정책금리 인상에도 경제 성장세가 유지된 것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에서는 『미국 경제의 금리 민감도 하락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금리 변화에 구조적으로 둔감해진 이유를 설명하고 이런 현상이 앞으로 미국 및 한국의 정책 수립과 운용에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 이 블로그에서는 보고서의 부분을 소개하고 보고서 전문은 맨아래 링크로 소개한다. 통화정책 및 시장금리 동향에 관심있는 분들은 보고서 전문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올해 5월 통화정책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는 모습. 사진 출처: www.bloomberg.com)

《향후 통화정책 및 국채금리에 대한 영향》

1. 통화정책 및 성장경로의 불확실성

실물경제의 금리 민감도 하락에 따른 일차적 문제는 기준금리의 준거(reference) 역할을 하는 실질중립금리 추정의 불확실성 확대로 향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대시킨다는 점이다. 실질중립금리란 실물경기를 자극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균형 수준의 금리인 만큼 직접 관측할 수 없으며 모형을 통해 추정해야 한다. 따라서 실물경제와 금리의 관계가 미약해지면 실물경제 변수를 통해 관측할 수 없는 실질중립금리를 추정할 때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Fiorentini et al., 2018). 

특히 금리 민감도 하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경우 실질중립금리 추정치가 매우 경기순행적(procyclical)일 수 있어 잘못된 통화정책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감염확산 이전까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이 경기를 부양하지 못하자 실질중립금리의 하락 및 제로금리 하한으로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다가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실질중립금리가 상승하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Baker et al., 2023).

이러한 주장들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과거와 동일하다고 가정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실물경제와 금리간 관계 약화를 실질중립금리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개념상 경제의 균형금리인 실질중립금리가 단기간에 급변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실제로 학계와 중앙은행에서 널리 사용되는 Laubach & Williams(2003) 모형에 기반한 준구조 모형으로 미국의 실질중립금리를 추정할 때 표본기간을 두 구간(1961년 1분기~1990년 4분기 및 1991년 1분기~2023년 1분기)으로 구분하면 과거에 비해 실물경제와 실질금리간 관계를 반영하는 IS(Investment-Saving) 곡선의 기울기가 크게 평탄화(flattening)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강현주, 2023).

이에 따라 균형 수준의 통화긴축 정도를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져 경제지표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통화정책 운영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실제로 뉴욕 연준의 윌리암스(Williams) 총재는 과거 발표된 논문(Orphanides & Williams, 2002)을 통해 중립금리 수준의 불확실성이 클 경우 잘못 추정했을 가능성이 높은 중립금리 수준을 고려하기 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실물경제 변화에 대응하여 금리를 조정하는 방식(first-difference rule)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코로나19 감염확산 이후 경제전망의 불확실성과 함께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상이한 시그널을 제공함에 따라 금리인상 지속 및 동결 여부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은 물론 연준 내부에서조차 견해가 엇갈릴 수 있다.

실물경제의 금리 민감도 하락에 따른 실질중립금리의 추정의 어려움은 적정한 긴축 정도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하여 향후 성장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전문적인 경제예측 기관들이 집단적으로 오류를 나타내었음을 (앞에서 ) 언급한 바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2024년 성장률 전망에서 다시 재연되고 있다. <그림 Ⅳ-1>은 2023년 9월 기준 주요 예측기관들의 2024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대형 IB들 사이에서도 전망치가 0%에서 2%로 크게 상이하다.


2. 기간 프리미엄 정상화에 따른 국채금리 불안 가능성

앞으로는 미국 국채금리 결정요인 중 기간 프리미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 국채금리는 연준의 2023년 7월 금리인상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상승세를 나타냈다. 10년물을 기준으로 7월 인상일 대비 8월 31일 국채금리, 기간 프리미엄 및 위험조정금리의 상승폭은 각각 0.22%p, 0.19%p 및 0.03%p로 확인되었다. 결과적으로 7월 인상 이후의 국채금리 상승은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기대가 안정된 가운데, 주로 기간 프리미엄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준은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향후 기준금리 변경에 대한 기대가 대체로 연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하가 가시화되기까지는 국채금리 결정요인 중 기준금리의 영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으나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은 지속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례에서 나타나듯 미국의 재정문제가 재차 두드러질 수 있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양적 긴축 및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발행 증가 등으로 인해 기간 프리미엄이 정상화될 수 있다. 7월 이후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림 Ⅲ-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최근 미국 기간 프리미엄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할 때, 향후 기간 프리미엄이 국채금리의 상승을 유발(또는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3. 우리나라 통화정책 및 국채금리에 대한 시사점

최근 우리나라 국채금리는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을 받으며 강하게 동조화되고 있다. 조건부 상관관계(conditional correlation)를 통해 한미 국채금리 동조화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채금리는 미국 금리와 동조화되는 가운데 특히 2022년 이후에는 동조화 강도가 현저히 높아졌다. 한미 국채금리 동조화 원인을 금리 결정요인 관점에서 양국 기간 프리미엄 및 위험조정금리 동조화로 나누어볼 수 있다. <그림 Ⅳ-3>에서 나타나듯 위험조정금리(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의 동조화는 과거에는 높지 않았으나, 2022년 이후에는 한미 긴축의 영향으로 강화되었다가 2023년 2분기부터 양국의 정책기조가 엇갈리며 동조화가 약해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위험조정금리 경로를 통한 한미 국채금리 동조화는 약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 국채금리 동조화는 주로 기간 프리미엄 경로를 통해 발생해왔다. 양국의 기간 프리미엄 동조화는 물가 불확실성 등과 같은 공통요인의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미국 기간 프리미엄이 우리나라 기간 프리미엄 결정요인으로 작용하여 동조화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은 미국 국채금리가 기간 프리미엄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 국채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오형석, 2020; 구병수, 2022). 따라서 미국 기간 프리미엄이 정상화될 경우 우리나라 국채금리의 중요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여 국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간 프리미엄 경로를 통해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의도하지 않은 긴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중장기 국채금리에 대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력 감소가 역대 최고수준까지 확대된 한미 기준금리(및 기준금리에 연동되는 단기금리) 역전에도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강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았다는 점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동일한 긴축효과를 유발하기 위해 우리나라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클 수 있다는 점 또한 기준금리 역전폭 심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준금리 역전의 주요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점은 국내 통화정책 대응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잠재적인 환율 변동성 확대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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